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전기차가 세그먼트를 구분하지 않고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중 소비자와 기업이 함께 고민하는 것이 화물 계통일 것이다. 화물차 특성상 적재 공간을 넓게 쓰기 위해서 배터리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배터리가 물리적으로 작아지면 주행거리가 짧아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현대차그룹이 최근 포터, 봉고 전기차 사양의 주행거리를 개선한 데에 이어, ST1도 그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ST1은 엄밀히 따지면 포터와 봉고의 상위 격 모델이기 때문에, 하위 등급인 포터와 봉고가 개선되었는데 ST1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2025 서울 모빌리티쇼를 통해 완전히 공개된 PV5의 출시에 대응하는 목적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ST1의 주행거리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이는 근거가 무엇일까?
환경부 인증 자료 등장
변경 인증 앞두고 있다
근거는 환경부 홈페이지에 있었다. 2025년 4월 2일 자로 업로드된 자료를 살펴보면, ST1의 하이탑, 카고, 냉동탑차가 주행거리 변경 인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정확히 얼마나 개선이 되었는지 기재되지 않았지만, 최대 317km의 주행 가능 거리로 그리 길지 않은 수치를 보이던 ST1이기 때문에 약간의 개선도 큰 상품성의 변화로 내다보인다.
아울러 단순히 수치상의 개선이 아닌 실주행 환경에서 개선이 얼마나 진행되었을지도 의문이 든다. 전기 화물차는 탑승객이 늘어나는 수준의 변화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중량 짐을 싣고 움직일 수도 있기 때문에 공차일 때와 짐을 적재한 상황에서 얼마나 비슷한 성능을 내는지가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아울러 자가용이 아닌 상용차기 때문에 날씨와 관계없이 균일한 성능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
세미보닛 포터 풀체인지
공급 확대 전략일까?
현재 판매되고 있는 포터와 봉고처럼 캡 오버 방식의 화물차는 2027년을 기점으로 퇴출당할 예정이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포터 풀체인지모델을 세미 보닛 형태로 개발하고 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캡 오버 방식 대비 기동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세미 보닛형 화물 트럭의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어쨌든 모든 1톤급 트럭이 세미 보닛형으로 전환되는 기점에 선 상황에서 막강한 상품성을 앞세워 개선형 ST1을 차기 포터 풀체인지 수요에서 흡수하고자 하는 전략일 수도 있다. 실제 포터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T-LPDI 파워트레인의 시장 거부 반응과 순수 전기 사양의 부진한 성능 탓에, 중고 디젤 사양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기현상을 보인다.
개선된다면 환영할 일
하지만 가격이라는 높은 벽
어쨌든 소비자를 위한 개선은 시장으로서 환영할 일이다. 이는 기업이 해당 재화를 시장에서 판매하고자 하는 의지이자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다는 정확한 방증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2% 부족한 상품성 탓에 고민하던 소비자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어 기업으로서도 판매량 증대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문제는 현실적인 가격 문제다.
실제 ST1은 포터나 봉고의 전기차 사양에 비할 수 없는 편의 장비를 갖추고 있고 세미 보닛 형태이기 때문에 안전성도 높고 적재함 바닥도 낮아 적재 편의성도 더 높다. 하지만 실 구매가가 3,000만 원대 (서울시 기준, 사업자 환급 혜택 제외)인 포터에 비해 1,000만 원가량 높은 4,000만 원대 (동일 기준)인 ST1은 소상공인으로서 부담스러운 선택지다. 현대차그룹이 과연 이번 주행거리 개선과 함께 가격 인하도 함께 단행할지 그 행보가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