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1st] '홀란, 너는 공 잡지 마.. 골 넣을 때만 빼고' 홀란의 역대급 '저패스' 기록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엘링 홀란은 공을 거의 잡지 않는다. 그저 골을 노릴 뿐이다.
27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2022-20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를 치른 맨시티가 크리스털팰리스에 4-2 승리를 거뒀다. 맨시틴은 3승 1무로 선두 아스널(4승) 추격을 이어갔다.
경기 주인공은 다시 한 번 홀란이었다. 팰리스가 먼저 2골을 몰아치며 이변을 만드는 듯 보였지만, 맨시티는 후반 8분 베르나르두 실바의 만회골로 추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홀란은 후반 17분, 25분, 36분 순식간에 세 골을 몰아쳐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EPL 데뷔 후 전 경기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7골 1도움을 올렸다. 현재 득점 1위다.
맨시티 경기의 특징은 홀란이 공을 받으러 내려가는 움직임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상대 문전에 머무르며 패스를 받거나, 불시에 흘러가는 공을 잡아 슛을 날릴 궁리만 한다.
그래서 홀란의 패스는 리그 최저 수준이다. 현재까지 300분 이상 소화한 선수들 중(4경기 풀타임일 경우 360분) 홀란은 두 번째로 패스를 적게 한 선수다. 최저 패스는 레스터시티 공격수 제이미 바디의 8.8회다. 그 뒤를 홀란의 12.3회, 노팅넘포레스트 공격수 브레넌 존슨의 14.5회, 뉴캐슬유나이티드 골키퍼 닉 포프의 18.0회,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공격수 마커스 래시퍼드의 18.5회가 잇는다.
팀 스타일을 생각하면 홀란의 볼 터치 수치는 놀라울 정도다. 맨시티는 단연 잉글랜드 전체에서, 나아가 전유럽에서 가장 패스를 많이 돌리는 팀이다. 경기당 패스 726.8회는 EPL에서 압도적인 1위다. 2위 리버풀의 669.8회와도 꽤 차이가 난다. 유럽 5대 리그를 통틀어 봐도 맨시티가 1위, 프랑스의 올랭피크리옹(685.7)이 2위다. 또한 EPL에서 패스를 가장 많이 한 선수 5명 중 4명이 맨시티 소속이다. 1위 로드리(103.8), 3위 주앙 칸셀루(85.5), 4위 카일 워커(84.0), 5위 후벵 디아스(82.8) 등이다. 홀란과 로드리의 격차는 약 8배 정도나 된다.
홀란이 매 경기 10회 넘는 패스를 한 것도 아니다. 위 평균 기록은 첫 경기였던 웨스트햄전에서 '무려' 21회를 기록한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본머스전에서는 패스가 고작 2회였다. 뉴캐슬 상대로 13회까지 상승했다가, 팰리스전은 다시 6회로 줄어들었다. 6회는 당연히 양 팀 선발 선수를 통틀어 최저 수치였다.
홀란은 수비 기록도 거의 없다. 현재까지 공 탈취와 가로채기를 단 한 번도 기록하지 않은 맨시티 주전 필드 플레이어는 홀란뿐이다. 세트피스 수비를 할 때는 당신 선수인 만큼 내려가서 가담해야 하므로 걷어내기는 현재까지 1회 기록했다. 이게 수비 기록의 전부다.
이처럼 빌드업, 패스 전개, 수비 등 어떤 측면에서도 팀 플레이에서 열외되어 있는 홀란의 모습은 이채롭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계승하고 있는 토털풋볼의 철학과 상충한다. 토털풋볼은 '전원공격 전원수비'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과르디올라 감독이 선수 시절 겪었던 바르셀로나 드림팀의 방식은 최전방 장신 공격수가 팀 플레이를 하고 좌우 윙어가 득점을 대신 맡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철학에 선수를 맞추는 게 아니라 슈퍼스타가 있다면 그를 위해 전술을 조정할 줄 알았다. 바르셀로나 시절 리오넬 메시를 최전방 프리롤에 가깝게 활용했다. 맨시티에서는 부임 초반 팀 플레이가 뛰어난 가브리엘 제주스를 중용하며 고집을 부리는 듯 했지만 곧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경기 관여도는 떨어지더라도 탁월한 득점감각으로 팀에 더 기여한다는 걸 인정하고 그를 위해 전술을 조정했다.
현재 홀란은 비슷한 부류의 선배 아구에로보다도 철저히 득점만 신경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인터뷰에서 "팀에 득점원이 있다는 걸 동료들이 의식해야 한다"며 최전방에 패스를 투입하라는 공개적인 주문을 한다.
팰리스전 해트트릭 중 첫 골은 상징적이었다. 맨시티 공격이 한 번 무산된 뒤, 필 포든이 상대 페널티 지역 안에서 공을 잡았다. 이때 포든은 지체 없이 문전으로 짧은 크로스를 날려 보냈다. 컷백을 비롯해 좀 더 확률이 높다고 알려진 플레이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일단 공을 문전으로 우겨넣는 쪽을 택했다. 홀란은 동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완벽한 타이밍에 튀어나와 헤딩슛을 성공시켰다.
연계 플레이를 덜 하고 간결한 마무리만 노리는 홀란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이에른뮌헨에서 다뤄 본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도 스타일이 다르다. 원래 득점에 특화된 선수였던 홀란이 과르디올라 감독을 만나면서 더 잦은 패스를 주문 받고 스타일을 바꿀 거란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홀란에게 자신의 팀을 맞춰가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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