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차박 금지법' 시행됐지만... 지자체와 캠핑족들 '눈치싸움'

이재환 2024. 10. 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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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 "민원 제기되면 단속"

[이재환 기자]

 지난 9월 30일 충남 홍성군의 한 해안가 공원 노지에는 캠핑카들이 주차되어 있다.
ⓒ 이재환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에서 캠핑과 차박이 전면 금지되면서 캠핑족과 지자체 사이에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캠핑족들은 공영 주차장에서 캠핑과 차박을 하다가 과태료를 물게 되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반면 일부 지자체는 "단속 기준이 애매하다"는 이유로 일단 단속을 보류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충남 홍성군도 그 중 하나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10일부터 주차장법 개정안에 대한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된 주차장법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에서 야영과 취사, 불을 피우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이 일명 '차박·캠핑 금지법'으로 불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관련 법에 따라 카라반과 캠핑카 알박기와 쓰레기 무단 투기 등으로 몸살을 앓던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를 단속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물론 관련 법이 시행되었음에도 여전히 과도기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캠핑족들은 공영주차장이 아닌 노지와 공터 등에서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캠핑과 차박을 즐기고 있다. 지난 9월 30일 기자는 홍성군 서부면 속동 전망대와 남당항 일대에서 캠핑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을 만났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주로 50대 후반에서 60~70세의 시민들이 많았다. 이들은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다.
 홍성군의 한 해안가에 있는 경고문.
ⓒ 이재환
속동 전망대 부근 해안가 공원 노지에서 한 시민을 만났다. 수원에서 왔다고 밝힌 A씨는 "주차장법이 시행된 이후 캠핑할 때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고 불안한 점도 있다. 개정된 주차장법까지 별도로 공부를 하고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잠깐 차를 세우고 쉬어가는 정도로 눈치껏 캠핑을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야 일정한 틀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지역 원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내 경우에는 현지에서 음식을 사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캠핑족들이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고, 공용화장실에서 물을 많이 쓰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장박 차량과 알박기 텐트들이다"라며 "그렇게 되면 관광지에 휴식차 온 일반 시민들까지 주차를 못해 불편을 호소하게 될 수밖에 없다. 주차장법이 개정됐으니 (시민의식이) 개선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민원을 유발하면서까지 차박을 즐기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는 '깨어있는 시민'도 만났다. B씨는 "오죽하면 주차장법까지 만들어 졌겠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B씨는 "매일 출근하지 않고 자유롭게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차박을 자주 나온다. 2017년 차박을 처음 시작했는데 그때 만해도 차박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갑자기 차박과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때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대부분 쓰레기를 되가져갔다. 하지만 요즘은 심하다고 느낄 정도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 또 (공영 주차장) 아스콘 위에 불을 피우는 경우도 봤다. 그 지역 주민들이 (캠핑 차박족에) 불편을 호소하는 것도 한편으로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B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따금 조용히 스텔스 차박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그런 곳을 발견하면 그나마 감사한 마음이 든다. 식사는 집에서 한·두끼 정도 먹을 것을 준비해 온다. 그 외에는 지역에서 사서 먹거나 특산물을 사서 요리해 먹고 있다"라며 "물론 차박 금지법 때문에 눈치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조용히 스텔스 차박을 하다 보니 캠핑카 보다는 눈치가 덜 보이고 자유로운 편이다. 굳이 지역 주민들과 트러블을 일으키면서까지 차박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충남 홍성군 서부면의 한 공원 주차장. 카라반 장기주차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이재환
주말이 아닌 평일임에도 홍성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부면의 한 해안가 공영주차에는 캠핑카를 타고 온 캠핑족들이 꽤 많았다. 지자체 주차장이어서 자칫 '불법'이 될 소지도 있다. 물론 이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캠핑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 쓰레기 무단투기가 문제" 주장

해안가 공영 주차장에서 캠핑족 C씨는 "막상 단속을 한다고 하니 마음이 불편하다. 아무래도 위축이 되는 부분이 있다. 지역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고, 지역 특산물을 사서 캠핑카 안에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밥을 지어먹고 있다. 이따금 지역 식당에서도 밥을 사먹고 있다. 우리(캠핑족)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캠핑족들이 지역에서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되도록 지역에서 소비를 하려고 노력한다. 캠핑카는 냉장고가 작아서 한번에 많은 식재료를 가져올 수도 없다. 쓰레기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C씨는 기자에게 홍성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쓰레기 재활용 봉투를 보여주기도 했다.
 캠핑을 나온 한 시민이 홍성군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보여 주고 있다.
ⓒ 이재환
해당 공영 주차장에서 만난 D씨도 "주차장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 캠핑카를 끌고 나왔다. 캠핑 자체 보다는 카라반 장기 주차나 텐트 알박기 등이 더 문제인 것 같다"라며 "나도 내일모레면 80세이다. 이 나이에 이만한 취미생활도 없다. 쓰레기 무단 투기가 주로 문제가 되는데, 내 경우에도 지역 쓰레기봉투를 사서 그곳에 쓰레기를 담아 지정된 장소에 버리고 간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일부 베이비 부머 세대들은 평일에 '눈치껏' 차박과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홍성군도 아직은 강력한 단속을 예고하지 않고 있다. 다만, 캠핑과 차박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할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성군 "민원 제기되면 단속할 것"

홍성군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재(9월 30일 기준)까지 단속된 차량은 없다. (캠핑·차박 관련) 민원이 들어올 경우 대응할 계획이다. 아직 관련 민원은 한 건도 없었다"라며 "(주차장법이 주로) 야영과 취사에 대한 금지 규정만 있다. 그렇다 보니 단속 기준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 홍성군 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들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 안에서 밥을 지어 먹는 경우, 밖에서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단속을 할 것인지도 모호하다. 지켜보는 상태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영주차장의 차박을 전면 금지하고 단속할 경우, 마치 '풍선 효과'처럼 일반 노지에서 차박과 캠핑이 이루어지는 사례도 늘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홍성군 관계자는 "관련 법은 지자체 공영주차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단속 대상이 아닌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캠핑에 대해서는 계도와 관리를 고민해 보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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