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 1020세대의 극우화 경향은 낡은 교과서 탓이 맞습니다
이 글은 지난 오마이뉴스 5월 21일 자 기사 "[반론] 낡은 도덕·사회 교과서가 청년들의 극우화를 낳았다고?"에 대한 재반론 글임을 밝힙니다. 오마이뉴스는 교육에 관한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하성환 기자]
최근 극우화 사태는 구식 도덕, 구식 사회 교과서 영향 https://omn.kr/2i81s
[반론] 낡은 도덕·사회 교과서가 청년들의 극우화를 낳았다고? https://omn.kr/2ia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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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상버스에서 장애인 등 교통 약자의 휄체어, 유모차 사용은 권리임을 홍보하는 문구 일상에서 존중과 배려를 생활화함으로써 성숙한 시민성을 강조하는 정부 홍보물. 노년층, 장애인, 유모차 등 교통 약자의 당연한 권리를 대중적으로 계도하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
| ⓒ 하성환 |
민주시민교육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본인은 해당 기사의 주장에 일부 공감하고 동의하지만 세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음을 비판하고자 합니다. 가장 먼저 시민 교육에서 앞서간 독일과 프랑스 교과서와 비교했을 때 우리의 도덕/사회과 교과서 내용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표현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단적인 사례가 노동자 파업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태도입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파업을 정당한 노동권 행사로 인식하는 반면, 우리 사회에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강합니다.
헌법에 명문화한 사회권적 기본권임에도 이런 인식이 남아 있는 배경에는 질서와 순응을 강조해 온 '신민(臣民) 교육'의 영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초등학교 때부터 노동권을 인권의 일부로 가르치고, 노사협상을 정규 교과 수업과 역할극을 통해 경험하게 합니다. 반면 우리는 노동자의 권리보다 공동체 질서와 노사협력을 강조해 왔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식민지 교육, 해방 이후 약 42년간 이어진 독재 정부 아래에서 지속된 반공 교육, 그리고 1990년대 이후의 준법 교육은 모두 '질서에 순응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 결과 노동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불편하게 바라보거나 외면하는 사회현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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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9월 28일 조국사태 당시 검찰개혁 촉구 촛불 시위 교대역에서 서초역까지 대로에 가득한 시위 행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윤석열 정권 등장 이전부터 깨어있는 시민들은 조작수사에 능한 특수부 정치검찰의 행태에 분노하며 검찰개혁을 외쳤다. |
| ⓒ 하성환 |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 이후 7월부터 9월까지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납니다. 그 결과 자주적인 노동조합이 우후죽순 창립됩니다. 바로 그 민주적인 노동조합이 40년 가까이 실천해 온 민주노조의 조합원 교육이 오늘날 시민 교육의 큰 뼈대를 구성합니다. 그리고 1990년대 참여연대, 정대협(후신 정의연), 인권연대 등 수많은 NGO가 30년 넘게 실천한 시민 교육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울러 1990년대 이후 시민사회가 크게 성장하면서 다양한 집회 형태로 광장 민주주의를 직접 경험한 세대들이 민주시민으로 오롯이 성장한 결과입니다. 응원봉 빛 혁명을 결코 제도권 학교 교육과 연관 짓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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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옛 일본 대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수요시위> 당시 고교생들이 피켓팅하는 장면 일본군 위안부 수요시위는 <할머니에게 명예와 인권을!> 외치며 1992년 1월 8일부터 시작해 올해로 35년째를 맞고 있다. |
| ⓒ 하성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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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정치교육 교과서 단원 차례(<독일정치교육> 408~409쪽을 촬영함) 독일 9~10학년용 <실제 정치 3>의 단원 차례이다. 우리나라 고교 2~3년생들에게 해당하는 시민교육 교재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분석, UN의 가능성과 한계, 미국: 마지막 강대국' 등 현안 주제를 직접 다루며 개념 지식 중심인 우리나라 정치 교과서와 확연히 다르다. |
| ⓒ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 제공 |
두 번째로 [반론] 기사의 글쓴이는 "기존 도덕/사회 교과서는 수시 개정을 통해 시대 변화에 맞춰 내용을 보강했기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문제는 교육방식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덧붙여 그러한 교육방식이 입시 경쟁 교육에서 비롯되며 근본적으로 대학 서열 체제가 문제라고 제기합니다. 따라서 민주시민교육을 위해서 대학 서열 체계를 완화해 입시 경쟁 교육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원인을 거대 담론으로 떠넘긴 잘못이 있습니다. 복지를 북서유럽처럼 강화하면 대학 서열 체계와 입시 경쟁 교육은 어느 정도 완화됩니다.
그렇게 하기 전이라도 학생의 시민의식 성취도를 측정하는 평가 방식만 바꾸어도 민주시민교육은 교육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현행 5지 선다형 수능 상대평가 방식을 폐기하고 독일, 프랑스처럼 서·논술형 절대 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면 학생들은 저절로 독서하고 토론 수업을 통해 사고의 깊이를 더합니다. 전 세계 북서유럽 어느 나라도 객관식 상대평가로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역사의식 논란과 관련하여 한국사 수업시수 강화를 예로 들며 특정 교과목만으로 민주시민교육이 될 리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다시 말해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일은 다양한 교과 활동과 체험 활동을 통해서 길러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물론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교육 활동은 다양한 교과 활동과 교내외 체험 활동과 상호 네트워크를 형성해 진행해야 합니다. 더할 수 없이 가장 이상적인 견해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당장 민주시민교육을 앞장서 이끌어갈 선도 과목이 존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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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년 열리는 정치교육의 날 행사 등 독일 정치교육을 총괄하는 <독일연방정치교육원> <독일연방정치교육원>은 학교 정치교육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노동단체, 16개 주 정치교육원, 그리고 정당재단과 긴밀히 소통하며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헌법인 독일기본법을 손바닥 헌법책으로 제작해 전체 독일 국민에게 무료 배포하고 있다. 2010년을 전후해 극우정치세력이 급성장하면서 2015년부터 독일연방정치교육원은 정치교육의 날 행사를 크게 확대하였다. |
| ⓒ 하성환 |
덧붙이는 글 | 이명박 정권 시절 역사의식을 높여줄 ‘한국근현대사’ 과목을 뉴라이트 세력들이 2011년 전격 폐기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집권한 박근혜 정권 시절 2015년에 한국사 검정 교과서를 국정제로 전환하려 했습니다. 결국 한국사 수업시수를 늘리고 수능 필수 과목으로 만들었지만, 역사의식을 왜곡할 뿐 건강한 역사의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다시 ‘한국근현대사’ 과목을 부활하고 프랑스처럼 교과서 자유발행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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