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차박 금지법' 시행됐지만... 지자체와 캠핑족들 '눈치싸움'
[이재환 기자]
▲ 지난 9월 30일 충남 홍성군의 한 해안가 공원 노지에는 캠핑카들이 주차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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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부는 지난 9월 10일부터 주차장법 개정안에 대한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된 주차장법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에서 야영과 취사, 불을 피우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이 일명 '차박·캠핑 금지법'으로 불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관련 법에 따라 카라반과 캠핑카 알박기와 쓰레기 무단 투기 등으로 몸살을 앓던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를 단속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 홍성군의 한 해안가에 있는 경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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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캠핑족들이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고, 공용화장실에서 물을 많이 쓰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장박 차량과 알박기 텐트들이다"라며 "그렇게 되면 관광지에 휴식차 온 일반 시민들까지 주차를 못해 불편을 호소하게 될 수밖에 없다. 주차장법이 개정됐으니 (시민의식이) 개선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민원을 유발하면서까지 차박을 즐기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는 '깨어있는 시민'도 만났다. B씨는 "오죽하면 주차장법까지 만들어 졌겠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B씨는 "매일 출근하지 않고 자유롭게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차박을 자주 나온다. 2017년 차박을 처음 시작했는데 그때 만해도 차박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갑자기 차박과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때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대부분 쓰레기를 되가져갔다. 하지만 요즘은 심하다고 느낄 정도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 또 (공영 주차장) 아스콘 위에 불을 피우는 경우도 봤다. 그 지역 주민들이 (캠핑 차박족에) 불편을 호소하는 것도 한편으로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 충남 홍성군 서부면의 한 공원 주차장. 카라반 장기주차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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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 쓰레기 무단투기가 문제" 주장
해안가 공영 주차장에서 캠핑족 C씨는 "막상 단속을 한다고 하니 마음이 불편하다. 아무래도 위축이 되는 부분이 있다. 지역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고, 지역 특산물을 사서 캠핑카 안에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밥을 지어먹고 있다. 이따금 지역 식당에서도 밥을 사먹고 있다. 우리(캠핑족)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캠핑을 나온 한 시민이 홍성군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보여 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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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일부 베이비 부머 세대들은 평일에 '눈치껏' 차박과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홍성군도 아직은 강력한 단속을 예고하지 않고 있다. 다만, 캠핑과 차박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할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성군 "민원 제기되면 단속할 것"
홍성군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재(9월 30일 기준)까지 단속된 차량은 없다. (캠핑·차박 관련) 민원이 들어올 경우 대응할 계획이다. 아직 관련 민원은 한 건도 없었다"라며 "(주차장법이 주로) 야영과 취사에 대한 금지 규정만 있다. 그렇다 보니 단속 기준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 홍성군 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들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 안에서 밥을 지어 먹는 경우, 밖에서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단속을 할 것인지도 모호하다. 지켜보는 상태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영주차장의 차박을 전면 금지하고 단속할 경우, 마치 '풍선 효과'처럼 일반 노지에서 차박과 캠핑이 이루어지는 사례도 늘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홍성군 관계자는 "관련 법은 지자체 공영주차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단속 대상이 아닌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캠핑에 대해서는 계도와 관리를 고민해 보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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