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는 독립된 인격체…지나친 개입 안돼" 전문가 10인 조언 [뉴 헬리콥터 부모]

중앙일보가 인터뷰한 전문가 10인의 말을 종합하면, 부모가 과잉 양육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야 할 첫 단계는 자녀를 자신과 분리해 독립된 인격체로 인식하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 성적표나 혼자 두면 안 되는 연약한 존재로 자녀를 생각하진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헬리콥터 부모 현상은 자녀의 실수나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과도한 불안 때문에 계속 자녀 곁에 머무르려는 것”이라며 “한 차례 실패가 인생을 좌우하는 게 아니라 실수를 극복하면서 성장한다는 것,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우영 건양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부모의 인생 가치를 자녀에게 두는 것부터 경계해야 한다”며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자녀와 부모 모두의 삶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걸 깨닫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장경은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도 “요즘 부모는 자녀를 어디까지 돕고, 어떻게 독립시켜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심리적 독립법 등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사회 구조적 원인도 해결돼야…대입정책 변화 등 필요”
치열한 경쟁, 부의 대물림 등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모보다 가난한 첫 자녀 세대로 꼽히는 20~30대 사이에선 대졸·취업·결혼·출산이 늦어지는 유예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경제적·물리적 의존이 정서적 의존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부모가 성인 자녀에게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이 자녀의 대입, 취업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노동 시장 문제와 입시 제도 등에서도 변화가 일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사회‧경제적 안정을 중시하는 성취 중심의 양육이 자리 잡으면서 부모의 불안도 커진다”고 꼬집었다.
“자녀들도 자아정체감 갖도록 노력해야”
학창 시절부터 부모의 지나친 개입에 익숙해진 자녀는 성인이 된 뒤에도 의존성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자아정체감은 10대 중반~20대 중반에 걸쳐 발달하는데, 학창시절 입시와 경쟁에 노출된 한국 청소년들은 정체성과 자존감이 훼손되기 쉽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직후인 20대 초반에라도 자아를 발달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훈 경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심리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몸만 큰 성인에겐 사회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 쉽지 않다”며 “자신의 의지로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경험하면서 자기를 발견해 나갈 절호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찬규·이보람·김서원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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