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만 14년, 훈수는 할 만큼 했다…우리은행 새 사령탑 전주원

“(감독 취임 보도가 나온) 당일에는 축하 전화 받느라 바빠서 뭔가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요, 하루가 지나니 막중한 부담감과 책임감이 느껴지네요. 어마어마한 성과를 낸 감독님의 후임이잖아요.”
오랜 코치 수련 끝에 사령탑으로 승격한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전주원 신임 감독을 16일 서울 장위동 훈련장에서 만났다. 전 감독은 자신이 보좌한 명장 위성우 감독의 뒤를 이어 지난 15일 3년 계약을 맺고 우리은행의 지휘봉을 잡았다.


현역 시절 전설적인 가드로 한국여자농구의 역사를 수놓은 전 감독은 은퇴 후 2012년부터 이번 시즌(2025~26)까지, 14년간 우리은행 코치로 위 감독을 보좌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10회, 챔피언결정전 8회 우승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전 감독은 “위 감독님을 중심으로 팀이 쌓아 올린 업적에 누를 끼쳐선 안 된다”면서 “위 감독님을 보좌하며 배운 것들에 나만의 방식을 접목해 코트에서 차근차근 풀어보겠다”고 밝혔다.
전 감독의 앞길을 ‘장밋빛’이라 표현하긴 힘들다. 우리은행이 근래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내 팀 분위기가 잔뜩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악재 속에 정규리그 4위로 플레이오프(PO) 막차를 탔고, PO에선 1위 팀 청주 KB에 3연패 당하며 조기 탈락했다. 전 감독은 “전력이 좋고 상승세를 탈 때 감독을 맡는다고 해서 부담감이 줄어들 것 같진 않다. 오히려 지금처럼 어려울 때 내가 도울 게 하나라도 더 있지 않겠느냐”면서 “편하게 일하고픈 마음은 없다. ‘초보 사령탑’답게 부딪히고 깨져 가며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감독과 코치 역할의 결정적인 차이점을 물었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 감독은 “코치 시절엔 조언하는 것까지가 내 역할이었다. 결정은 오롯이 감독의 몫이었다”면서 “이제부턴 내 선택에 따라 매 경기의 승패를 넘어 시즌의 운명까지 갈린다. 어깨에 짊어진 책임감의 무게가 상당하다”고 털어놓았다.
전 감독은 오랜 코치 생활을 통해 차곡차곡 쌓은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훈수를 잘 둔다고 실제 바둑을 잘 두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안다”면서도 “10년 넘게 ‘명인(위성우)’ 곁에서 훈수를 두다 보니, 어느 정도 수 읽기는 가능하다고 자부한다. 여기에 감독의 경험이 얹어지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초짜 사령탑이지만 꿈 만큼은 원대하다. “목표는 우승이다. 다른 건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단언한 전 감독은 “위 감독님께 배운 ‘이기는 지도자’의 핵심 비법은 가장 높은 곳을 바라봐야만 그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을 아우르고 하나로 뭉치게 하는 기술만큼은 누구 못지 않다고 자부한다. 새로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로 새 판을 짜 바람을 일으켜 보겠다”고 다짐했다.
‘감독 전주원’의 지도 스타일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호랑이의 카리스마도 좋지만, 나는 결이 다른 사령탑이 되고 싶다”고 운을 뗀 그는 “감독직을 수락한 직후 사자의 리더십을 떠올렸다. 무리 지어 살면서 서로 적절히 역할을 나눠 공존하는 사자의 삶이 ‘성공적 리빌딩’을 해내야 하는 나에게 영감을 준다. 사자처럼 용맹하게, 힘을 합쳐 코트를 평정해 보겠다”며 미소 지었다.
피주영 기자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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