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지나도…쿠팡엔 엑소더스 없었다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4. 9.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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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십 요금 인상한 쿠팡

지난 4월 유통업계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든 뉴스가 하나 전해졌다. 국내 1400만명 회원을 보유한 쿠팡이 유료 멤버십 ‘쿠팡 와우’ 요금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리겠다고 나선 것. 신규 회원은 4월부터, 기존 회원은 8월부터 인상된 요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60%에 육박하는 가격 인상폭에 쿠팡 멤버십 이용자가 우르르 탈퇴할 수도 있다는 ‘설’이 돌았다. 이른바 ‘쿠팡 엑소더스’ 설이다. 특히 기존 회원 요금 부담이 늘어나는 8월부터 탈퇴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여타 이커머스 경쟁사는 ‘탈쿠팡족’을 잡겠다며 멤버십을 늘리고 각종 혜택을 확대하고 나서기도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쿠팡 엑소더스’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사용자가 더 늘었다. 쿠팡뿐 아니다. 배달 앱 ‘쿠팡이츠’와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 ‘쿠팡플레이’도 8월에 역대급 사용자 증가세를 보였다. 값을 올렸는데 사용자는 늘어난 쿠팡 미스터리(?)는 왜일까.

요금 올렸는데…사용자 늘어난 쿠팡

쿠팡플레이·이츠, 앱 증가 순위 ‘톱10’

탈쿠팡 우려가 무색하게도, 올해 8월 쿠팡 사용자는 도리어 늘었다.

빅데이터 전문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8월 쿠팡 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3138만명이다. 전달인 7월(약 3119만명)보다 오히려 월 사용자 수가 19만명 늘었다. 요금 인상을 결정했던 4월(약 3044만명)보다는 90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일간 사용자 수(DAU)도 증가세다. 쿠팡이 기존 회원에게도 올린 요금을 받기 시작한 8월 7일부터 9월 6일까지, 한 달 동안 일평균 사용자 수는 1354만명이다. 7월 7일부터 8월 6일까지(1348만명)와 비교하면 도리어 사용자가 증가했다. 하루 한 번 이상 쿠팡 앱을 이용한 이가 하루 6만명 가까이 늘었다는 얘기가 된다. 쿠팡 앱 내 카드 결제 금액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 8월 기준 2조9800억원. 전년 동월(2조6300억원)과 비교하면 13% 늘어난 액수다. 전달인 올해 7월(3조400억원)보다는 소폭 떨어졌지만 극적인 변화는 아니다.

쿠팡뿐 아니다.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는 올해 8월에 역대급 사용자 수 증가를 보였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월 대비 사용자(MAU)가 가장 많이 늘어난 앱 3위가 쿠팡플레이(약 68만명), 10위는 쿠팡이츠(약 49만명)가 차지했다. 경쟁이 치열한 OTT 앱과 배달 앱 카테고리에서 쿠팡 앱이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요금 인상을 단행한 8월에 오히려 더 급격한 오름세를 보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함께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다른 앱을 살펴보면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 약진이 두드러진다. 1위는 정부 민원·서비스 종합 앱인 ‘정부24’, 2위는 국민 지도 앱인 ‘네이버 지도’다. 3위 쿠팡플레이 뒤를 이어 4위 토스, 5위 구글 크롬, 6위 스마트띵스, 7위 코레일톡, 8위 카카오페이, 9위는 쓰레드였다. 인스타그램에서 내놓은 텍스트 기반 SNS 쓰레드를 제외하면 모두 범용 앱이다.

추석을 앞두고 교통편 검색과 선물 구입 수요로 사용자가 늘어난 몇몇 앱과 달리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는 별다른 수혜도 없었다. 요금 인상이라는, 악재라면 악재가 있었을 뿐인데도 순수 사용자 수가 늘어난 셈이다. 쿠팡플레이·이츠와 경쟁 관계라고 볼 수 있는 앱 중에선 디즈니+(18위), 배달의민족(21위), 티빙(43위) 정도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쿠팡은 44위를 기록했다.

쿠팡 앱이 잘나가는 3가지 이유

“기왕 낸 돈, 더 쓰자”…묶음 전략

멤버십 요금을 인상했는데 도리어 쿠팡 계열 앱 사용자 수가 늘어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크게 3가지로 이유를 분석한다.

첫째, 쿠팡 특유의 ‘묶음’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쿠팡 멤버십은 이커머스·OTT·배달이라는 굵직한 카테고리를 모두 커버한다. 멤버십을 하나만 가입해도 다양한 혜택을 볼 수 있다.

요금 인상이 사용자 수 증가로 이어진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기왕 비싼 돈 내고 쓰는데, 이용이라도 많이 하자’는 심리가 작용했다. 쿠팡 하나뿐이었다면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 멤버십 때문에, 평소 하나 사던 걸 두 개 구입할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카테고리가 여럿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OTT는 기왕이면 쿠팡플레이를, 배달은 쿠팡이츠를 쓰자’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금 인상이 오히려 쿠팡 여타 서비스 이용을 늘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비싼 돈 주고 쓰는 김에 다른 서비스도 많이 이용해야 손해 보지 않는다는 심리를 잘 파고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너무 많이 늘어난 멤버십 서비스’다. 여타 이커머스 사이 펼쳐진 멤버십 경쟁이 오히려 쿠팡에 득이 됐다는 해석이다. 신세계그룹을 비롯해 네이버, 컬리, 배달의민족, 요기요, 11번가 등 업종을 불문하고 멤버십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멤버십이 늘어나며 소비자 사이에선 비용 부담과 피로감이 커졌다. 자연히 혜택을 비교하게 됐다. 특히 취급하는 제품군이나 영역이 비슷할 경우 여러 멤버십에 중복 가입할 유인이 떨어진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이참에 멤버십을 한번 싹 정리하자는 수요가 많다. 가성비를 따지는 과정에서 두세 개 멤버십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며 “쿠팡이 수혜를 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스탠다드 기준 월 1만3500원이다. OTT 하나만 서비스하는데도 쿠팡 와우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 배달비 무료를 앞세운 배달의민족 멤버십은 월 3990원이다. 사용자 입장에선 4000원만 더 내면 배달비 무료는 물론 쿠팡 무료 배송과 OTT까지 추가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여파다. 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 이후 대형 커머스 플랫폼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타 중소 커머스 자본잠식 이슈가 제기되면서 ‘제2의 티메프’를 우려한 입점 업체나 셀러가 대형 플랫폼을 선호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로 커머스 판이 흔들리면서 익숙하고 안정감이 높은 대형 플랫폼으로 소비가 몰리는 경향이 관측된다”며 “멤버십 비용과는 별개로 일단 머무르고자 하는 심리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공정위 ‘끼워팔기’ 조사 시작 2분기 적자전환도 ‘과징금’ 탓분위기가 좋은 쿠팡이지만 리스크가 없지는 않다.

당장 ‘공정위 조사’라는 산을 넘어서야 한다. 공정위는 최근 쿠팡 ‘끼워팔기’ 혐의로 현장조사에 나섰다. 쿠팡과 별개 서비스인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 배달 서비스를 무료 제공한 것이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끼워팔기’에 해당한다는 의혹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쿠팡 끼워팔기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올해 6월 공정위에 신고했고 공정위는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알고리즘 조작에 따른 자사 상품(PB) 우대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16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10월 예정된 국정감사를 앞두고 쿠팡을 향한 공정위 눈초리가 더 매서워지는 모습”이라며 “올해 2분기 공정위 과징금을 선반영하며 쿠팡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했다. 공정위와 갈등이 계속된다면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7호 (2024.09.25~2024.10.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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