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13조 투자, 반도체 전문가가 장관…대만 이러니 잘 나간다 [현장에서]
" “최고의 반도체 인력은 어차피 미국으로 가지만, 대만의 탄탄한 연구개발(R&D) 생태계 때문에 상당수 돌아옵니다. 젊은 TSMC 엔지니어들은 신주(대만 북부 반도체 중심지) 과학단지에서 커리어를 키우는 걸 선호하죠.” "

대만 경제안보 전문가가 전한 ‘대만이 막대한 보조금 없이도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지난 24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주최로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대만 반도체 산업 경제안보정책 협력’ 세미나는 새 총통 집권 1주일을 맞은 대만의 반도체 정책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반도체 삼국지』의 저자인 권석준 성균관대 화공학부 교수와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 부속 과학기술 민주사회 연구센터(DSET)의 장치청 박사가 한국·대만 반도체 산업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사회로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 롄셴밍 국립 대만정치대 교수,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이 토론했다. 토론은 채텀하우스 룰(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비공개하는 외교 안보계의 규칙)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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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보조금 없지만, R&D에 13조 투자
대만도 한국처럼, 반도체 팹(fab) 직접 보조금을 주지 않고 세액 공제 방식을 고수한다. 다만 대만은 13조원을 R&D에 오롯이 투자한다. 대만 민진당 정부가 지난 3월 시작한 ‘대만 반도체 기반 산업 혁신 프로그램(Taiwan CBI)’은 10년간 3000억 대만달러(약 12조7000억원)를 쏟아붓는 사업이다. 반도체 설계와 인공지능(AI) 분야 해외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사를 대만에 불러들여 대만 산업계와 결합하고, 해외에 집적회로(IC) 설계 교육기지를 설립해 글로벌 반도체 전문가를 대만 손으로 길러낸다는 목표다. 최대 300만 달러(약 41억원)를 지원하는 해외 스타트업 경진대회는 접수를 시작했고, 체코 공대와 협력한 첫번째 유럽 교육 과정은 9월에 시작한다. 이날 대만 측 토론자는 “대만이 반도체 허브(Hub) 지위를 유지하는 길은 시장 주도, 혁신 주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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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실패한 ‘소부장 장관’, 대만 혁신 선봉
이 정책을 이끄는 대만 NSTC와 경제부, 국가발전위원회(NDC) 장관은 모두 반도체 전문가다. 특히, NDC 장관은 IBM과 PwC 반도체 컨설팅 전문가 출신, 경제부 장관은 반도체 소부장 업체 탑코(Topco)의 공동창업자다. 반도체 산업의 민간 기업인들이 산업 정책의 최전선에 선 것이다. 한국의 주성엔지니어링이나 원익 창업자가 산업부 장관이 된 격이다.

회사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궈즈후이 경제부 장관은 850억원에 달하는 탑코 지분(4%)을 보유한 대주주였으나 지명 일주일 전에 지분을 아들이 운영하는 투자회사에 양도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취임 전부터 대만 중소기업인에게 기존 산업을 AI로 혁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일본·미국·멕시코 등 대만 대기업이 진출하는 곳에 중소기업도 함께 진출할 수 있도록 과학단지를 세워주고 외교 업무도 대신 처리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기업가 출신 공직자에 대한 이해충돌 논란은 없을까. 세미나 후에 롄셴밍 교수에게 질문했더니 그는 “새 정부는 반도체에 치우친 대만의 경쟁력을 다른 분야와 작은 기업들로 확장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인접 산업과 중소기업을 키우려면 산업 현실을 아는 장관들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반문했다. “정부가 TSMC만 챙긴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죠. 삼성이 있는 한국도 비슷한 상황 아닌가요?” 반도체 쏠림은 극복하면서 첨단 인력·기술은 확보하라는, 같은 숙제를 향해 잰 걸음으로 나선 대만이 던진 질문이었다.
심서현 산업부 기자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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