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장남' 넘보는 반도체…지주사에 5257억 배당, 통신 제쳤다

SK그룹의 반도체 사업이 지주회사 SK㈜의 현금 확보 기여도에서 통신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SK㈜가 SK하이닉스로부터 직접 배당을 받지 않음에도, 반도체 관련 계열사들을 통해 지주사가 얻는 이익이 급격히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 1일 SK그룹이 ‘반도체 위원회’를 신설하고 인공지능(AI)·반도체 관련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 제치고 ‘SK 장남’ 넘보는 반도체
4일 SK㈜ 사업보고서와 대기업기업집단현황 공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SK㈜의 배당 수입(1조3994억원)에서 에너지, 반도체, 통신 분야 계열사가 기여한 비율은 각 42%, 38%, 17%로 나타났다.

반도체 등 산업용 가스 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지난해 배당금 3000억원을 SK㈜에 안기며, 2180억원을 배당한 SK텔레콤을 훌쩍 뛰어넘는 효자 노릇을 했다. 이 회사는 SK㈜의 손자회사였다가, 지난 2021년 SK㈜와 SK머티리얼즈의 합병으로 SK㈜의 자회사가 됐다.
역시 반도체용 특수가스 회사인 SK스페셜티와 전구체 회사인 SK트리켐도 각각 1500억원과 455억원을 모회사 SK㈜에 안겼다. 이들 반도체 소재 3사는 SK㈜가 각 100%, 100%, 65%를 보유한 데다 배당 성향이 국내 유가증권시장 평균(약 40%)을 훌쩍 웃도는 70~100%에 달한다.
이같은 반도체 소재·가스사들이 SK㈜에 배당한 현금은 5257억원, 에너지 계열인 SK E&S와 SK이노베이션의 배당금이 5872억원, 통신·ICT 계열 SK텔레콤과 SK C&C 베이징의 배당금이 2230억원이었다. 반도체 계열의 현금 기여도가 전통적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에너지에 필적하며, 통신은 이미 제쳤다.
현금 확보 급선무, SK하이닉스의 간접 기여
219개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선 SK는 그룹으로나, 최태원 회장 개인으로나 현금 확보가 급선무다.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SK하이닉스의 배당이 바로 SK㈜나 최 회장에게 이어지지 않지만, SK하이닉스·SK실트론을 대상으로 매출을 올리는 반도체 소재 계열사들이 고배당으로 지주사 이익에 기여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기술·산업 흐름이 반도체로 넘어간 데다, 그룹 내 현금창출 기여도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이 SK㈜ 외에 유일하게 의미있게 보유한 지분 역시 반도체 웨이퍼 공급사인 비상장사 SK실트론(29.4%)이다.
SK는 그룹 최고의사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글로벌·환경·커뮤니케이션·사회적가치 등 7개 위원회를 뒀지만, 반도체 같은 특정 사업을 위한 위원회를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위원회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위원장을 맡으며, SK하이닉스를 필두로 SK스퀘어,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등이 참여한다.
당분간 이어갈 HBM 주도권

그러나 최근 국제 반도체표준화기구(JEDEC)에서 HBM4(6세대)의 두께 제한을 전 세대보다 완화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D램을 12단·16단까지 쌓아야 하는 HBM의 두께를 극단적으로 제한할 경우, 기술 난이도가 높아져 수율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HBM의 안정적 수급을 원한 엔비디아 등 큰 손 고객들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소재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을 서두르지 않아도 된 것이고, SK하이닉스는 주도권을 유지하기 유리해졌다”라고 평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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