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중국 비야디(BYD)에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를 대규모로 공급하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최근 BYD로부터 전장용 MLCC 공급에 대한 최종 승인을 획득하고 본격적인 납품을 시작했다.

▶▶ 이재용 회장의 '중국 세일즈' 통했다
이번 대규모 MLCC 공급 계약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중국 BYD 본사를 방문한 직후 성사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은 3월 중국발전포럼(CDF) 참석차 중국을 방문해 BYD 회장과 회동하며 전장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BYD 방문 이틀 전인 3월 22일에는 베이징에 있는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찾아 레이쥔 회장과도 만남을 가졌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이러한 행보가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 전장 분야 협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BYD 본사 방문은 2018년 5월 이후 7년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이번 방문 직후 대규모 공급 계약이 성사되면서 '이재용 세일즈'가 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수천억원 규모 공급 계약 추정
구체적인 공급 규모와 금액은 양사 간 비밀유지계약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수천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YD는 올해 전기차를 약 550만 대 생산할 예정인데, 전기차 한 대에는 최소 3,000개에서 최대 1만 8,000개의 MLCC가 사용된다. 특히 전동화가 진행될수록 차량당 탑재되는 MLCC의 수는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전기는 이번 수주로 세계 1, 2위 전기차 업체에 MLCC를 납품하는 전자부품 기업이 됐다. 삼성전기는 이미 미국 테슬라에도 MLCC를 공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전기 핵심 사업, 전장 분야로 확장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핵심 부품으로, PC, 스마트폰, 가전제품,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 '전자산업의 쌀'로도 불린다.
MLCC는 삼성전기 전체 매출의 절반 수준을 차지하는 핵심 제품이다. 특히 전장용 MLCC는 기술 난도가 높은 데다 수익성도 높아 삼성전기가 고객사 확보에 주력해왔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차량 부품사로 이미 체질 개선을 마쳤다"며 "전장 관련 연 50개 이상의 추가 고객사도 확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장 사장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사업 키워드로 인공지능(AI)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꼽으면서 "자율주행차라는 큰 흐름이 삼성전기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새로운 기회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은 삼성전기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기차에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훨씬 많은 전자부품이 필요하며, 특히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할수록 MLCC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이번 BYD 공급 계약을 통해 전장용 MLCC 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스마트폰 중심의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전장 분야는 스마트폰 시장보다 성장 가능성이 크고 안정적인 수요가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기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opyright © 저작권 보호를 받는 본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