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들 "정부, 연구 보고서 왜곡 멈춰야… 전문가 의견 숙지 바라"
"직역 전문가 의견 반영되는 구조 필요"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정부가 의대 증원 근거로 제시한 연구 보고서 왜곡을 멈추고 전문가 의견을 숙지하라고 촉구했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7일 정부가 의대 증원 근거 자료로 제시한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의 연구,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3개 연구 보고서에 대한 '의사 수 추계 의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2035년 1만5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전망을 바탕으로 향후 5년간 의대 정원을 2000명씩 늘리는 증원 안을 내놓은 바 있다.
비대위는 "지속 가능한 의료시스템을 위한 정책 개선을 감안한 시나리오를 도입해 새롭게 추계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추계 연구에 적용하는 가정과 시나리오에 따라 같은 연구 모형 내에서도 추계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참고했다는 3개의 연구 모두 진료 가능 일수는 공휴일, 일요일, 토요일을 제외한 연 265일을 기본으로 했으며,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 등의 연구는 240일, 255일을 가정해 추가로 결과를 산출했다"며 "해당 연구에서 의사 1인 근무량을 현재의 80~120%로 각각 나눠 추계했을 때, 2035년의 경우 의사 수 부족 4만9000명부터 1만7000여명 과잉까지 편차가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권정현 KDI 박사 등의 연구는 50세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은퇴를 시작해 90세에 모든 인력이 은퇴한다는 가정을 뒀다"면서 "판사, 검사 등 타 전문직이 70세에 거의 모두 은퇴하는 반면 의사는 자영업자의 형태로 근무를 하고 교육 기간이 길어 업무 시작 시점이 늦기 때문에 은퇴 시기가 늦어진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60세 이상 의사의 수는 4965명이었고, 2020년 70세 이상 활동 의사는 4042명으로 의사의 80.8%가 70세 이후에도 근무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위는 "권정현 KDI 박사 등의 연구에서는 2035년 의사 부족 1만여명, 2050년 의사 부족 2만2000여명으로 나타났고, 현재 학력별 의료서비스 이용 수준을 근거로 국민들의 학력 변화를 반영해 의료서비스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도입하니 2033년까지는 의사 부족이 나타나지 않았고 2050년 의사 부족 1만여명으로 산출됐다"고 말했다.
또한 "홍 교수 등의 연구는 기술 발전으로 의사 생산성이 연 0.5%씩 늘어난다는 가정하에 퇴직 연령을 만 75세와 80세 둘로 나눴고, 65세 이상 의사는 생산성이 50% 혹은 75%가 되는 것으로 가정했다"며 "2035년 의사 수 부족 정도는 은퇴 연령을 75세로, 65세 이상 의사 생산성을 50%로 가정할 때 1만8백여명으로, 은퇴 연령을 80세, 65세 이상 생산성을 75%로 가정할 때 7200여명으로 산출됐다"고 했다.
이어 "또 주치의제 도입으로 2030년 면허 취득자부터 30% 정도가 주치의 역할을 한다는 시나리오를 적용하는 경우 2035년 의사 부족수는 3000여 명으로 낮게 산출됐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연구 보고서 왜곡을 멈추고 전문가 의견을 경청하라고도 촉구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3개 연구를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것을 멈추고 지금이라도 연구자들의 의견을 숙지하길 바란다"면서 "급속도로 상승하는 의료비와 고갈되고 있는 보험 재정을 고려할 때, 현재의 시스템은 지속되기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했다.
더불어 "도입할 추계 변수와 시나리오를 선정하고 추계 연구를 진행해야 하며 결과를 평가할 때 해당 직역의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면서 "또 도출된 결과가 의료인력 수급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수급 추계 기구의 역할에 대한 법적 근거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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