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퇴진, 5개월 이내 vs 6개월 이후…수싸움 뒤엔 '이재명' 있다

허진 2024. 12.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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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일 국민의힘 한동훈(오른쪽)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회에서 회동한 뒤 악수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종착역은 사실상 정해졌다. 중도 퇴진이다. 5년 임기는 고사하고 내년 상반기를 넘길지도 미지수다.

문제는 어떤 길로, 어떤 속도를 내서 갈지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윤 대통령을 조속히 탄핵 열차에 태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한다. 무슨 방법이든 윤 대통령이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자리를 오래 지킬 수 없다는 건 같지만 여야는 왜 이렇게 첨예하게 갈등할까.


① 탄핵은 결국 5월 대선

만일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대선은 150일 이내, 그러니까 내년 5월 중순을 넘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6년 12월 9일 탄핵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은 91일 뒤인 2017년 3월 10일에 나왔다. 헌법 68조 2항에 따라 대선은 탄핵 뒤 60일 이내인 그해 5월 9일 치렀다. 탄핵소추부터 후임자 결정까지 151일이 소요됐다.

이번에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될 경우 탄핵심판 기간은 더 짧아질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이 내란죄로 입건된 피의자 신분인 데다가, 인신이 구속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건이 복잡하게 얽혀 있던 8년 전과 달리 따질 쟁점도 적다는 게 중론이다.

5개월 뒤 대선이 치러지면, 이 시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최종 판결 직전이 될 공산이 크다. 지난달 15일 열린 1심 재판에서 이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 이후 사법부가 6·3·3 규정(선거범 재판의 선고는 1심은 공소제기 후 6개월, 2심 및 3심은 전심 선고 후 각 3개월, 전체 합계 1년 이내 선고)을 강조하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내년 5월까지 이 대표 최종심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대표 입장에선 ‘사법 리스크’ 부담을 뒤로 미룬 채 대선에 임할 수 있게 된다.


② 질서 있는 퇴진은 6월 이후 대선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질서 있는 퇴진’의 구체적 방법론은 정해지지 않았다. ▶자진 하야 ▶임기 단축 개헌 ▶윤 대통령 2선 후퇴 뒤 거국 내각 구성 등 여러 목소리가 분출하지만 이들 방법의 공통점은 사실상 딱 하나다. 대선 시기를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확정 판결 이후로 미루는 것이다. 대선을 아무리 빨리 치르더라도 내년 6월 이후에 해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9일 BBS 라디오에서 “탄핵 심판이 어떤 결론을 낼지도 불분명하다”며 “오히려 6개월 후나 시한을 정하고 1년 이내건, 6개월 이내건 질서 있는 퇴진을 하는 게 훨씬 더 사회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혁 최고위원도 CBS 라디오에서 “탄핵이 진행됐을 때와 (하야) 시점이나 시기가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면 좋겠다”며 “탄핵심판은 대개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이라고 했다.

친한계 목소리를 종합하면 최소 3개월에서 최장 1년 뒤를 하야 시점으로 보는 건데, 이럴 경우 실제 대선 시점은 여기에 2개월을 더해야 한다. 선거 기간을 고려하면 최소 5개월에서 최장 1년 2개월 뒤가 대선 시점이 된다는 얘기다. 결국 이 시나리오는 이 대표 선거법 최종심 이후를 가장 빠른 대선 시점으로 상정하고 있는 셈이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 등의 내란 혐의 진상규명을 위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 등에 관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 처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뉴스1

③ 변수는 수사 속도와 민심

여야가 탄핵이냐, 질서 있는 퇴진이냐로 싸우고 있지만 결국 속내는 대선을 ‘5개월 이내’ 치르느냐, ‘6개월 이후’ 치르느냐로 수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민심의 쓰나미 앞에서 정치공학적 고려를 통해서 잔기술을 부리면 되겠느냐”(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는 지적도 나온다.

핵심 변수는 속도를 내고 있는 내란죄 관련 수사와 국민 여론이다.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서로 “내가 수사하겠다”고 경쟁하고 있다. 9일 윤 대통령은 출금금지 조치됐고, 자칫 긴급 체포까지 당하기 직전이다.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가 현실화하면 민심은 더욱 악화할 게 뻔하다. 박원호 서울대(정치학) 교수는 “여야 어느 쪽이든 선거 유불리를 갖고 탄핵 여부를 결정짓는 건 잘못됐다”며 “대통령이 구속되면 국군통수권은 어떻게 할지 등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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