부안 변산반도의 능가산 관음봉 기슭에 자리 잡은 내소사(來蘇寺)는 백제 무왕 34년(633)에 대소래사와 소소래사를 창건하였다고 한다. 대소래사는 소실 되고 소소래사가 남아 현재의 내소사로 전해온다고 한다. 바람이 소슬해지고 가을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계절(지난 23일)에 변산반도 내소사 천년 고찰을 찾아갔다.
▲ 부안 내소사 전나무 숲길
ⓒ 이완우
내소사 일주문을 지나면 천왕문 앞 피안교에 이르기까지 600여m의 전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이 전나무 숲은 400여 년 전에 이곳 사찰을 중건할 때 목재를 사용하기 위하여 조성하였다고 한다. 이곳 전나무 숲 갈림길에서 관음봉까지 1.3km, 직소폭포 3.6km의 산길이 이어진다.
내소사 전나무 숲길에서 부안 최용현 문화관광해설사가 관광객들에게 안내하였다. 예전에는 이곳 석포리(石浦里)의 내소사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는데, 간척하여 해안선이 단조롭게 되고 내소사가 바닷가에서 제법 떨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최용현 해설사가 모여든 관광객들에게 눈을 감고 바다의 파도 소리를 들어보자고 하였다. 그는 파도 소리를 낼 수 있는 작은 북을 흔들어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거친 바다의 파도 소리를 만들어 냈다. 전나무 숲에서 숲 향기를 담고 불어오는 바람결에 바다의 파도 소리를 듣자니 신선한 체험이었다.
전나무 숲에 해안당(海眼堂) 대종사 행적비가 있었다. 이곳 지명 석포리에 물가와 포구를 의미하는 '포(浦)' 자가 있고, 스님 당호에 바다 '해(海)' 자가 있어서, 내소사 전나무 숲에서 듣는 바다의 파도 소리는 잘 어울리는 소재가 되었다.
전나무 숲이 끝나가는 지점에 드라마 <대장금>(大長今)의 촬영 장소였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었다. 장금이 연못에 돌을 던지는 모습의 사진은 숲 향기 가득한 전나무 숲길의 고즈넉한 운치를 더했다.
▲ 부안 내소사 도량 안 천 년 할머니 당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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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안 내소사 일주문 앞 할아버지 당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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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 숲을 지나 사천왕문을 지나서 사찰 도량 안에 수령 천 년 된 할머니 느티나무 당산목(들당산)이 거대한 자태를 드리우고 있다. 내소사의 일주문 앞에는 수령 700 년 된 우람한 할아버지 느티나무 당산목(날당산)과 조금 작은 당산나무가 있다.
사찰 도량 안에 당산나무가 있는 사례는 이곳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사찰 주도로 내소사 당산제를 지내다가, 사찰과 마을이 함께 지내며 내소사 석포리 당산제가 되었다. 이곳 당산제는 사찰이 불교 신앙을 전파하면서 토속 신앙을 수용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매년 정월 대보름에 마을과 사찰에서 합동으로 당산제를 지낸다.
▲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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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과 관음봉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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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 대웅보전(금당)은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의 뛰어난 미학을 보여준다고 한다. '大雄寶殿'. 대웅보전이라는 현판 글씨는 조선 후기 명필 원교 이광사(1705~1777)의 글씨이다. 대웅보전의 추녀 곡선이 뒷산 관음봉 풍경과 조화로우며, 빛바랜 단청은 풍화된 암석처럼 천년 세월을 고즈넉하게 품고 있다.
이곳 대웅보전 법당의 후불벽 관음보살 탱화는 유명하여, 방문객이 진심으로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준다'고 한다. 아마 방문객이 진심으로 기도하고 스스로 결심하며 노력 정진하여 자업자득하기를 강조하는 의미가 아닐까?
▲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꽃살문
ⓒ 이완우
▲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꽃살문
ⓒ 이완우
이곳 대웅보전은 전면 3간의 다포 형식으로 팔작지붕 건축인데, 전면 3간의 문살에 새겨진 꽃살무늬는 우리나라 사찰의 꽃살문 중에 가장 오래되었다고 한다. 이곳 꽃살문은 그 아름다움이 으뜸인데 정교한 듯 투박하며, 화려한 듯 소탈하여 그 역설적인 조화가 천연스럽다.
대웅보전 꽃살대 모양을 관찰하였다. 꽃살문은 무늬는 한 양식은 마름모꼴을 이루는 살대는 꽃받침 모양이고, 교차점은 겹꽃송이로 구성되었다. 다른 한 양식은 정육각형을 이루는 살대는 작은 나뭇잎이 핀 줄기 같고 가운데에 큰 꽃송이가 들어 있다. 이곳 꽃살문 무늬는 화려한 아름다움이 성찰의 고요함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윽한 꽃송이의 미소로 해탈의 문을 열고 있다.
▲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대들보 위 물고기를 문 용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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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대웅보전에는 특별한 조각이 있다. 한 마리 용이 입에 물고기를 물고 대들보를 휘감고 올라간다. 맞은편 대들보에는 한 마리 용이 입에 여의주를 물고 있다. 대웅보전 추녀 끝에서 바람이 물고기를 살랑거리는지 풍경 소리가 난다
민화에 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는 잉어가 거센 물살로 폭포 같은 용문(龍門)을 헤치고 올라가면 용이 되어 승천한다는 의미로 입신양명을 기원한다. 이곳 대웅보전에서 입에 물고기를 물고 있는 용 한 마리는 물고기로 표상되는 중생이 불도를 깨달아 해탈 성불하기를 기원하는 듯하다.
▲ 부안 내소사 춘추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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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 도량의 아래편 오른쪽에 요사채가 있다. 요사채를 지나 계곡 가까이에 두 그루의 벚꽃 나무가 가을 계절을 봄처럼 여기는지 벚꽃이 피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곳 벗꽃 나무는 봄에 화려한 벚꽃을 피우고 여름에 푸른 잎으로 무성하다가, 가을에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하여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 절기까지 벚꽃이 활짝 핀다고 하니 신기한 일이다.
"나는 봄, 가을에 두 번 피는 춘추벚꽃입니다."
내소사의 춘추벚꽃은 나무 밑동에 안내판 겸해서 제법 긴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벚꽃이 듬성듬성 피기 시작한 벚나무 가지가 마치 버드나무 가지처럼 늘어져 있다. 이곳 내소사 대웅보전의 관음보살 탱화가 영험하다는데, 이 춘추벚꽃은 중생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는 양류관음(楊柳觀音) 보살의 현신일까? 이곳 내소사에 가을 지나며 입동 무렵까지 피는 춘추벚꽃의 가을 개화는 어떤 깨우침을 주려는 무언(無言)의 설법(說法)일지 모른다.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 가람 내에 있는 당산나무, 대웅보전의 꽃살문, 대웅보전 대들보의 물고기를 입에 물고 승천하는 용 한마리와 가을을 다시 봄처럼 여겨 꽃 피는 춘추벚꽃. 천 년 고찰 변산반도 능가사 내소사를 역사 문화 탐방하고 돌아가는 시간에 내소사의 다섯 가지 인상적인 여행 소재의 여운을 되새겨 생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