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막 이웃 언니가 알려준 민들레 뿌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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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기자]
"민들레 뿌리에 사포닌이 많다네. 사찰 요리 배우러 가서 알게 됐지."
농막 이웃 언니가 느루뜰을 가득 메운 노란 민들레를 보며 말했다. 민들레 뿌리가 약용으로 쓰인다는 말을 들은 적 있긴 했다.
"이렇게 많은 민들레를 그냥 두기 아깝지. 뿌리 캐서 차를 만들어 볼까?"
그렇게 해서 남편과 나는 민들레 뿌리 캐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민들레 뿌리는 땅속 깊숙하게 파묻혀 있어 호미질을 깊이 해야 했다. 뿌리를 온전하게 뽑아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그때 마침 느루뜰 앞을 지나가던 중년의 부부가 우리 모습을 보더니 대뜸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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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들레 뿌리차 만들기 느루뜰을 가득 메운 민들레 뿌리를 캐서 깨끗이 씻고 건조기에 말린 후 덖어서 차를 만들었다. |
| ⓒ 이정미 |
"아, 그런가요? 그럼 지금껏 우리가 헛수고 한 거네요."
"저기 두렁 밑에 하얀 민들레 있던데, 그거 캐다가 옮겨 심으면 나중에 많이 번져요."
우리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호미질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헛수고라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 부부는 남편을 대동하여 하얀 민들레가 있는 두렁까지 안내하는 친절을 보여주었다.
남편은 "약효가 좀 덜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기야 하겠어" 하며 얼른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라고 재촉했다. 다행히도 노란 민들레와 흰 민들레는 '기본적인 약초로서의 기능'은 비슷하다고 했다. 다만 한방에서는 흰 민들레의 약용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제미나이 등의 도움을 받아본 결과, 흰 민들레는 비염이나 기관지 보호, 위장이 예민한 사람에게 좋다고 한다. 나에게는 흰 민들레차가 더욱 적합한 것 같았다. 반면에 노란 민들레는 해독,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남편은 간 기능이 취약한 가족력을 갖고 있다. 노란 민들레차는 남편이 직장에서 하루 1잔 정도로 가볍게 즐길 수 있을 정도면 될 것 같았다.
이왕 민들레 뿌리를 채취했으니 차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민들레 뿌리를 깨끗하게 씻어 건조기에 넣고 온도를 50도로 맞추어 11시간 동안 건조시켰다. 쓴 맛을 줄이고 고소함을 더하기 위해 후라이팬에 덖으면 끝이다. 직장에서 동료들과 나눠 마실 수 있도록 팩에 넣어 남편 가방에 넣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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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상추와 봄상추 지난 가을 상추가 봄이 되면서 잎을 복슬복슬하게 키워 감사하게 잘 먹고 있다. 올 봄에 씨뿌린 상추가 지난 주 내린 봄비에 제법 형태로 갖춘 모습으로 자랐다. |
| ⓒ 이정미 |
상추 잎을 보면 부드럽고 연하기 그지 없는데, 겨울을 버티는 생명력이 얼마나 놀랍고 대견했던지 모른다. 지난주 중에 봄비가 내린 후 가을 상추 잎이 말 그대로 쑤욱 자랐다. 올 봄에 새롭게 씨앗을 뿌린 상추는 이제 막 싹을 틔운 애기다. 쉼터에서의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상추 두둑으로 나갔다.
"상추야, 고마워."
현관문을 열고 나서면 밭이 펼쳐지고 바로 채소를 따서 밥상에 올리는 일은 행복이다. 봄햇살이 반짝 인사하고 이슬 내린 채소도 반갑게 웃는 듯하다. 그러니 어찌 "고마워" 인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몇 잎 따서 깨끗하게 씻어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넓은 대접에 담았다. 그 위에 방울토마토, 데친 브로콜리, 딸기를 올리고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오일을 뿌렸다. 싱싱하고 새콤 달콤한 아침 샐러드가 뚝딱 만들어졌다.
개인적으로 상추의 아삭한 식감과 살짝 쓴 맛, 부담없는 부드러움을 좋아한다. 많이 먹어도 탈이 없다. 생선 조림이나 고기 요리와 잘 어울려 쌈채소로도 가장 손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 각별이 애정한다.
아침을 먹고 다시 상추 두둑에 나와 평일 5일치의 상추잎을 가득 땄다. 잘 자란 상추잎을 따서 초벌 씻기해서 집으로 가져 온다. 그러면 나는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 아침 저녁으로 꺼내서 흐르는 수돗물에 한번 더 헹궈 먹으면 된다. 이렇게 잎을 왕창 따도, 다음 주면 또 새 얼굴로 복실복실 잎을 키우는 상추다. 얼마나 예쁘고 고마운지 모르겠다.
상추는 90퍼센트 이상이 수분과 식이섬유로 이루어져 체내 노폐물 배출에도 좋고 철분이 풍부하다고 한다. 칼륨도 풍부해서 나트륨 배출도 돕는다. 비타민 A와 베타카로틴도 함유하고 있어 눈 피로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렇게 이점이 많다는 사실을 상추를 직접 기르면서 알게 되었다.
마트에서 사면 상추는 금세 물러지곤 했다. 몇 장 들어 있지도 않은데 몇 천원씩 하니 선뜻 손이 나가지 않았다. 상추는 가장 흔한 쌈 채소이기도 해서 귀하게 여기지 못했던 것 같다. 알고 보면 흔하고, 편하고, 손쉽게 구하고, 부담 없는 것들이 더 소중한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이제야 나는 그런 소소한 삶의 진리를 깨닫고 있다.
인연을 맺고 가꾸며
우리의 쉼터를 지어주셨던 업체 안주인님은 취미로 그림을 그리신다. 돌맹이, 마스크, 나무판에 좋은 글귀를 쓰고 꽃을 그려 넣어 이웃에 선물하는 것을 기뻐하신다. 요즘 맞춤형 쉼터를 제작하는 다양한 업체들이 있지만 우리는 지역의 업체를 선택했다. 시골 업체라 디자인 면에서 다소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이후 AS나 도움이 필요할 경우를 더 크게 고려한 선택이었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우리는 사장님댁과 꾸준히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 단톡방이 있어 서로 안부를 묻곤 한다. 지난 겨울 어느 날, 느루뜰 현판을 만들었다며 연락을 주셨다. 여차 저차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가 일요일 사장님이 좋아하시는 머위를 따서 들렸다.
"어머나 세상에, 너무 예뻐요. 블링블링 화사하니 마음에 꼭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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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루뜰 현판 쉼터를 지어주신 사장님이 느루뜰 현판을 예쁘게 만들어 주었다(위). 안사장님이 선물해 주신 '독일 아이리스' 모종(아래). |
| ⓒ 이정미 |
좋은 분들과 새롭게 인연을 맺고 가꾸며 살아가는 지역에서의 삶이 나에게는 또 다른 삶의 풍요를 느끼게 한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온기 같은. 느루뜰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마을 산책에 나선 길, 집 앞 길가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계시던 어르신 두 분이 우리 부부를 보며 얼마나 반가워 하시든지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응, 저 위, 한 번 씩 불이 반짝여서 참 좋았어. 자주 와. 젊은 사람들이 오니 얼마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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