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아니야?"...송송커플 믿고 250억 투자한 관광지의 충격적인 근황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사랑받았던 태백시의 안타까운 상황
지난 2016년 분당 최고 시청률 44%를 기록하며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기억하시나요?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은 송중기와 송혜교는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며 '송송커플'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는데요.
두 사람은 KBS 연기대상에서 공동으로 대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품에 안는가 하면 2017년 열애 사실을 인정한지 3개월 만에 세기의 결혼식까지 올려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드라마 속 사랑이 현실로 이루어지자 이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는데요.
'태양의 후예'의 뜨거운 인기에 편승해 드라마 촬영지였던 강원도 태백시는 인기 관광지로 탈바꿈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안타까운 근황이 공개되며 충격을 안기고 있는데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송중기·송혜교 조형물까지 만든
강원도 태백 세트장
강원도 태백시에 위치한 태양의 후예 세트장은 태양의 후예의 인기에 힘입어 단순한 드라마 세트장을 넘어서 관광지로 탈바꿈했습니다. 옛 탄광이었던 곳을 활용한 이 세트장에는 드라마 속 태백 부대와 혜성병원 의료봉사단이 머물렀던 가상국가 우르크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는데요.
극 중 유시진(송중기)과 강모연(송혜교) 커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던 '와인키스' 장면의 배경이 된 부엌과, "그럼 살려요"라는 명대사가 나온 응급실, 태백 부대가 머물렀던 막사의 내부 모습까지 완벽하게 재연되어 있었죠. 여기에 직접 군복과 의료 가운을 입고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낼 수 있어 많은 팬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촬영지 한 편에는 폐허가 된 건물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해당 건물은 드라마 속에서 발생한 지진을 표현하기 위해 부순 건물을 실감나게 남겨둔 것이었습니다.
그 옆에 위치한 우르크 사원 모습의 건물은 전시관으로 활용되었으며, 실제 촬영에서 사용된 소품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죠. 태양의 후예 촬영지는 강원도 태백시 통동 산 67-38에 위치해 있으며 별도의 입장료는 없습니다.
해당 촬영지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는데요. 2016년 개장 후 4개월 만에 약 2만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들었고, 성수기인 8월에만 2만 명이 방문했습니다. 2016년부터 3년 동안 연평균 방문객은 11만 명을 넘어섰죠.
송송커플의 결별과
'태양의 후예' 촬영지의 몰락
하지만 현재 태양의 후예 촬영지는 실제 폐허를 연상케 할 정도로 텅 빈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열풍도 끝난지 오래고, 심지어 태양의 후예에서 만나 결혼까지 이어져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송송 커플'이 2019년 이혼 소식을 전하며 관광지의 인기도 시들해졌는데요.
실제로 송중기-송혜교 부부가 이혼했던 시점인 2019년 7~8월 두 달간 태백 세트장의 방문객은 1만 6천여 명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4% 수준이었죠.
악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의 관광업계가 큰 타격을 받으며 태백 촬영지의 지난해 전체 관광객은 급감했는데요. 심지어 방역을 위해 실내 관광시설도 모두 문을 닫으며 촬영지 주변의 지역 상권도 매출이 무려 60%나 떨어졌죠.
사실 태양의 후예는 전 방영분을 모두 사전 촬영한 작품이라 드라마 방영 당시에는 이미 세트장이 철거되어 있던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열화와 같은 인기에 태백시에서 폐광지를 다시 태양의 후예 세트장으로 복원한 것인데요.
태백시는 드라마 종영 4개월 뒤인 2016년 8월에 3억 7천만 원을 들여 세트장을 복원해 관광지로 만들었고, 이듬해인 2017년에는 9억 원을 들여 '태양의 후예' 공원을 조성했습니다.
망해가는 관광지에 250억 투자...왜?
관광객은 줄어들고, 지역 상권도 위기에 처했지만 이미 대대적인 비용을 투자했던 태백시는 관광객 유출을 막기 위해 기존 관광지 주변에 관광휴양시설을 추가로 조성하는 방안을 선택했습니다. 투입되는 사업비만 250억 원이 넘었다고 하는데요.
드라마 세트장은 한보광업소의 남아 있던 갱도를 활용한 전시시설이 완성되며 2021년 '통리탄탄파크'란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태양의 후예' 그림자에서 벗어나 탄광도시 태백의 역사와 장소성에 집중한 관광 체험 시설이라 하는데요.
이국적인 분위기의 세트장과 어울리는 슬로 레스토랑, 역사 테마파크인 오로라 파크, 특히 드라마의 촬영지였던 그리스의 자킨토스를 본 뜬 관광시설까지 건설됐습니다.
실제로 탄광을 채굴하는 데 사용됐던 폐갱도를 디지털 아트 기술을 접목한 터널로 변모시켜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폐갱도를 걸으며 광부의 일상이 담긴 영상과 석탄을 주제로 한 다양한 디지털 볼거리를 구경할 수 있어 의미있는 경험을 제공했죠.
이에 '태양의 후예'의 인기에만 편승해, 지역 특색에 맞지 않는 관광지를 조성했던 태백시의 흑역사가 지워지고 새로운 체험형 관광지로 도약할지 기대가 쏠리기도 했습니다.
안타까운 태백시의 근황
최근 강원 태백시의 관광산업 육성 정책이 투자만큼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원도관광재단 자료에 따르면, 태백시는 2022년 관광객 수 도내 18개 시·군에서 16위, 폐광지역 4개 시·군에서꼴찌였습니다. 그마저 시를 방문하는 외지 관광객 10명 중 9명은 그날 왔다 그날 가는 무박 여행자였는데요.
한국관광데이터랩 집계 2022년 도내 236개 유료 관광지 입장객 순위에서도 오투리조트 골프장 단 한 곳만이 100위 안에 들었습니다. 대대적인 사업비를 투자한 '통리탄탄파크'와 '오로라 파크'는 없었죠.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어떤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오직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인데요. 태백시도 탄광도시로서 현재에도 가치가 이어질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발견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