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지적 독자 시점> 안효섭, "소다 팝 리액션? 흥행 위해 적극 활용할게요"

안효섭

“정말로 그렇게까지 멋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속 김독자를 연기한 배우 안효섭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경계했다. 대사를 하고, 칼을 들고 뛰는 액션을 하면서도 “너무 히어로 같지 않았나”를 매 장면 끝마다 감독에게 확인했다. 김독자는 영웅이 아니라, 누구나 될 수 있는 인물이길 바랐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전지적 독자 시점>은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 세계가 멸망하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된다는 설정 아래, 주인공 김독자는 오직 자신만이 그 세계의 결말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무기로 살아남기 시작한다. 스크린 데뷔작으로 이 거대한 세계관의 중심에 선 안효섭은 “감사하고 감회가 새롭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전지적 독자 시점>

그는 김독자라는 인물을 정의하는 키워드로 ‘보편성’을 꼽았다. 모두가 다르기에 모두가 평범하다는 역설, 그 안에서 독자의 얼굴을 찾으려 했다. “키가 크다고 평범하지 않은 건 아니고, 눈이 작다고 평범하지 않은 것도 아니잖아요. 거울도 거의 안 봤어요. 오히려 스타일링도 그냥 맡겼고요” 외형적 장점을 지우려 했던 노력은 거친 커트와 어두운 피부 톤, 닳은 운동화로 이어졌다. “신경 안 쓰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독자는 그런 사람이니까요”

연기의 진짜 숙제는 따로 있었다. 무기 없이 시작해 점점 능력을 키워가는 독자의 여정을 표현하는 일이었다. 액션의 스펙터클보다, ‘어설픔’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했다. “누가 칼을 휘둘러봤겠어요. 누가 괴물과 싸워봤겠어요. 그런 인물이 빌딩을 뛰고 사람을 구하면, 어색해야 맞는 거죠”

CG와 합을 맞추는 것도 도전이었다. 특히 어룡과의 장면은 가장 까다로웠다. “괴수 뱃속에 빠졌을 때의 촉감까지 다 상상해야 했어요. 푹신한지, 딱딱한지까지요” 생생한 상상은 실제 리액션으로 이어졌고, “그냥 본능을 따랐던 것 같다”는 말처럼, 상상의 감정을 실제 감정으로 연결해냈다.

캐릭터의 가장 핵심이 되는 장면 중 하나는 독자가 퇴사하던 날 사람들이 오가는 출입문을 오랫동안 놓지 못하고 잡고 있는 짧은 컷이었다. “그 한 장면이 독자의 전부를 보여주는 순간이었어요. 본인은 놓고 싶지만, 놓지 못하죠. 항상 세상에 끌려다니는 사람, 자기 의지대로 된 적이 없는 사람이니까요”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작은 디테일에 의미를 부여했다. 백팩을 앞으로 메는 행동, 해진 신발 바닥, 후줄근한 옷까지 모두 ‘세상에 치이며 살아온’ 김독자를 위한 장치였다.

감정 표현의 어려움도 컸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하는 인물, 하지만 내부의 동요는 쉴 새 없이 일어난다. “현장에서 실제로 땀을 너무 흘렸어요. 그린 존을 돈으로 사고 혼자 거기서 기다리는 장면은 수치스럽고 부끄러웠거든요. 발이 안 떨어지는 느낌, 그걸 버티는 감정이 중요했어요”

가장 큰 전환점은 ‘그린존’이었다. 독자가 현실에서 벗어나 진짜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 “그때 독자는 자기 심장을 따랐어요. 누군가를 위해 나설 수 있을까, 자기 목숨보다 신념이 중요했던 순간이죠” 그는 독자가 ‘변화’하는 인물이라는 데서 이 캐릭터의 순수한 매력을 봤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인생을 내 의지대로 끌고 나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평생을 이리저리 치이며 살아온 사람이 처음으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려 한 거죠” 안효섭은 독자의 결심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선택’이라기보다는, ‘누구라도 할 수 있어야 하는 선택’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유중혁(이민호)과의 대비로 이어졌다. “유중혁은 현실을 수십 번 반복하면서 인간성 자체를 의심하게 된 인물이라면, 독자는 아직도 세상을 믿고 싶은 인물이죠. 그 둘의 충돌이 계속 이어지는데, 독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요. 시험당하면서도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려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스크린 데뷔작이자 첫 장편 영화인 <전지적 독자 시점>은 안효섭에게 또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이제 겨우 적응한 것 같아요. 후속편이 나오게 된다면, 훨씬 더 뚜렷하고 능동적인 독자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1편보다 멋있어졌으면 좋겠고요” 영화에서 보여준 철학은 전 세계에 통할 수 있는 메시지라고 믿는다. “우리는 결국 함께 살아야 하잖아요. 당신이 없으면 내가 존재할 수 없는 거니까요”

한편 안효섭은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영어 더빙에 도전하며 또 다른 얼굴을 선보였다. “제목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긴 한데, 대본이 너무 재밌었어요. 진우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었고, 영어 연기에 대한 갈증도 있었거든요” 팬들이 만든 ‘진우 장례식’, 제작보고회에서 보여준 ‘소다 팝 리액션’ 등의 온라인 반응에 대해서도 “처음엔 얼떨떨했지만, 이제는 무대인사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안효섭은 배우로서의 소망을 이렇게 정리했다. “아직 이 소설은 안 끝났으면 좋겠어요.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이 장면들이 부끄럽지 않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지금처럼 계속 써 내려가고 싶어요”

전지적 독자 시점
감독
출연
지수,권은성,박호산,최영준,정다정,조성희,싱숑
평점


글 ·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사진 · 더프레젠트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