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에 30㎏ '뼈말라'인데…"장원영 될래" 죽음의 다이어트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이유진(12·가명)양은 키 145㎝에 체중 30㎏ 정도로 또래보다 마른 편인데도 1년째 다이어트 중이다.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처럼 되고 싶다”는 게 이양의 소망이라고 한다. 이양은 하루 두끼만 먹고, 한 끼에 두 숟가락 남짓 밥만 먹으며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있다. 닭가슴살 조금, 샐러드가 유일한 반찬이다. 이 양 어머니는 “아이에게 장원영 언니처럼 되려면 잘 먹고 운동해야 한다고 설득해도 통하질 않는다. 강제로 밥을 먹일 수 없고…”라며 속을 태웠다.
거식증 환자 중 10대 여성 제일 많아


10대 사이에선 이른바 ‘프로 아나(거식증 찬성)’라고 불리는 이들의 초절식 다이어트가 유행하고 있다. 트위터와 같은 SNS에선 ‘뼈말라(뼈 보일 정도로 마른 몸)’ ‘먹토(먹고 토하기)’ ‘유지덥’(목표 체중)과 같은 은어가 흔히 쓰인다. 10대 프로 아나 수십 명이 모인 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는 “11일째 단식 중” “(먹더라도) 입 터지지 않게 조심하라”와 같은 대화가 지난 일주일 동안 오갔다. 이들은 부모나 친구가 음식 섭취를 권한다면 “먹임 당한다”고 표현했다. 속칭 ‘나비약’으로 불리는 식욕 억제제를 처방해주는 병·의원 이름이나 비만약 나눔 글도 수시로 올라왔다. 이들에 따르면 요즘은 ‘키빼몸(키 빼기 몸무게)’이 130~125대에 머무르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키가 165㎝라면 몸무게가 35~40㎏대야 한다는 얘기다.
“너무 뚱뚱하다” 자책하는 아이들…문제는


전문가들은 “사회 책임이 크다”라고 입을 모은다. 마른 몸이 선호되는 사회적인 분위기나 대중문화가 청소년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엔 적게 먹는 사람을 추앙하는 ‘소식좌’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극단적인 소식(小食)이 주목받고 있다. 160㎝에 몸무게 34㎏이라는 한 여중생은 “29㎏까지 빼려고 초절식 중"이라며 "정상 체중도 통통하다고 치부하는 분위기라 마른 사람을 부러워하게 됐다”고 했다. 먹토를 반복하다 지난해 10월부터 섭식장애 치료를 받고 있는 C양(16)은 “정상적인 음식물 섭취가 어려워 아메리카노로 버티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에서 마른 몸을 요구하고 연예인들도 전부 말라 동경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극대화된 경쟁사회에서 청소년들은 주변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고 목숨까지 해치는 극단적인 다이어트에 빠져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교육과정에 섭식‧영양 관련 교육을 포함해 어릴때부터 자신의 몸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돕고, 타인의 외모에 대해 서로 언급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율리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의 섭식장애는 뇌에 영양실조가 오게 해 심하면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영국은 250만 명이 앓는다고 하는데 한국은 관련 데이터도 없다”며 “선진국처럼 섭식장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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