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옥의 뉴스터치] 되살아나는 ‘30개월령 소고기’ 트라우마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6월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명박산성’으로 불리는 컨테이너 바리케이드가 등장했다. 시위대의 청와대 행진을 막기 위해서였다. ‘광우병 괴담’에 휩쓸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집회는 거셌다.
‘인간 광우병’ 논란이 벌어진 2003년 한국 정부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30개월 미만인 소를 도축해 제거한 살코기’에 한해 수입을 재개했지만 검역 과정에서 뼛조각이 발견되며 전량 반송 사태가 반복됐다. 계속된 무역마찰 속 이명박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조치의 단계적 폐지를 밝혔지만, 반대 여론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했고, 집권 초 정치 동력을 상실했다. ‘미국산 30개월령 소고기’는 트라우마가 됐다.

관세 전쟁의 포연 속 16년간 잊었던 트라우마가 살아나고 있다.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를 한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요구하면서다. 다음 달 2일로 예고된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비관세 장벽인 ‘개월령’을 문제 삼아 한국을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해당 규제를 폐지한 일본·대만 등의 사례까지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해 기준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23만3081t)이다. 전체 소고기 수입량의 절반가량을 미국에서 들여왔다. 소비자가 미국 소고기를 선택한 데는 ‘30개월령 제한’이 안전판 역할을 했다. 트럼프 정부가 완력으로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출을 밀어붙인다면 그게 과연 한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트럼프 정부와 미 축산업자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하현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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