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2만 유권자 중 100만 표도 못 얻은 서울교육감…대표성 있나? 이런 선거 계속해야 하나?
전문가 "제대로 된 TV토론 한 번 없이 단독으로 치러진 깜깜이 선거…후보자들의 인지도 낮아"
"진영 대립에 교육 쟁점은 실종…조직의 힘으로 선출되는 현행 직선제 이대로 계속 둘 것인가?"
"유권자 관심 위해 '정당 공천제' '러닝메이트제' 도입해야, 제도 자체를 바꿔야…정치권 각성 필요"
10·16 서울교육감 보궐선거가 23.5%라는 낮은 투표율로 막을 내렸다. 이는 교육감 직선제가 처음 도입됐던 지난 2008년 15.4%의 투표율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제대로 된 TV토론도 한 번 없이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공약은 물론, 후보자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깜깜이 선거에 저조한 투표율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이다.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와 조직의 힘으로 교육감이 선출되는 현행 직선제를 이대로 계속 둘 것 인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정당 공천제'나 '러닝메이트제' 등 선거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지만, 이것을 구현할 수 있는 여야 정치권은 서로에게 책임만 미루며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17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본투표 마감 결과 전체 선거인 수 832만1972명 중 195만3852명이 투표해 최종 투표율 23.5%로 집계됐다.
이중 당선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100만표도 안 되는 96만3876표를 받았다. 이는 서울시 유권자 10명 중 1명만 정 교육감을 선택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투표를 한 전모(31)씨는 "투표 전부터 뉴스에서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내용이 여럿 나와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줄은 몰랐다"며 "나름 서울시의 교육을 이끌어 갈 사람을 뽑는 것인데 800만명이 넘는 유권자 중 100만명도 선택하지 않은 당선자가 이대로 서울시교육감 자리에 오르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이 낮았던 원인으로 '단독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와 '후보자의 인지도' 등을 꼽았다.
정치평론가인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지방선거와 함께 교육감 선거가 치러졌을 때는 서울시장 후보와 러닝메이트 비슷하게 활동하면서 교육감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교육감 선거 단독으로 치러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원래 서울은 투표율이 높은 곳이 아닌 데다가 교육감 선거 같은 경우는 유권자 수에 비해 이해관계자의 수가 적다"며 "또 이번 선거에서 마땅히 찍을만한 후보가 없어서 투표율이 낮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교육감 선거 자체가 정당 추천을 받지 못하고 보궐선거로 진행되다 보니 유권자들의 관심이 떨어진 것 같다"며 "보수 진영의 조전혁 후보의 경우 나름 알려진 후보지만 진보 진영의 정근식 후보는 학계에서 유명할지라도 유권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후보였다. 여기에 이번 재·보궐선거 자체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집중돼 있다 보니 큰 이목을 끌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장 소장은 "낮은 투표율에 득표수도 많지 않다 보니 당선자의 대표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이번 교육감 보궐선거의 경우 선거 기간 내내 유권자들이 후보들을 판단할 수 있는 정책적 쟁점이 두드러지게 부각되지 못했다"며 "두 후보 간 진영 대립 구도만 보여졌고 교육적인 쟁점을 둘러싼 경쟁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교육감 선거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기존 선거 제도를 반드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교수는 "유권자 입장에서 볼 때 직선제가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공론화를 통해 유권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라며 "이미 유권자들이 교육감 후보를 두고 진보 혹은 보수로 나누고 있기 때문에 정당 공천제를 허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장 소장도 정당 공천제를 추천했다. 그는 "정당 공천제를 시행하면 각 정당에서 선거 운동도 함께 다닐 것이고 조직을 동원해 투표 독려도 하기 때문에 투표율은 자연스럽게 오를 것"이라며 "이미 현재 교육감 후보들도 본인을 진보 혹은 보수 후보라고 내세우며 선거운동을 하는 상황에서 '진영에 얽매이지 않은 국가의 교육 정책을 만드는 중요한 자리'라며 교육감 선거에 정치색을 빼는 것은 의미 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 역시 "지자체장 선거와 함께 러닝메이트제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이번 선거에서 보였듯이 교육감 선거에 큰 관심을 갖는 유권자가 많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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