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무너진 두 부자…한명은 부친, 한명은 아들 잃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 희생자 5명의 신원확인과 인도가 완료된 3일 오전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대전 유성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합동분향소는 유성구청에 설치하고 5일 오전 9시부터 운영한다. [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4/joongang/20260604014517875yndd.jpg)
지난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화재로 숨진 5명 중 2명이 부자(父子)가 회사에 함께 재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 5명의 시신은 유전자(DNA)대조 등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 유족에게 인계됐다.
경찰과 소방, 대전 유성구 등에 따르면 이번 참사로 숨진 50대 직원의 아들과 입사 96일차에 변을 당한 20대 비정규직 직원의 아버지가 같은 대전사업장에서 근무했다. 부자가 한 직장에 다니다 한 가족은 아버지, 다른 한 가족은 아들을 잃었다.
사망자 5명의 시신은 모두 유성선병원에 안치됐다. 충남대병원에 안치됐던 시신 2구는 3일 오전 8시 40분쯤 유성선병원으로 이송됐다. 유족은 장례식장 빈소를 배정받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측과 장례일정 등 협상이 결렬되면서 조문객을 맞지 못하고 있다. 각 빈소엔 근조기와 장례용품이 놓여있었다.
장례식장의 유족들은 오열했다. 50대 막내아들을 잃은 백발의 80대 노모는 “누가 내 아들을 데려갔느냐. 엄마랑 같이 가자. 엄마나 한번 보고 가지 이놈아”라며 눈물을 흘렸다.
백발의 노모와 유족이 떠난 자리에는 우황청심환 3병과 생수 몇 병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안치실에서 나온 한 중년 남성은 “내가 같이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못 해줬다”며 오열했다. 이 남성은 다른 유족이 대기하던 빈소에 들어가선 “막았어야 했는데, 막지 못했다”며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다른 유족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눈물을 훔쳤다.
유족들은 이날 유성선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에게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한 유족은 “관성인지 타성인지 뭘 알고 작업을 한 것이냐. 지옥 불에 집어넣은 거 아니냐”고 했다. 이어 “2018년, 2019년 사건 당시에도 합의가 지연됐다. (과거 중대재해 사망)경험이 있는 거 아니냐. 재발 방지 대책은 지난번과 어떻게 다르냐”며 “회사의 명확한 대책을 보여달라”고 했다.
또 다른 유족은 “유족이 조건을 제시하기보다 회사가 먼저 생각하고 있는 방안을 설명해달라”며 “합당한 제안이면 생각해볼 테니 먼저 제안을 해달라”고 했다. 이날 새벽부터 빈소에 대기하던 유족은 언성을 높이다가도 맥이 빠지는 듯 흐느꼈다. 한화에어로 손재일 대표는 “정말 죄송하다. 최대한 사고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유족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례 비용은 회사측에서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 유성구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유성구청 1층 로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합동분향소는 4일까지 만들고 5일 오전 9시부터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유성구는 과장급을 팀장으로 유족을 지원하는 전담팀을 꾸리고 공무원들을 배치했다. 유족 별 빈소가 배정된 유성선병원 장례식장엔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지사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의 활동가들이 심리 지원을 위해 대기 중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 1일 오전 10시 59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세척공실(56동)에서 석유계 용제를 물에 소량 희석해 공구 등에 묻은 잔여 화약을 세척하는 작업 도중 발생했다.
대전=손성배·곽주영 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부진 요리스승 “췌장암 완치”…90대 장수 노인들의 비밀 | 중앙일보
- YS “못 이기겠지만 종로 나가소”…황당 MB, 영화같은 일 일어났다 | 중앙일보
- “스페이스X 상장 전 지금 사라”…6월말 돈 버는 단타 ETF | 중앙일보
- “촬영 중 강압적 성관계” 여성 출연자들 폭로…영국 인기 예능 결국 | 중앙일보
- “가진 게 돈뿐” 70대 남성 현금 꺼내더니…20대 남성에 충격 성희롱 | 중앙일보
- 칼국수마저 배신했다…사장도 단골도 울린 ‘만원의 비극’ | 중앙일보
- 성매매 민원 터졌던 ‘박카스 할머니’…인천 만월산에 다시 떴다? | 중앙일보
- 광주서 15세 상의 벗기고 집단폭행…주변 학생은 담배만 피웠다 | 중앙일보
- “성인 3명이 15분간 씨름”…부산서 잡힌 164㎝ ‘전설의 심해어’ 정체 | 중앙일보
- 박미선, 암투병 끝 예능 복귀…“남편 이봉원 믿고 출연 결정”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