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시스코가 한국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를 이어간다.
시스코는 전 세계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국가디지털전환프로젝트(CDA)'를 지속하고 있다. 각 국가의 정부·기업·학계와 협력해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현대화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로, 시스코가 글로벌 시장에서 쌓은 경험과 기술력을 각 국가에 전수하며 기업 및 정부의 디지털 능력 제고에 일조하는 것이 목적이다.
CDA는 단계별로 3년씩 진행된다. 시스코는 한국이 CDA의 조건을 갖춘 국가라고 평가하며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가이 디드리히 시스코 수석부사장 겸 글로벌혁신책임은 13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일본·중국(APJC) 지역 연례 콘퍼런스 '시스코 라이브 멜버른 2024'에서 <블로터>와 만나 "CDA를 추진하려면 △혁신적·헌신적 리더십 △국가 디지털 어젠다 △정부·학계·업계의 협력 의지 등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췄다"며 "한국은 CDA의 완벽한 후보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시스코는 지난 2021년부터 약 3년간 한국에서 CDA 1.0을 가동했다. 우선 기업들과 협력하며 디지털 및 클라우드 전환을 위한 노하우를 전수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대표 사례다. 네이버클라우드는 NHN클라우드·KT클라우드와 함께 토종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업자(CSP)로 꼽힌다. 시스코와 네이버클라우드는 업무제휴(MOU)를 맺고 △스마트 원격근무 환경 구축을 위한 클라우드 콜링 솔루션 공동 개발·판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내 시스코 넥서스 스위치 적용 △시스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솔루션 네이버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 등재 등을 추진했다.
공공기관의 협업도 이어졌다. 시스코는 이테크시스템과 차기 국방광대역통합망(M-BcN)을 구축하기 위한 민간투자 사업의 시연이 가능한 연구소를 세웠다. 이 연구소에는 국방부 광네트워크 플랫폼에 필요한 장비의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시스코는 이곳에서 미국 국방부 수준의 종합 네트워크 솔루션을 시연했다. M-BcN 구축 사업을 벌인 결과 최신 군사 네트워크 시스템이 확보됐다. 이는 전국 2000여곳의 군부대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제공한다.
시스코는 광운대에 5G B2B혁신센터를 설립했다. 이는 한국 기업고객들에 향상된 5G 기반의 네트워크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시스코는 기업간거래(B2B) 서비스에 사용되는 프라이빗 5G망과 시스코 SDA(Software Defined Access) 기업망 시설을 구축했다. 이 센터에서는 △프라이빗 5G △오픈로밍 △SD-WAN 등 7개 분야에서 프라이빗 5G와 기업망이 통합된 환경을 확인할 수 있다.
시스코는 CDA를 시행하며 각 국가에서 다음 단계로 이어갈지 여부를 결정한다. 회사는 CDA로 공공·산업·교육·의료 분야 등에서 디지털 전환의 성과를 냈는지를 측정한다. 이 과정에서 시스코의 비즈니스로 연결된 사례가 있는지도 평가 요소 중 하나다.
한국에 대한 시스코의 투자는 이어진다. 한국에서는 2023년 2월 CDA 2.0이 시작됐다. 디드리히 부사장은 "한국은 스마트시티, 학교의 디지털화, 의료 서비스 등 공격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디지털화를 매우 일찍 이룬 국가라 CDA를 자연스럽게 도입했다"며 "한국에 대한 투자는 3, 4, 5차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스코가 한국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 중 하나로 디지털화에 대한 적극성을 꼽았다. 디드리히 부사장은 "한국은 의욕적인 고학력 인재가 많고 수십년간 디지털화에 투자한 정부가 있어 국가 디지털 전환에서 유리한 위치"라며 "이것이 앞으로 한국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비결이며 시스코가 한국에 계속 투자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디드리히 부사장은 시스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함께 선보인 '디지털웰빙허브'도 이끌고 있다. 이는 디지털 기술이 각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누구나 웹사이트에 접속해 디지털 기술 및 서비스 이용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OECD 국가의 성인 중 40%가 역량부족으로 디지털 개인정보 보호와 온라인 활동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스코는 OECD와 함께 디지털 기술과 개인 삶의 복합적인 관계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디지털웰빙허브를 구축하고 현재 데이터를 모으는 단계다. 시스코는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한 후 디지털 기술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위해 어떻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지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멜버른(호주)=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