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규의 마켓 나우] 초고액 자산가가 바꾸는 자산관리 공식

2026. 2. 2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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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규 한국투자증권 PB전략본부 상무

대한민국에서 부(富)의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KB금융지주의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가구는 2011년 이후 연평균 10% 안팎의 증가세를 이어왔다. 또한 주식시장 호황과 부동산 가격 상승,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약진이 맞물리며 금융자산 100억원, 3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UHNWI)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고민의 결도 달라진다. 이들은 단순히 큰 자산의 운용을 넘어 복잡한 자산 구조를 전략적으로 설계·조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AI를 비롯한 기술 발전은 정보 접근성과 분석 역량을 높이며 자산관리 공식의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초고액 자산가의 의사결정은 더는 수익률 하나에 집중되지 않는다. 상장 주식과 채권 중심의 전통적 운용에서 벗어나 비상장·대체자산 등으로 투자 대상이 다층화·구조화되고 있다. 동시에 높은 수준인 상속·증여세 부담 속에서 합법적 절세 구조와 장기 승계 전략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김지윤 기자

금융 선진국에서는 자산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관리하는 관행이 자리 잡았고, 이를 전담하는 구조가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다. 투자 전략과 함께 세무·법률·승계·지배구조 전반을 아우르며 가문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로, 단기 성과보다 세대를 관통하는 구조 설계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초고액 자산가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금융회사들이 관련 조직을 신설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다만 실효성을 둘러싼 논의도 적지 않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이 아니면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고, 금융사 소속 조직은 이해 상충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도 흐름은 분명하다. 초고액 자산가는 자산관리 시장의 변방이 아니라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의 관심은 단기 수익률을 넘어 리스크 관리, 세대 간 이전, 가문의 의사결정 구조 안정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산관리 산업 역시 이에 맞춰 조직과 서비스 구조를 재편하는 중이다.

패밀리 오피스의 가치는 단기간의 성과로 단정하기 어렵다. 속도를 높일 때와 늦출 때를 구분하는 판단, 그리고 장기간에 걸친 신뢰 축적이 성패를 가른다. 자산관리의 초점이 ‘얼마를 벌 것인가’에서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넘길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초고액 자산가 시장의 확대는 단순한 부의 증가를 넘어 금융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로 읽힌다.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것은 세대를 넘어 작동하는 신뢰가 뒷받침돼야 정교한 자산관리 전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심동규 한국투자증권 PB전략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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