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된 자산운용 수익률에 한숨짓는 교보생명, 바뀐 회계제도 영향
교보생명이 올해 1분기 생명보험 업계에서 최상위권의 퇴직금 관련 자산운용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래 수익 확보를 위해 꾸준히 채권 교체매매, 고금리 채권자산 투자 기조를 이어오며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결과다.
17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실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올 1분기 DB형, DC형, IRP형 수익률에서 모두 빅3 생보사인 삼성생명, 한화생명보다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직전 분기에는 IRP형 수익률이 빅3 생보사 중 가장 낮아 자존심을 구겼으나 한 분기 만에 다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난 1976년부터 40년 넘게 퇴직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며 축적된 노하우에서 비롯된 우수한 자산운용 능력이 고수익률의 원동력"이라며 "외부 전문기관과의 협력으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투자상품 선정 프로세스를 구축해 매년 전체 퇴직연금펀드를 대상으로 면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앞으로도 꾸준한 고수익률 창출을 위해 보업업계 중 최초로 퇴직연금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한 데 이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같이투자 커뮤니티 서비스' 등 고객관리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바뀐 회계제도 하에서는 이 같은 수익률 창출에도 양호한 실적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연금보험은 건강보험 등 보장성보험에 비해 보험계약마진(CSM) 창출력이 낮기 때문이다. CSM은 보험사의 미래 수익원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이 수치가 높을수록 보험사의 이익 체력이 탄탄하다.
이 때문에 교보생명도 올 1월 '교보통큰암보험'을 시작으로 최근 DIY형 보험인 '교보마이플랜건강보험'까지 다양한 보장성보험 상품 라인업을 선보이며 양질의 CSM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교보생명의 1분기 실적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빅3 생보사 중 연결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 감소폭이 가장 컸다.
교보생명의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29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7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은 12.0%, 한화생명은 36.5% 각각 줄었다.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제도 변경에 따른 일회성 비용 발생으로 인한 보험손익 감소, 유가증권 평가손익 하락에 따른 투자손익 저하의 여파에 따른 것이다. 여전히 보장성보험의 비중이 타사에 비해 높지 않아 이익 체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점이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생명의 1분기 말 기준 CSM은 6조2139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5조8982억원에 비해 5%가량 순증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12조5049억원, 한화생명이 9조2440억원을 확보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생보사 톱2를 노리는 신한라이프와의 격차도 1조원 정도 벌어졌으나 격차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다만 교보생명의 신계약 CSM은 3934억원으로 신한라이프의 3766억원보다 앞서며 간격을 좁힐 여지를 남겼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올 1월 생보업계의 가장 큰 이슈였던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경쟁에 적극 나서지 않아 양질의 신계약 CSM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다양한 보장성보험 상품 라인업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탄탄한 실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