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전철을 밟다
“전철을 밟다”는 이전 사람의 잘못을 되풀이한다는 말이다. 관용구처럼 쓰이는 이 말에서 ‘전철(前轍)’은 탈것을 가리키는 ‘전철(電鐵)’이 아니다. 이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탈것이 지나간 흔적이다. 더 구분해 말하면 ‘전철(前轍)’에서 ‘철’은 바퀴 자국을 뜻한다. ‘전철’은 그러니 앞의 바퀴 자국이다. 그렇다고 ‘전철’이 이런 뜻으로 쓰이는 건 아니다. ‘전철을 밟다’에서 알 수 있듯 ‘전철’은 이전 사람의 그릇된 일이나 행동의 자취를 이르는 말로 쓰인다.
국어사전들은 친절하게 ‘전철’이 본래 가진 뜻도 알려 준다. 그런데 대부분 이런 식이다. “앞에 지나간 수레바퀴의 자국”이라는 뜻으로. 어딘가 어색하다. 옛날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은 ‘수레바퀴가 지나간다’는 표현은 하지 않는다. 차가 지나가고, 수레가 지나간다고 한다. 바퀴는 어떤 바퀴가 됐든 ‘돌다’ ‘굴러가다’와 잘 어울린다. ‘앞에 지나간 수레바퀴’가 아니라 ‘앞에 지나간 수레의 바퀴’라고 해야 자연스럽다. 이전 시대 어떤 사전 편찬자가 ‘앞에 지나간 수레바퀴’라고 했는데, 그의 전철을 밟은 것은 아닌지.
“전철을 밟다”의 ‘전철’은 그리 쉬운 낱말은 아니다. ‘밟다’와 떨어지면 추측하기도 어렵다. 흔하게 뜻을 뭉개고 가는 말이 돼 간다. “선배들이 우승한 전철을 밟으려고 한다”는 식이다. 우승한 게 그릇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문장은 “우승한 선배들을 본받으려고 한다”여야 했다. “언니는 먼저 전철을 밟아 간 선배다”에서는 ‘전철’을 ‘앞길’ ‘정해진 길’ 정도의 의미로 알고 쓴 것 같다. ‘전철’은 앞서간 사람의 그릇된 행동이다.
한규희 기자 han.kyu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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