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징크스' 브라질, 24년 만에 V6 도전... 모로코 돌풍 재현할까

박시인 2026. 5. 2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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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 C조] 브라질-모로코-아이티-스코틀랜드

[박시인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나설 26명의 브라질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 EPA/연합뉴스
월드컵의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이 60년 만에 외국인 감독인 카를로 안첼로티를 선임해 통산 6번째 정상 도전에 나선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최고의 돌풍을 일으킨 모로코는 황금세대를 앞세워 다시 한 번 일을 낼 채비를 갗줬다. 브라질과 모로코가 크게 앞서 있는 C조의 구도에서 그동안 월드컵에서 보기 어려웠던 아이티와 스코틀랜드의 선전 여부도 큰 관심을 모은다.

브라질: '24년 만에 우승 도전'... 안첼로티 체제로 유럽 징크스 극복할까

월드컵 100년사를 통틀어 최고의 팀을 꼽는다면 단연 브라질이다. '축구=브라질'이 떠오를만큼 브라질의 찬란한 축구 역사는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역대 월드컵에서 모두 본선에 진출한 유일한 국가이며, 월드컵 우승 횟수에서도 5회로 가장 많다.

하지만 브라질의 마지막 월드컵 우승은 24년 전인 2002 한일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후 24년 동안 결승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자국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4강이 최고 성적인데, '미네이랑의 비극'으로 불리는 4강 독일전에서의 1-7 대패는 지우고 싶은 상처다. 나머지 4개 대회에서 모두 8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에 걸맞지 않은 성적이다.

브라질은 1958, 1962, 1970, 1994, 2002년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는데, 역대 최장기간 우승 실패(1970~1994년, 2002~2026년 : 24년) 기록을 경신할 위기에 처해있다. 만약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 우승이 좌절될 경우 무관의 역사는 28년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는 브라질 축구사에서 충격적인 사건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1970 멕시코 월드컵 우승 이후 24년이 지난 1994 미국 월드컵에서 네 번째 별을 유니폼에 달며 기나긴 암흑기의 종지부를 찍었다. 공교롭게도 2002 한일 월드컵과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주기가 정확히 24년이다. V6에 도전하는 브라질에게 미국은 다시 한 번 약속의 땅이 될 수 있을까.
■ 팀 프로필
피파랭킹 : 6위
월드컵 본선 진출 횟수 : 23회
월드컵 최고 성적 : 우승 5회 (1958, 1962, 1970, 1994, 2002)
북중미 월드컵 지역예선 성적 : 8승 4무 6패 (남미예선 5위)
기나긴 부진... '명장' 안첼로티 선임으로 터닝포인트

브라질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후보 1순위로 평가받았지만 크로아티아에게 무너지며 8강 탈락에 머물렀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약 2년 6개월의 기간은 브라질 축구 역사에서 최대 암흑기로 기억된다. 이때의 부진으로 브라질의 FIFA 랭킹은 1위에서 5위까지 수직하락했다.

라몬 메네지스, 페르난두 지니스 임시 감독 체제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남미 예선에 돌입한 브라질은 2승 1무 3패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브라질 축구연맹은 2024년 1월 자국 출신의 도리발 주니오르를 사령탑에 앉혔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2024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부진한 경기력으로 8강 탈락에 그쳤고, 이후 다시 재개된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도 공격 세부 전술 부족과 유연성 없는 경기 운영으로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해 3월 라이벌 아르헨티나전에서 1-4 대패를 당하자 도리발 감독의 해임이 결정됐다.

브라질 축구연맹은 2025년 여름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이 만료되는 안첼로티 감독에게 다시 한 번 러브콜을 보냈고, 결국 상호 간의 합의가 이뤄졌다.

체계적인 압박-안정된 수비... 속도감 있는 공격 템포

세계 최고의 명장인 안첼로티를 선임한 브라질은 조금씩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남미 예선 잔여 4경기를 순조롭게 마무리하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브라질의 남미 예선 최종 성적은 8승 4무 6패(승점 28) 5위였다. 역대 브라질의 월드컵 남미 예선 최악의 순위이며, 2002 한일 월드컵 남미 예선(9승 3무 6패, 3위)과 최다 패배 동률을 기록했다. 그만큼 브라질의 자존심은 밑바닥까지 추락했다.

브라질은 지난해 10월부터 타 대륙 국가와의 평가전으로 전력 극대화에 힘썼다. 한국 원정에서 5-0 대승을 거뒀으나 2진급 수비진을 출전시킨 일본전에서는 2-3 역전패를 당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2골을 먼저 넣은 뒤 후반에 내리 3골을 실점하며, 집중력 부족을 드러냈다.

11월에는 세네갈(2-0승), 튀니지(1-1무)와의 아프리카 2개국을 상대한데 이어 지난 3월 프랑스(1-2패), 크로아티아(3-1승) 등 유럽팀들과 평가전을 치렀다. 한국, 세네갈, 크로아티아전은 안첼로티 감독 부임 후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준 경기다.

안첼로티 감독은 단기간에 팀 밸런스를 안정화시켰다.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18득점 8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0점대 실점율을 기록한 원동력은 미드필드와 수비진의 적절한 간격 유지, 일사분란한 조직력을 구축한 결과다.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는 라이트백이 주로 높게 전진하고, 반대편에 위치한 레프트백이 중앙으로 치우치는, 3명의 빌드업 체계를 갖추고 있다. 중앙 미드필더 카제미루(맨유)가 다소 뒤로 내려서며, 수비수들과 거리를 좁힌 채 빌드업에 참여하거나 수비 보호에 무게감을 두는 반면 파트너인 브루누 기마랑이스(뉴캐슬)는 조금더 전진하는 형태를 취한다. 안첼로티 감독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카제미루-기마랑이스의 더블 볼란치 조합을 가동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상대의 압박을 벗겨내고, 빠른 템포로 공격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크게 개선됐다. 공격의 열쇠는 4명이 쥐고 있다. 4-4-2 포메이션에서 공격진 2명, 측면 윙어 2명의 위치에는 스트라이커와 윙어를 모두 소화가능한 자원들을 배치하는 것이 주요 포인트다. 비니시우스(레알 마드리드), 하피냐(바르셀로나), 마테우스 쿠냐(맨유),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아스날) 등이 대표적이다. 이 4명의 공격수들은 빠른 속도와 스위칭 플레이로 상대 수비진을 교란한다.

현재 안첼로티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가장 부합하는 장면은 지난 3월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터진 다닐루(보타포구)의 선제골이다. 빠른 전환과 카운터 어택의 정석과도 같은 득점이었다.

안첼로티 감독은 화려한 공격진을 보유하고도 지공 상황에서의 정밀함과 차이를 만들어줄 선수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한 차례도 선발하지 않았던 네이마르(산투스)를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할 네이마르의 가세는 팀 사기와 전력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의 주요 과제, 좌우 풀백 부재-유럽 공포증 극복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다. 믿음직한 좌우 풀백 부재다. 안첼로티 감독은 남미 예선과 평가전을 통해 다양한 선수들을 테스트하고 있다. 지난 3월 A매치에서는 웨슬리(AS 로마)의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확인했다. 왼쪽 풀백은 더글라스 산투스(제니트)가 주전 경쟁에서 앞서 있는 형국인데 확실한 믿음을 주었다고 보긴 어렵다. 이러다보니 이미 전성기에서 한참 내려온지 오래인 1991년생의 다닐루(플라멩구), 알렉스 산드루(플라멩구)가 명단에 포함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브라질에게 최대의 적은 유럽 공포증이다.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유럽팀에게 거둔 마지막 승리는 2002 한일 월드컵 독일과의 결승전이다. 이후 2006년 프랑스(8강), 2010년 네덜란드(8강), 2014년 독일(4강), 2018년 벨기에(8강), 2022년 크로아티아(8강)와의 맞대결에서 번번이 덜미를 잡혔다. 5회 연속 유럽팀을 넘어서지 못한 셈이다.

아이러니한 결과다. 브라질 스쿼드의 대다수는 유럽 빅리그 빅클럽에서 활약 중이다. 과거에는 창의성과 테크닉으로 유럽의 파워를 극복했다. 최근에는 브라질도 유럽화된 시스템을 추구하면서 선수들 역시 정체성을 조금씩 잃어가기 시작했다. 토너먼트 단계에서 체급이 높은 유럽 강호들을 맞아 중원 허리 싸움, 피지컬, 압박, 전술 등에서 열세를 드러냈다.

3월 A매치 기간 유럽팀과의 2연전은 브라질의 본선 경쟁력을 시험해볼 좋은 기회였다. 크로아티아에는 3-1로 승리했지만 우승후보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1-2로 패했다. 결국 V6로 가기 위해서는 유럽 강호를 넘어야 한다는 오답노트가 쓰여졌다.

▶ 브라질 예상 베스트11
4-4-2 : GK 알리송 - 밀리탕, 마르퀴뉴스, 마갈량이스, 산투스 - 하피냐, 기마랑이스, 카제미루, 마르티넬리 - 쿠냐, 비니시우스
 월드컵 모로코 대표팀
ⓒ AP/연합뉴스
모로코: 끝나지 않은 황금세대, 2회 연속 월드컵 4강 노린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최초로 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한 국가로 남아있다.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후에는 월드컵 출전 기록이 많지 않다.

모로코 축구가 부활에 성공한 것은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이다. 모로코를 비롯해 세네갈, 튀니지, 카메룬, 가나 등 아프리카의 선전이 돋보였다. 아프리카 출전국들이 모두 승수를 챙긴 것이다.

이 가운데 모로코는 4강 신화의 위업을 달성했다. 벨기에, 캐나다, 크로아티아와 속한 F조에서 2승 1무 조1위의 성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모로코 돌풍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16강 스페인, 8강 포르투갈 등 강호들을 연달아 물리치고 아프리카 역사상 최초로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까지도 4강 신화의 주역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모로코는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다시 한 번 돌풍의 중심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팀 프로필
피파랭킹 : 8위
월드컵 본선 진출 횟수 : 7회
월드컵 최고 성적 : 4강 (2022)
북중미 월드컵 지역예선 성적 : 8승 (아프리카예선 E조 1위)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최고의 황금기

모로코는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을 기점으로 A대표팀부터 연령별 대표팀까지 꾸준한 결과를 만들었다. 사상 최초의 2025 FIFA U-20 월드컵 우승은 모로코 축구의 밝은 미래를 암시하는 대사건이었다.

레그라기 감독 체제의 A대표팀은 2023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복병 남아공에게 패하며 16강에서 조기에 탈락했지만 이후 2026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을 8전 전승으로 가뿐하게 통과했다. 2018년부터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해 12월부터 1월까지 자국에서 개최된 2025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는 세네갈에게 연장전에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대회 폐막 2개월 뒤 우승팀이 모로코로 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당시 결승전 경기 도중 심판 판정에 불만을 느낀 세네갈 선수단이 단체로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20분 간 지연됐다.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은 '어떤 이유로든 심판의 허가 없이 경기를 거부하거나 경기장을 떠나는 팀은 패배한 거로 간주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세네갈의 0-3 몰수패를 선언했다. 결국 모로코는 1976년 이후 49년 만에 아프리카 챔피언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뿐만 아니라 2026년 2월 발표된 FIFA랭킹에서는 모로코 사상 최초로 10위권 진입에 성공했으며, 현재 8위를 기록 중이다.

모로코의 스쿼드는 매우 두텁다. 전후방에 걸쳐 고른 기량을 갖춘 선수들로 채워져있다. 특히 세대교체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골문의 수호신 야신 부누(알 힐랄)과 중앙 수비를 책임지는 로망 사이스(알 사드), 나예프 아게르드(마르세유), 아담 마시나(토리노) 등은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 30대 초중반의 선수들이 버티고 있지만 타 포지션에는 대부분 전성기 나이로 접어든 20대 중후반이 주축이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공격진의 좌우 측면을 맡은 하킴 지예시(위다드 카사블랑카), 소피앙 부팔(르 아르브)가 물러나고, 각각 브라힘 디아스(레알 마드리드)와 압데사마드 에잘줄리(레알 베티스)로 자연스럽게 대체됐다. 4년 전 월드컵을 경험한 아게르드를 비롯해 어슈라프 하키미(PSG), 유세프 엔네시리(알 이티하드), 소피앙 암라바트(레알 베티스), 아제딘 우나히(지로나), 누사이르 마즈라위(맨유), 빌랄 엘 카누스(슈투트가르트) 등은 현재 절정의 기량의 뽐내고 있다.

지난 월드컵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엘리에세 벤 세기르(레버쿠젠), 엘 아위나위(AS 로마), 우사마 타갈린(페예노르트), 일리아스 아호마쉬(라요 바예카노), 셈스딘 탈비(선덜랜드), 게심 야신(스트라스부르) 등 새로운 세대들도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약하며 잠재성을 폭발시키고 있다.

갑작스런 감독 교체-해결사 부재

모로코의 장점은 상대가 공을 잡는 즉시 빠른 타이밍의 협력 압박과 탈취 이후 빠른 공격 전환이다. 특히 이스마엘 사이바리(에인트호번)의 공 탈취 능력이 일품이다.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숏패스로 풀어나오지만 상대가 전방 압박을 강하게 가져갈 경우 센터백의 롱패스 빈도를 높이는 전략을 선보였다.

패스 경로를 적절하게 막아서는 포지셔닝과 조직력은 세계 정상급 수준이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부누 골키퍼는 이번 네이션스컵 4강 나이지리아전에서도 승부차기 2개를 막아내며 쉽게 골문을 허용하지 않았다. 모로코가 이번 네이션스컵 7경기에서 기록한 실점은 단 2골에 불과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공격 파괴력 부족이었다. 조별리그부터 8강전까지 9득점을 기록했으나 4강 나이지리아, 결승 세네갈전에서는 두 번의 연장전까지 돌입하고도 무득점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오른쪽에서는 풀백 하키미가 적극적으로 전진하거나 하프 스페이스를 침투하며, 반대편에는 에잘줄리가 일대일 돌파를 시도하는 형태의 공격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마지막 방점을 찍는 한 방이 없었다. 주전 공격수 엘 카비는 조별리그에서 3골을 터뜨렸으나 토너먼트 4경기에서 침묵했고, 후반 조커로 나선 엔 네시리도 해결사가 되지 못했다.

3월 A매치 에콰도르전에서는 주 포지션이 중앙 미드필더인 사이바리, 파라과이전에서는 전문 공격수 수피앙 라히미(알아인)이 원톱 자리에서 실험 대상에 올랐지만 두 선수 모두 득점에 실패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약점은 레그라기 감독의 갑작스런 사임 소식이다. 지난 3월 레그라기 감독은 사임 기자회견에서 "모로코에는 새로운 얼굴, 새로운 에너지,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월드컵을 앞두고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모로코 축구협회는 모하메드 우아비 감독을 후임자로 선임했다. 모로코는 앞선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대회 2개월 전 레그라기 감독을 부임시켜 최상의 성적을 낸 바 있다. 우아비 감독은 최근까지 모로코 U-20 대표팀을 이끈 바 있어 선수 파악에는 큰 문제가 없다. 무르익은 황금세대를 중심으로 지난 월드컵에서 보여준 끈끈함과 수비력이 이번에도 유지된다면 지난 월드컵에서의 돌풍을 재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 모로코 예상 베스트11
4-3-3 : GK 부누 - 하키미, 아게르드, 마시나, 마즈라위 - 아위나위 - 우나히, 사이바리 - 디아스, 엘 카비, 에잘줄리

아이티: 52년의 기다림... 기적의 월드컵 출전

아이티는 2010년 대지진으로 나라의 기반이 크게 무너졌고, 실질적으로 무정부 상태가 됐다.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을 당하면서 더욱 악화됐다.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갱단에게 점령당하며 나라의 기능은 완전히 마비된 상황이다. 아이티 전역에서 살해된 시민이 수 천명에 이를만큼 갱단의 흉악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주요 국가들은 아이티를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했다.

이에 아이티는 북중미 예선 홈 경기를 자국에서 치르지 못했다. 이러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아이티는 당당하게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1974년 이후 무려 52년 만이다.
■ 팀 프로필
피파랭킹 : 83위
월드컵 본선 진출 횟수 : 2회
월드컵 최고 성적 : 조별리그 탈락 (1974)
북중미 월드컵 지역예선 성적 : 3승 2무 1패 (북중미 3차예선 C조 1위)
52년 암흑기 마침표... 죽음의 조 뚫고 감격의 월드컵 진출

아이티가 처음으로 월드컵에 등장한 것은 1974년이다. 이후 수차례 월드컵 문을 두들겼으나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 미국의 벽은 너무 높았다.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파나마, 자메이카, 트리니다드 토바고 등이 본선 무대를 밟는 동안 아이티는 숱하게 좌절을 맛봤다.

아이티는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북중미 예선에서 8개팀이 경쟁하는 최종라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2023 북중미 골드컵에서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8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아이티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참가국이 48개로 확대 개편되고, 미국-캐나다-멕시코가 공동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진출권을 얻음에 따라 북중미에 주어진 남은 티켓수는 3.33장이었다. 해볼만한 싸움이지만 여전히 북중미에는 코스타리카, 파나마, 온두라스 등 강호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아이티 축구협회는 월드컵 예선에 돌입하기 앞서 새 감독을 선임했다. 2024년 3월 프랑스 출신의 세바스티안 미뉴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월드컵으로 향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아이티 치안 문제로 인해 미뉴 감독은 한 차례도 아이티 땅을 밟지 못했다. 아이티 축구협회 관계자 및 선수들과는 전화, 화상미팅으로 소통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중미 예선 홈 경기를 자국이 아닌 제3국 퀴라소로 옮겨 중립 경기와 같은 느낌으로 임할 수 밖에 없었다.

월드컵 북중미 2차 예선부터 시작한 아이티는 3승 1패 조2위의 성적으로 통과하며 마지막 관문인 3차 예선에 돌입했다. 아이티는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니카라과와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 월드컵 본선에 직행할 수 있는 팀은 1개뿐이었다.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았다. 온두라스, 코스타리카의 1위 싸움이 예상됐다.

첫 경기 온두라스와 0-0 무승부로 무난하게 스타트를 끊은 아이티는 코스타리카 원정에서 0-2로 뒤지고 있는 흐름을 3-3 무승부로 마감하며 귀중한 승점을 챙겼다. 10월에는 니카라과를 3-0으로 꺾고 첫 승을 신고했지만 온두라스 원정에서 0-3으로 패하며 상승세가 멈춰섰다. 승점 5를 기록한 아이티는 온두라스(승점 8), 코스타리카(승점 6)에 이어 조3위에 머무르면서 사실상 월드컵 진출이 불투명했다.

그러나 아이티는 남은 2경기에서 기적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코스타리카전에서 물러서지 않고, 능동적인 경기 운영 끝에 1-0으로 승리하며, 기사회생하더니 마지막 니카라과전에서 2-0 승리를 거두고 승점 11을 확보했다. 하늘은 아이티의 편이었다. 조1위를 놓고 다툰 온두라스와 코스타리카가 마지막 2연전에서 각각 1무 1패에 그친 것이다. 결국 아이티는 조1위를 차지하며 52년 만에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었다.

물러섬 없는 전술... 능동적인 축구-수비 조직력 약점

미뉴 감독은 4-4-2과 4-2-3-1 포메이션을 번갈아가며 사용하며, 점유율 축구를 선호한다. 강팀을 만나더라도 수비 라인을 내리지 않고, 미드 블록을 형성하며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아이티는 지난 월드컵 북중미 3차예선에서 자신들보다 전력이 강한 코스타리카, 온두라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점유율 우위를 보였다.

아이티는 결코 만만하게 볼 전력이 아니다. 스쿼드는 예상 외로 탄탄하다. 프랑스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상당수 존재하며, 이밖에 유럽 중소리그와 미국 MLS에서 뛰는 선수들로 채워져 있다.

아이티 최고의 스타는 장 리크너 벨가르드(울버햄튼)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유일한 아이티 선수다. 벨가르드는 공격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측면 윙어 등 모든 위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중앙 미드필더 레베르톤 피에르(비셀라)가 양질의 패스를 공급하고, 빌드업을 도맡는다.

최전방에는 덕켄스 나종(에스테그랄)-프란츠디 피에로(리제스포르)가 버티고 있다. 특히 나종은 코스타리카 원정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3차 예선에서 팀 내 최다인 4골을 성공시켰다. 장신 공격수 피에로는 제공권과 위치선정이 뛰어나며 코스타리카 홈 경기에서 1-0으로 승리를 거둘 때 천금의 결승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이티의 주요 공격 루트는 오른쪽 풀백 카를렝스 아르쿠스(앙제)의 과감한 오버래핑이다. 아르쿠스는 쉴새 없이 공격 진영으로 올라가며 크로스와 컷백을 시도한다.

그러나 약점도 있다. 수비 조직력이 다소 미흡하다. 오프 사이드 트랩 전술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며, 수비 뒷 공간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북중미를 벗어난 타 대륙 강팀과의 경기 경험이 부족한 점도 월드컵 전망을 어둡게 만든다. 실제로 아이티는 이번 3월 A매치 2연전에서 튀니지(0-1패), 아이슬란드(1-1무)를 상대로 승리하지 못했다.

52년 만에 월드컵 나들이에 나서는 아이티는 조별리그에서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스코틀랜드, 브라질, 모로코를 차례로 상대하는 아이티가 본선에서도 깜짝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아이티 예상 베스트11
4-2-3-1 : GK 플라시드 - 아르쿠스, 아데, 델크루아, 라크루아 - 자크, 피에르 - 카시미르, 벨가르드, 프로비덴스 - 피에로
 월드컵 스코틀랜드 대표팀
ⓒ AP/연합뉴스
스코틀랜드: 28년 만의 본선행, 월드컵 첫 토너먼트 진출 도전
될듯하면서도 손에 닿지 않았다. 월드컵은 스코틀랜드에게 오랜 숙원이었다. 그런데 드디어 꿈이 실현됐다.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다. 덴마크와의 마지막 최종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득점이 터지면서 월드컵 진출의 꿈을 이뤘다. 스코틀랜드는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무려 28년 만에 본선 티켓을 획득했다.
■ 팀 프로필
피파랭킹 : 43위
월드컵 본선 진출 횟수 : 9회
월드컵 최고 성적 : 조별리그 탈락 (1954, 1958, 1974, 1978, 1982, 1986, 1990, 1998)
북중미 월드컵 지역예선 성적 : 4승 1무 1패 (유럽예선 C조 1위)
기나긴 좌절의 늪... 글래스고의 기적 연출하다

스코틀랜드는 공식 첫 국제 경기를 치른 팀으로 남아있다. 1872년 11월 30일 잉글랜드와의 맞대결에서 0-0으로 비긴 바 있다. 케니 달글리시, 데니스 로 등 전설적인 스타들과 알렉스 퍼거슨이라는 역사상 최고의 명장을 배출한 곳이 스코틀랜드다. 이토록 유구한 축구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월드컵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스코틀랜드의 첫 월드컵 출전은 1954년이다. 이후 꾸준하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1974년부터 1990년까지 5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를만큼 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별리그 통과는 한 차례도 없다. 1998 프랑스 월드컵을 이후로 스코틀랜드는 변방으로 밀려났다. 베르티 포그츠, 월터 스미스, 알렉스 맥리쉬, 조지 벌리, 크레이그 레빈, 고든 스트라찬 등이 지휘봉을 잡았으나 월드컵 본선에 근접하지 못했다.

스코틀랜드 축구협회는 2019년 5월 스티브 클라크 감독을 선임하며 다시 한 번 메이저대회 진출을 위한 도전에 나섰다. 클라크 감독은 스코틀랜드의 유로 2020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22년 만에 메이저 대회 출전이었다.

이러한 기세가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까지 이어지지 못했지만 다시 팀을 재정비한 클라크 감독은 유로 2024 본선 진출을 견인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물론 토너먼트 진출까지의 힘은 부족했다. 스코틀랜드는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스코틀랜드 축구협회는 유로 2024 실패 이후에도 클라크 감독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스코틀랜드는 2024-25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포르투갈과 1무 1패, 크로아티아와 1승 1패, 폴란드와 1승 1패를 기록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향상된 면모를 보였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2026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덴마크, 벨라루스, 그리스와 C조에 편성된 스코틀랜드는 강호 덴마크와의 원정 첫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로우 블록 수비와 끈끈한 투지로 버텨낸 스코틀랜드의 실리 축구가 효력을 발휘했다.

이후 벨라루스(2-0승), 그리스(3-1승), 벨라루스(2-1승)을 차례로 연파하며 조1위를 이어나간 스코틀랜드는 11월 그리스 원정 경기에서 2-3으로 패하며 위기를 맞았다. 조2위에 내려앉은 스코틀랜드로선 마지막 덴마크전에서 승리해야 조1위에게 배정된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따낼 수 있었다.

11월 18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햄튼 파크에서 열린 덴마크전은 스코틀랜드 축구 역사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경기였다. 이른 시간 선제골 이후 수비에 전념하던 스코틀랜드는 덴마크에게 실점하며, 골을 주고 받는 흐름이 지속됐다.

2-2로 맞선 상황에서 골을 향한 집념과 투지를 보인 끝에 후반 추가 시간 키어런 티어니(셀틱)의 극적인 중거리 슈팅이 터지면서 홈팬들을 열광에 빠뜨렸다. 본 포지션이 레프트백인 티어니를 후반 27분 애런 히키(브렌트포드) 대신 라이트백으로 교체 투입시킨 클라크 감독의 변칙 용병술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1998년 이후 유로 본선 출전에만 만족해야 했던 스코틀랜드는 드디어 월드컵의 한을 풀었다.

끈끈한 투지-수비 축구로 조별리그 통과 도전

스코틀랜드의 장점은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선수들의 호흡과 끈끈한 조직력에 있다. 클라크 감독 체제 이후 스콧 맥토미니(나폴리), 앤드류 로버트슨(리버풀), 존 맥긴(아스톤 빌라), 체 아담스(토리노), 린던 다이크스(찰턴), 라이언 크리스티(본머스), 그랜트 핸리(하이버니언) 등 다수의 선수들이 유로 2020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클라크 감독의 전술은 비교적 단조롭다. 하지만 팀 스쿼드에 가장 맞는 현실적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단단한 수비 축구와 역습을 중시하며, 점유율보단 롱볼 빌드업을 시도한다. 중원에서 엄청난 활동량과 피지컬, 커버를 통해 공간을 협소하게 만든다. 공격시에는 4-2-3-1을 내세우면서도 수비시에는 공격형 미드필더 맥토미니를 한 칸 내려오게하는 4-5-1 대형을 유지한다. 무엇보다 강팀을 상대로 버티는 축구에 일가견이 있다. 이번 월드컵 예선 덴마크전에서도 1승 1무를 기록할만큼 끈끈함을 자랑했다.

공격 패턴의 단조로움과 창의성 부족이 약점으로 지적받지만 스코틀랜드는 이번 유럽 예선 6경기에서 13골을 기록했다. 유로 2024 이후 총 16번의 A매치에서 무득점 경기는 단 3번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스코틀랜드가 거둔 성과는 모두 유럽 안에서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스코틀랜드는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 C조에서 아이티, 모로코, 브라질과 차례로 맞붙는데, 3팀 모두 비유럽 국가다. 지난 3월 A매치 2연전에서 비유럽 국가인 일본(0-1패), 코트디부아르(0-1패)에 연달아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월드컵 본선 직전에는 아이티의 맞춤형 상대로 퀴라소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사상 첫 토너먼트 진출의 열쇠는 아이티전에 달렸다.

▶ 스코틀랜드 예상 베스트11
4-2-3-1 : GK 건 - 히키, 핸리, 맥케나, 로버트슨 - 크리스티, 퍼거슨 - 도어크, 맥토미니, 맥긴 - 다이크스

▶ 2026 북중미 월드컵 C조 일정 (한국시간)
6월 14일(일) 오전 7시,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 미국, 뉴저지
브라질 vs 모로코

6월 14일(일) 오전 10시, 질레트 스타디움 - 미국, 보스턴
아이티 vs 스코틀랜드

6월 20일(토) 오전 7시, 질레트 스타디움 - 미국, 보스턴
스코틀랜드 vs 모로코

6월 20일(토) 오전 10시, 링컨 파이낸셜 필드 - 미국, 필라델피아
브라질 vs 아이티

6월 25일(목) 오전 7시, 하드록 스타디움 - 미국, 마이애미
스코틀랜드 vs 브라질

6월 25일(목) 오전 7시,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 - 미국, 애틀란타
모로코 vs 아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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