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016년 트럼프 당선 맞힌 김동석…"트럼프 시대 또 온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1~2%P 차로 승패 좌우 초박빙 판세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 점점 높아져
샤이 트럼프 결집·경제 이슈 우위 선점
펜실베이니아 또 다시 승부처
누가 되든 '아메리카 퍼스트'
장단기 대미 전략 수립해야
"미국 대선을 약 20일 앞둔 지금 이 시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15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7대 경합주 지지율이 초박빙이지만 '샤이(shy) 트럼프'가 결집하고 있고,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트럼프에게 유리한 경제 이슈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 달 5일 열리는 미 대선이 초박빙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율이 전국 기준 48%로 동률(NBC 뉴스 조사), 7대 경합주 기준 49%로 역시 동률(ABC 방송 조사)을 기록했다. 선거가 3주 남은 시점에서 득표율 1~2%포인트 차로 승패가 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 대표는 "해리스가 승리하려면 대통령으로서 자질과 능력, 비전을 보여주고, 허리케인 대응 및 중동 긴장 완화 등 유권자 표를 가져올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이변)'가 필요하다"며 "보수적인 백인 남성은 물론 흑인 남성들이 해리스에게 얼마나 표를 줄지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큰 틀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뉴노멀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외교, 안보, 통상 등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있어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관용의 리더십을 더는 기대하기 어려워진 변화된 미국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한인 정치력을 결집해 미 의회를 움직이는 방식의 유권자 운동을 통해 30년 넘게 워싱턴 정치에 참여해 왔다.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인 '오바마 킹메이커'이자 이번에도 해리스 선거 캠프에 합류한 데이비드 플러프를 비롯해 워싱턴 인사들과도 친분이 깊다. 2007년 미 의회에서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미 정부를 움직여 한·미 간 비자면제 프로그램 도입을 주도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을 예측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2024년 미국 대선 특징은.
▲이번 선거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이 가장 높은 선거다. 트럼프의 재집권 여부에 따라 세상이 어마하게 바뀔 것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는 민주·공화 양당 모두 동일한 기조지만 트럼프는 미국에 이익만 되면 가치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하겠다는 입장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세계가 트럼프 공포에 떨고 있다. 또 역대 가장 작은 선거이기도 하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초박빙이고 한 후보가 우위를 나타내도 오차범위 이내라 승패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양측 모두 이길 수 있는 지역만 찾아가 선거 운동을 한다. 경합주 중에서도 경합 지역인 펜실베이니아 일부 카운티, 미시간 일부 카운티 등을 중심으로 전략적인 캠페인을 펼치고 있어 가장 작은 선거라 할 수 있다.
-해리스와 트럼프 중 누가 승리할 것으로 전망하나.
▲지금 이 시점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해리스는 지난 8월6일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필라델피아에서 첫 동반 유세에 나선 직후 지지율이 정점을 찍었고 이후 경합주 표심 확보로 이어지지 않았다. 9월10일 TV토론 이후에도 경합주 지지율 상승은 없었다. 경합주 가운데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인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지역인데 지지율이 정체되자 해리스 캠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샤이 트럼프 공포를 느낀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우세 지역이었지만 제조업 쇠퇴로 일자리를 잃은 중하층 백인 노동자 중심으로 샤이 트럼프가 많이 숨어 있다. 또 트럼프가 상대적으로 잘했다고 평가받는 경제 이슈가 펜실베이니아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해리스가 오차범위를 벗어나 지지율 우위를 점해야 승산 가능성이 있다. 지금 분위기는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과 비슷하다.
-펜실베이니아가 왜 중요한가.
▲미국 선거는 7대 경합주 싸움이다. 20개 주는 해리스(민주), 23개 주는 트럼프(공화) 지지로 선거 결과가 정해져 있다. 경합주 7개 중 러스트벨트(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는 통상 민주당, 남부 선벨트(조지아·애리조나·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는 공화당 우세 지역인데 지금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이 중 펜실베이니아는 선거인단 19명으로 경합주 중 가장 많아 두 후보에겐 반드시 이겨야 하는 곳이다. 양측 모두 남은 대선 기간 펜실베이니아에 집중할 것이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0.72%포인트 차이로 앞서 펜실베이니아 선거인단을 가져가며 대선에서 승리했고, 2020년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곳에서 1.17%포인트 앞서며 백악관에 입성했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좌우할 최우선 정책은.
▲1순위는 경제다. 관건은 부동층 확보 싸움인데 먹고 사는 문제가 부동층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경제 정책에 있어 트럼프가 잘했다는 평가가 (바이든·해리스 정부 대비) 10%포인트 가량 높다. 그다음이 이민 정책이다. 많은 유권자가 불법 이민으로 대도시 경제와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민 정책에 대한 평가도 트럼프가 10%포인트 더 우위다. 뒤를 이어 낙태(생식권)와 환경 이슈가 중요하다.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정책 두 개 모두 트럼프에 유리하다.
-해리스 지지율이 올라갈 가능성은.
▲해리스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능력, 자질, 비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9월 TV토론에서 트럼프를 압도했지만 그게 전부다. 바이든 2기가 아닌 해리스 1기에서 무엇을 할지를 검증받아야 한다. 바이든 정부가 허리케인에 잘 대응하고, 중동 불안을 진정시키는 등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있을 경우 지지율이 상승할 수도 있다.
-미 대선까지 남은 기간 주요 변수와 관전 포인트는.
▲미국이 흑인 여성 대통령을 뽑을 준비가 됐는지가 대선의 주요 변수 중 하나다. 흑인 대통령은 나왔지만, 여성 대통령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유리천장이 남아 있다. 남성 유권자들이 실제 투표장에서 해리스에 표를 줄지가 관건이다. 민주당 성향 백인 남성들은 물론 흑인 남성들조차 여성인 해리스를 대통령으로 뽑지 않을 수 있다. 여성들조차도 여성이란 이유로 해리스를 찍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의 네거티브 공세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지지층은 무슨 일이 있어도 트럼프를 찍기 때문에 지지율에 변동이 없다. 반면 해리스 지지층은 상대적으로 응집력이 느슨해 변동성이 있다. 트럼프의 목표는 부동층을 자기 표로 끌어들이고 해리스 지지층의 표를 이탈시키는 것이다. 남은 기간 해리스 네거티브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이었던 2020년에는 '거리두기'로 사전투표율이 70%에 달했지만, 올해는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전투표는 통상 민주당에 유리했던 만큼 올해 투표율과 선거에 미칠 영향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미 대선 이후 한국은 대미 전략을 어떻게 수립해야 하나.
▲해리스와 트럼프 중 누가 당선되든 큰 틀에서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는 동일하다. 외교, 안보, 통상 등등 모든 정책에서 그렇다. MAGA를 앞세운 트럼프는 이미 3번이나 대선 후보가 됐고, 미국은 이미 절반은 트럼프 시대가 됐다고 보면 된다. 후보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기보다는 이전과 달리 관용의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변화된 미국을 전제로 장단기 대미 관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다만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기존에 (바이든 정부에서) 쌓아 온 관계를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정책의 연속성을 가져갈 수 있다는 차이는 있다. 트럼프 당선 시 방위비 분담, 통상 등 한국에 대해 미국이 분야별로 가진 레버리지를 활용해 협박 수준으로 거래를 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또 지지율이 초박빙인 상황에서 두 후보 양쪽에 대한 네트워크를 확장하되, (두 후보 캠프 쪽에서 모두 보고 있는 만큼) 드러내 놓고 움직이기보다는 물밑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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