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 1020세대의 극우화 경향은 낡은 교과서 탓이 맞습니다

하성환 2026. 5. 26. 10:0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독립적·비판적 사고를 지닌 민주시민을 키우려면, 교과서 명칭, 내용부터 바꿔야

이 글은 지난 오마이뉴스 5월 21일 자 기사 "[반론] 낡은 도덕·사회 교과서가 청년들의 극우화를 낳았다고?"에 대한 재반론 글임을 밝힙니다. 오마이뉴스는 교육에 관한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하성환 기자]

[관련기사]
최근 극우화 사태는 구식 도덕, 구식 사회 교과서 영향 https://omn.kr/2i81s
[반론] 낡은 도덕·사회 교과서가 청년들의 극우화를 낳았다고? https://omn.kr/2iakk
▲ 저상버스에서 장애인 등 교통 약자의 휄체어, 유모차 사용은 권리임을 홍보하는 문구 일상에서 존중과 배려를 생활화함으로써 성숙한 시민성을 강조하는 정부 홍보물. 노년층, 장애인, 유모차 등 교통 약자의 당연한 권리를 대중적으로 계도하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 하성환
앞서 21일 [반론] 기사를 쓴 글쓴이는 "민주시민교육을 위해서는 교과서보다 교육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학교 공동체 생활에서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직접 경험하고, 교내외 체험 활동으로 사회 현실에 대한 이해를 강조합니다. 더불어 논쟁적인 주제 토론 수업에서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1976년 독일에서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정치교육에 관한 원칙)를 우리 사회에 적용하도록 제안합니다. 그리하여 토론 수업에서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서로 경쟁하되 토론의 공정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언급합니다.

민주시민교육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본인은 해당 기사의 주장에 일부 공감하고 동의하지만 세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음을 비판하고자 합니다. 가장 먼저 시민 교육에서 앞서간 독일과 프랑스 교과서와 비교했을 때 우리의 도덕/사회과 교과서 내용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표현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단적인 사례가 노동자 파업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태도입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파업을 정당한 노동권 행사로 인식하는 반면, 우리 사회에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강합니다.

헌법에 명문화한 사회권적 기본권임에도 이런 인식이 남아 있는 배경에는 질서와 순응을 강조해 온 '신민(臣民) 교육'의 영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초등학교 때부터 노동권을 인권의 일부로 가르치고, 노사협상을 정규 교과 수업과 역할극을 통해 경험하게 합니다. 반면 우리는 노동자의 권리보다 공동체 질서와 노사협력을 강조해 왔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식민지 교육, 해방 이후 약 42년간 이어진 독재 정부 아래에서 지속된 반공 교육, 그리고 1990년대 이후의 준법 교육은 모두 '질서에 순응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 결과 노동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불편하게 바라보거나 외면하는 사회현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능력, 그리고 협력하고 연대하는 시민성이 충분히 길러지지 못한 것입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보다 순응이 강조되면서 수동적인 인간형이 양산됐고, 그 폐해는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서도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4·16 참사 이후에도 우리 교육은 큰 틀에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 2019년 9월 28일 조국사태 당시 검찰개혁 촉구 촛불 시위 교대역에서 서초역까지 대로에 가득한 시위 행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윤석열 정권 등장 이전부터 깨어있는 시민들은 조작수사에 능한 특수부 정치검찰의 행태에 분노하며 검찰개혁을 외쳤다.
ⓒ 하성환
2016년 촛불 시민혁명과 2019년 서초동 검찰개혁 촉구 시위, 그리고 2025년 응원봉 빛의 혁명은 순응적 시민을 길러낸 학교 교육의 결과라기보다 학교 밖 시민 교육의 누적된 산물이라고 보는 게 정확한 해석입니다.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 이후 7월부터 9월까지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납니다. 그 결과 자주적인 노동조합이 우후죽순 창립됩니다. 바로 그 민주적인 노동조합이 40년 가까이 실천해 온 민주노조의 조합원 교육이 오늘날 시민 교육의 큰 뼈대를 구성합니다. 그리고 1990년대 참여연대, 정대협(후신 정의연), 인권연대 등 수많은 NGO가 30년 넘게 실천한 시민 교육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울러 1990년대 이후 시민사회가 크게 성장하면서 다양한 집회 형태로 광장 민주주의를 직접 경험한 세대들이 민주시민으로 오롯이 성장한 결과입니다. 응원봉 빛 혁명을 결코 제도권 학교 교육과 연관 짓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대표 사례가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에 분노한 촛불 집회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민주주의 교육이었습니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파동 당시의 촛불 집회 역시 시민의식을 크게 돋보인 일대 사건입니다.
▲ 2015년 옛 일본 대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수요시위> 당시 고교생들이 피켓팅하는 장면 일본군 위안부 수요시위는 <할머니에게 명예와 인권을!> 외치며 1992년 1월 8일부터 시작해 올해로 35년째를 맞고 있다.
ⓒ 하성환
매주 수요일 12시에 열리는 옛 일본대사관 앞 수요 시위는 이미 한 세대를 훌쩍 지나서 35년째 계속하고 있습니다. 어린 초등학생, 중·고교생, 대학생, 일반 시민까지 다양하게 참여합니다. 2016년 아무 연고 없는 20대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강남역 살인 사건과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 사건은 고질적인 성혐오·성차별 현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입니다.
이후 한국 사회 성평등을 추구하는 페미니즘이 대세로 등장한 현상은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같은 흐름의 연속선상에서 일어난 사건들입니다. 모두 인권을 크게 진전시킨 역사 속 사건들로서 시민의식의 성장을 가져왔습니다. 모두 학교 밖 광장 민주주의 체험이 시민의식을 드높인 결과입니다.
▲ 독일 정치교육 교과서 단원 차례(<독일정치교육> 408~409쪽을 촬영함) 독일 9~10학년용 <실제 정치 3>의 단원 차례이다. 우리나라 고교 2~3년생들에게 해당하는 시민교육 교재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분석, UN의 가능성과 한계, 미국: 마지막 강대국' 등 현안 주제를 직접 다루며 개념 지식 중심인 우리나라 정치 교과서와 확연히 다르다.
ⓒ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 제공
온전한 의미의 시민 교육이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는 한국 사회에서 볼 때 독일의 정치교육, 그리고 프랑스 시민 교육은 본받을 게 너무도 많습니다. 당장 교과 명칭부터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초·중학교 도덕 교과서를 '도덕·철학·시민' 교과서로, 사회를 '헌법·정치' 교과로, 그리고 고등학교 통합사회를 '헌법과 민주시민' 교과로 명칭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을 배려·존중하며 공감하는 심성과 사회 약자와 연대하는 성숙한 시민성을 일상에서 간직하도록 시민 교육 내용 요소를 크게 강화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반론] 기사의 글쓴이는 "기존 도덕/사회 교과서는 수시 개정을 통해 시대 변화에 맞춰 내용을 보강했기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문제는 교육방식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덧붙여 그러한 교육방식이 입시 경쟁 교육에서 비롯되며 근본적으로 대학 서열 체제가 문제라고 제기합니다. 따라서 민주시민교육을 위해서 대학 서열 체계를 완화해 입시 경쟁 교육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원인을 거대 담론으로 떠넘긴 잘못이 있습니다. 복지를 북서유럽처럼 강화하면 대학 서열 체계와 입시 경쟁 교육은 어느 정도 완화됩니다.

그렇게 하기 전이라도 학생의 시민의식 성취도를 측정하는 평가 방식만 바꾸어도 민주시민교육은 교육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현행 5지 선다형 수능 상대평가 방식을 폐기하고 독일, 프랑스처럼 서·논술형 절대 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면 학생들은 저절로 독서하고 토론 수업을 통해 사고의 깊이를 더합니다. 전 세계 북서유럽 어느 나라도 객관식 상대평가로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역사의식 논란과 관련하여 한국사 수업시수 강화를 예로 들며 특정 교과목만으로 민주시민교육이 될 리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다시 말해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일은 다양한 교과 활동과 체험 활동을 통해서 길러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물론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교육 활동은 다양한 교과 활동과 교내외 체험 활동과 상호 네트워크를 형성해 진행해야 합니다. 더할 수 없이 가장 이상적인 견해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당장 민주시민교육을 앞장서 이끌어갈 선도 과목이 존재해야 합니다.

2015년 1월 샤를리 에브도 총기 테러 참사 직후 그해 7월 프랑스 '도덕 시민 교육'(EMC) 교과가 탄생한 게 그렇습니다. 반이민을 내세운 스웨덴 극우 정당 스웨덴 민주당이 2018년 총선에서 일약 제3당으로 급부상하자 집권 사민당이 기존 사회 교과를 '시민성'(Civics) 교과로 명칭을 변경해 민주시민교육 내용 요소를 강화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 매년 열리는 정치교육의 날 행사 등 독일 정치교육을 총괄하는 <독일연방정치교육원> <독일연방정치교육원>은 학교 정치교육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노동단체, 16개 주 정치교육원, 그리고 정당재단과 긴밀히 소통하며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헌법인 독일기본법을 손바닥 헌법책으로 제작해 전체 독일 국민에게 무료 배포하고 있다. 2010년을 전후해 극우정치세력이 급성장하면서 2015년부터 독일연방정치교육원은 정치교육의 날 행사를 크게 확대하였다.
ⓒ 하성환
독일 역시 2005년부터 '정치교육의 날' (Aktionstage Politische Bildung) 행사를 실천해 왔는데 2013년 극우 정당 대안당(AfD)의 출현에 맞서 2015년부턴 독일연방정치교육원을 비롯해 18개 기관으로 확대해 시민 교육 행사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민주 시민 교육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의 학교 교육을 뼈아프게 성찰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민주시민교육의 정체성을 담아낼 선도 교과를 탄생시켜 민주시민교육을 이끌어 가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고 절실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명박 정권 시절 역사의식을 높여줄 ‘한국근현대사’ 과목을 뉴라이트 세력들이 2011년 전격 폐기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집권한 박근혜 정권 시절 2015년에 한국사 검정 교과서를 국정제로 전환하려 했습니다. 결국 한국사 수업시수를 늘리고 수능 필수 과목으로 만들었지만, 역사의식을 왜곡할 뿐 건강한 역사의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다시 ‘한국근현대사’ 과목을 부활하고 프랑스처럼 교과서 자유발행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