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내기도 힘들다"…어려워진 건설사 살림살이 [건설재무점검①]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기업 같은 기간 9곳→14곳
'빚 많고 이자 내기 힘든 기업' 6곳→8곳
부채비율 200% 넘는 건설사 같은 기간 12곳→11곳
올해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치솟았지만 건설사들의 살림은 오히려 더 팍팍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에 따른 분양 호조를 기대해볼 수 있는데, 실상은 공사비 상승과 지방의 저조한 분양 성적으로 인해 실적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익을 거두기 힘들어지면서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갚을 여력도 없는 건설사는 더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2021년~2022년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건설사가 분양을 줄이면서 올해 건설사가 재무적으로 이익이 많이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분양하고 입주까지 2~3년 시차가 있는데, 과거의 건설 원가 상승분에 따른 이익 감소가 올해 반영됐다는 것이다. 원가 상승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어, 건설사들의 실적 확보는 요원할 것으로 관측됐다.
40대 건설사 중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기업 9곳→14곳
7일 아시아경제가 40대 건설사 중 반기보고서를 공시한 29곳을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별도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건설사는 14곳으로 나타났다. 전 분기(9곳)보다 5곳 더 늘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이자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눠 구한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배 미만일 시 해당 기업은 '한계기업'으로 분류한다.
올해 2분기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으로 떨어진 기업은 6곳으로 조사됐다. 대우건설(2.18배→0.92배), 현대엔지니어링(18.84배→ -25.23배), 한화(3.86배→ -0.41배), DL건설(5.83배→ -4.09배), KCC건설(3.29배→0.55배), HJ중공업(1.26배→ -4.19배)의 이자 지급 능력이 악화했다. 같은 기간 이자보상배율 1배 이상으로 오른 곳은 롯데건설(0.84배→1.75배)뿐이었다.
올해 1·2분기 연속 영업이익보다 이자 비용이 컸던 건설사는 8곳이었다. 이 중 SK에코플랜트(0.80배→0.84배)를 뺀 GS건설(0.57배→0.60배), 코오롱글로벌(0.11배→0.01배), 금호건설(0.29배→ -6.42배), 동부건설(-3.86배→ -8.26배), 한신공영(0.99배→0.90배), 신세계건설(-3.05배→ -3.32배), SGC이앤씨(0.14배→ -0.13배)는 이자 지급 능력이 더 떨어졌다.
건설 원가가 늘어나면서 건설사들의 영업 실적이 악화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8월 129.71(잠정치)로 2020년 8월 99.35보다 30.36% 올랐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도시연구실 연구위원은 "공사비는 2021~2022년 가장 크게 올랐다. 이 시기 시작했던 공사의 수익률을 내기 어려웠던 것이 올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사비지수는 2021년 8월 114.13, 2022년 8월 124.34를 기록했다.
지방의 아파트 분양률도 저조한 상황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지방의 초기 분양률은 수도권과 달리 부산(3.3%), 경남(8.2%) 등 나아지지 않고 있다. 수도권은 72.4%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서울과 달리 지방 사업장은 여전히 분양이 저조한 곳이 많다"며 "이 같은 사업장을 가진 건설사들의 재무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빚고 많고 이자 내기도 힘든 건설사 6곳→8곳
이자 낼 돈은 없는데, 빚이 늘어난 건설사는 더 많아졌다. 올해 2분기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면서 부채비율이 200%를 넘긴 건설사는 8곳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보다 2곳 더 증가했다. 롯데건설, 신세계건설이 빠지고, 대우건설, 한화, HJ중공업, 동부건설이 추가됐다.
대우건설, 한화, HJ중공업은 같은 기간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으로 떨어졌고, 동부건설은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섰다. 롯데건설은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상으로 개선됐고, 신세계건설은 부채비율을 200% 아래로 줄였다.
한편 29곳 건설사 중 부채비율이 200%를 넘긴 곳은 올해 2분기 11곳으로 전 분기보다 1곳 줄었다. 대우건설, GS건설 등은 두 개 분기 연속 부채가 자본의 두 배 이상 컸다. 신세계건설과 효성중공업은 부채비율이 올해 2분기 들어 200% 아래로 떨어졌고, 동부건설은 200% 이상으로 올랐다.
신세계건설은 부채비율을 올해 1분기 723.3%에서 올해 2분기 147.7%까지 낮췄다. 갑자기 사업성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6500억원을 발행하면서 자본이 늘었고, 수치상으로 부채비율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된다. 이와 달리 효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201.2%에서 196.4%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동부건설은 같은 기간 177.7%에서 217.8%로 올랐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 연구실장은 "2022년 정도에 공사비가 크게 올라 공사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올해 재무적으로 위험 요인이 됐다"며 "다만 최근에는 공사비 상승 폭도 줄어들었고, 어느 정도 공사비 상승분을 인정받은 상황에서 계약이 이뤄지고 있어 내년에는 건설업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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