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넣으면 마음대로 못 꺼낸다…'금욕 상자'에 갇힌 사람들, 왜 [숏폼 전성시대]
" 이틀간 ‘디지털 디톡스(해독)’를 했더니 몸도 마음도 상쾌해졌어요. " ‘X(엑스‧옛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디지털 디톡스’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관련 게시물 수천건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인터넷, 전자기기에서 벗어나기 챌린지 성공적으로 진행 중” “요즘 폰 보는 시간이 많아져서 산책 시간을 늘렸다”는 등 각자의 경험담을 공유했다.
이처럼 숏폼 전성시대의 부작용인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도 MZ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쾌감‧즐거움 등을 느낄 때 체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도파민’만을 추구한다는 의미의 신조어 ‘도파밍’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도파밍은 도파민과 수집을 의미하는 ‘파밍(Farming)’이 합쳐진 말이다.
대표적인 게 ‘스크린 타임 챌린지’다. 하루 동안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본 시간을 SNS에 알리면서 점차 시간을 줄여나가는 일종의 도전기다. 이와 관련해 휴대전화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용도의 애플리케이션(앱)도 인기다. 한 앱의 경우 다운로드 수가 100만 건을 넘겼다. “내 삶에 유튜브 등 숏폼이 사라진 대신 여가가 생겼다” “집중력을 키울 수 있어서 좋았다”는 후기가 잇따랐다. 일명 ‘금욕 상자’도 등장했는데, 휴대전화를 상자에 넣고 뚜껑을 닫으면 일정 시간이 지나야만 열 수 있는 구조다.
일부 젊은 층은 숏폼 대신 ‘텍스트 힙’을 추구한다. 텍스트 힙이란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Text)’와 ‘멋있는’ ‘개성 있는’이라는 뜻의 신조어 ‘힙(Hip)’을 합친 말이다. 이들은 SNS에 독후감을 공유하거나 독서 모임 등을 가진다. 소규모 달리기 동호회인 ‘러닝 크루(Running Crew)’에 대한 관심도 많다.
MZ 세대의 이런 움직임은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특성과 맞물려 유행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MZ 세대에게 있어 디지털 디톡스는 도파민 중독에 대한 하나의 반(反)트렌드”라며 “디지털 디톡스에 대한 본인의 경험을 알리고 공유하면서 함께 도전하는 데 더 큰 가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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