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시상식] “아버지도 그렇게 혼내진 않는데…” 김단비가 말하는 ‘영혼의 파트너’
김단비는 24일 용산드래곤시티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정규리그 MVP로 선정됐다. 김단비는 기자단 투표에서 116표 모두 획득, 역대 6호 만장일치 MVP가 됐다.
또한 김단비는 득점, 리바운드, 블록슛, 스틸, 윤덕주상, 우수수비선수상, 베스트5까지 총 8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이는 지난 시즌 청주 KB스타즈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던 박지수에 이은 역대 2호 진기록이다. 김단비는 MVP 상금 500만 원을 비롯해 총 1400만 원의 상금도 챙겼다.
개인 통산 2번째 정규리그 MVP를 품은 김단비는 그간 털어놓지 못했던 마음고생을 전하는가 하면, 플레이오프에 임하는 다부진 각오도 밝혔다.
대답하기 어렵다. ‘제2의 아버지’라고 하기엔…. 우리 아버지는 그렇게 화 안 낸다(웃음). 그래서 아버지라는 표현은 그렇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프로선수)시작을 감독님과 함께 했다. 그때 준비를 잘할 수 있게 해주셨기 때문에 우리은행에서 만난 후에도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농구에 있어서는 아버지다. 나의 농구를 만들어 준 분이다.
2022~2023시즌 MVP 수상 후 ‘그만둘까?’란 스트레스도 받았다고 했는데 어떤 고민이 있었나?
건방진 소리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MVP 못 받은 선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박지수 선수가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이해가 됐다. 박혜진 선수도 MVP 수상 경험이 많은데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알게 됐다. 존경스럽다. 나도 자존심이 더 세졌다. 꼴찌는 하기 싫었는데 전력상 약체라는 평가가 나왔고, 솔직히 나도 힘들 거란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꼴찌를 면할까? 어떻게 하면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을까?’ 고민해 봤는데, 그러려면 내가 모든 경기를 ‘하드캐리’해야 했다. 그래서 무너지면 안 된다는 스트레스가 컸다. 시즌 초반에 잘하다 보니 나중에는 내가 못하는 경기가 기사화 되고 더 주목을 받았다. ‘못하면 안 된다. 잘해야 한다’라는 압박감 때문에 시즌 중반쯤 힘들었다.
만장일치 MVP도 기대했나? 혹은 압박감이 더 커졌나?
시즌 개막 전에는 생각을 못했다. MVP는 대부분 정규리그 우승팀에서 나오는데 우리의 목표는 플레이오프였다. 계속 달리다 보니 1위로 올라섰는데 따라잡힐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있었다. 솔직히 1위를 확정한 이후 (MVP를)생각했지만, 만장일치는 어려울 것 같았다. 많은 분이 한마음으로 나에게 투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압박감에서 자유로워질 순 없다. 전력이 약해진 시즌이지만,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어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목표가 있었고 MVP까지 받았다. 이제 다 이뤘다. 더 이상 목표가 없지만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목표가 없으면 안 된다. 압박감은 더 이상 안 받았으면 하지만, ‘나로 인해 다른 선수들이 성장하고 발전했으면’이라는 생각은 든다. 다른 선수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나도 다른 팀 고참들과 얘기를 하는데 우리가 노력을 안 하는 건 아니다. 열심히 안 하는 것도 아니지만, 예전에 비하면 편한 걸 추구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 것 같다. 모든 운동선수가 그렇다. 예전에는 ‘헝그리 정신’이라는 게 있었고, 선배들이 더 열심히 했다. 프로라면 편한 것보단 스스로 구렁텅이에 빠져들어야 한다는 각오로 힘든 걸 찾아서 해야 한다. 선수는 결국 몸으로 하는 직업이다. 그만큼 연습도 더 하고, 화려한 것보단 기본기를 다지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말하면서도 조심스럽긴 하다.
많은 상금을 받았는데 계획은?
8관왕 하니까 상금이 많더라. 동료들이 옆에서 계산해 줬다. 선수들에게 밥도 사주고, 감사한 분들에게 선물도 드릴 생각이다. 지난 시즌 우승 후 팬미팅을 하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못 지켰다. 올 시즌 끝난 후에는 팬미팅이든 뭐든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위성우 감독이 지도상 상금(300만 원)을 이명관에게 주겠다고 했을 때 선수들 반응은 어땠나?
선수들한테 300 나누기 15 해보라고 했다. 정확히 나눠야 한다고 장난쳤다(웃음). 감독님이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셔서 ‘나도 MVP 상금을 누구에게 줘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이명관 선수는 올 시즌에 많이 성장했고, 고생도 많이 했다. 그래서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 선수들도 충분히 동의했다.
플레이오프에 임하는 각오
올 시즌까진 MVP에 대한 부담을 가질 생각이다. 플레이오프라고 부담을 내려놓을 순 없다. MVP다운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에서 영혼을 갈아 넣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뛰겠다. 농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동료들이 잘 받쳐준 덕분에 좋은 결과를 거뒀다. 플레이오프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있어서 걱정도 되지만, 선수들은 열심히 준비했다. 자신 있게 임한다면 충분히 해낼 거라 믿는다. 정규리그 치르는 동안 얘기를 많이 했지만 생각만큼 자신감이 올라오진 않더라. 정규리그 우승을 한 만큼, 선수들이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고 임했으면 한다.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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