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들였는데 엉망" vs. "원하는 대로 시공" 한샘 인테리어 두고 공방
“아이들과 즐겁고 행복한 입주를 꿈꿨는데, 한샘인테리어(한샘) 때문에 완전 멘붕입니다. ‘책임시공요? 광고에 속지 마세요!” (송파구 60평대 아파트 예비 입주자 A씨)
“고객이 공사 기간 내내 현관 시스템 장 디자인 등을 바꿔 달라고 해서 공사가 지연됐어요. 대리점주가 힘들어서 본사에 보고하려고 만든 PPT가 무려 38장입니다.”(한샘 관계자)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샘을 통해 인테리어 공사를 했으나, 입주예정일은 물론 현재까지 공사가 안 끝났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샘 측은 올해 초 ‘무한책임 리모델링’을 내세우며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터라 이 글의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글을 올린 A씨는 한샘 제품으로 인테리어를 계약했으나 비(非) 한샘 브랜드 자재가 쓰였고, 이에 대해 대리점에서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A씨가 한샘 본사 측에 강력 항의하자, 한샘 측에서 한샘 브랜드 제품 제공과 시공 후 대리점에 구상권 청구 등을 약속해 놓고는 이마저도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본사 사람을 직접 보내서 얘기해 놓고 갑자기 말을 바꾸는 게 한샘”이라며 “어이가 없다”고 했다.
A씨는 또 공사 비용이 원래 약 1억7000만원이었으나, 한샘 측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4500만원이 더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인테리어 비용만 어지간한 집값 한 채에 맞먹는 2억15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는 것이다. A씨는 “최초 견적서 외에 추가견적이 없는 것으로 약속했으나, (대리점이) 갑자기 추가견적을 들이밀었다”며 “황당하다”고 했다.
한샘은 올해 초 ‘무한책임 리모델링’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정품 자재를 사용하고, 직접 시공과 전자계약서 제공, 본사 AS 등을 골자로 하는 제도다. 특히 불투명한 공사비용과 무책임한 하자보수 등의 문제점을 없애겠다고도 했다. 단, ‘무한책임’은 한샘 제품에 한해서다. 한샘 외 다른 회사 제품을 사용할 경우는 보수가 어렵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런데 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일까. 한샘 관계자는 “붙박이장 등이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모듈형(조립식) 가구 조립 방법이 회사마다 제각각이다”며 “이를 잘못 건드리면 파손될 수 있어 한샘 기사가 타 회사 제품을 마음대로 설치 및 철거할 수 없다”고 했다.
A씨가 현관과 드레스룸에 넣어 달라고 주문한 자재는 한샘에 없는 제품으로 확인됐다. 한샘 관계자는 “A씨가 요청한 자재를 한샘 직원이 설치하는 게 불가능해서, A씨와 대리점주, 다른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 3자 회의를 통해 A씨가 원하는 자재로 시공하는 방안을 협의한 뒤 시공했다”면서 “그러나 A씨가 공사가 끝난 후 불만을 표했다”고 말했다.
한샘 측은 이 같은 이유를 들어 무상으로 재시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공사 기간이 두 달 연장되고, 수천만원 비용이 추가된 배경에는 A씨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실제로 A씨는 계약서 이후에 대리점주에게 인테리어 자재 변경 요청을 수차례 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리점주가 지난 몇 달간 A씨의 요청 사항을 기록해 둔 38장의 PPT 자료에는 ‘한샘으로 불가능 스펙을 사재로 대체하기로 함’ ‘사재 카달로그에서 선택하고, 사재가구 실장님과 A씨가 현장에서 같이 미팅함’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A씨가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한샘제품으로 계약했는데 사재품으로 들어와 있어서 대리점에 항의했다’ 는 주장과는 결이 다르다.
A씨가 이런 주장을 펼친 이유에 대해 인테리어 업계에선 결국 상당한 공사비용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한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비가 1억7000만원이라면 초고가는 아니지만, 고비용이라고 봐야 한다”며 “많은 공사비를 냈으니 A씨 입장에선 ‘그 정도 돈이면 인테리어 업체가 다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글=김서경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