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신 사과한 법원, 영화숙·재생원 사건 '배상' 판결
[김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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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지법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영화숙재생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하자 28일 피해자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영화숙재생원은 1951년 시설 설립 이후 1970년대까지 운영된 부산 지역의 집단수용시설 중 하나다. |
| ⓒ 김보성 |
지난날 사회 정화라는 명목으로 끌려가 인권침해를 당했던 영화숙·재생원 피해자들에게 사법부가 국가를 대신해 사과하자 방청석이 들썩였다. 어린 시절 시설에 강제수용됐다가 살아남아 어느새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린 피해자들은 그제야 "고생 많았다"라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부산지법의 이 같은 목소리에 일부는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10대 전부터 7년 가까이 시설에 갇혔던 ㄱ(68)씨는 "과거만 생각하면 눈물만 난다"라며 악몽 같았던 그때를 떠올렸다. 그는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렸다"라고 말했다.
항소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영화숙·재생원에서 5년을 보낸 ㄴ(70)씨는 "국가와 부산시가 또 우리를 법정으로 안 불렀으면 좋겠다"라고 기자의 손을 꼭 잡았다. 같은 70대인 ㄷ씨는 "항소보단 정부 사과를 받고 싶다"라며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울분을 토해냈다.
60여 년 만에 사법부도 '인권유린' 국가 책임 인정
28일 부산지법 민사11부(이호철 부장판사)는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 손석주 대표와 피해자, 유족 등 185명이 대한민국,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선고에서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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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지법. |
| ⓒ 김보성 |
정부의 손배청구권 소멸시효 완성 주장 등은 형제복지원이나 덕성원 판결처럼 배척됐다. 재판부는 과거사정리기본법에 따른 진실규명 결정으로 사건의 구체적 내용이 확인된 점, 이에 대한 통지받은 때에 비로소 소송 가능 사실을 알게 된 점 등을 들어 단기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1심 선고 뒤 별도로 국가의 존재 이유를 말하며 먼저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영화숙·재생원 사건은 진화위 진실규명 결과만 나왔을 뿐 정부 차원의 사과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의식한 듯 이 판사는 "국가는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고 이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그러한 의무를 방기했을 때 국민의 존엄, 가치가 훼손되고 불행해질 수 있다"라고 대한민국의 역할을 되물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결과를 받아 든 법정 밖은 숙연한 분위기였다. 참석자들은 공익소송 차원에서 힘을 보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산지부와 법무법인 해마루,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준비한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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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손해배상 소송에서 부산지법의 원고 승소 판결 이후 28일 법원 밖 기자회견에서 눈시울을 붉힌 채 발언을 하는 손석주 피해자협의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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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을 대리한 민변의 이정민 변호사는 "(여러) 국가폭력 사건 중에서도 가장 초기에 가장 잔인하게 가혹행위, 폭행, 또 교육권 박탈 등 피해를 당했다.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는데 조금이나마 치유가 됐으면 한다"라고 긴 시간을 견딘 피해자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끝난 게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고은 반빈곤센터 대표는 "상식적인 판결로 법원이 피해자들과 손을 잡고 첫발을 내디딘 걸 환영한다"라면서도 "아직 제2의 제3의 피해자들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진상규명은 계속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정하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활동가 역시 집단수용시설의 국가폭력 문제를 다시 상기하는 과정이었다"며 "하루빨리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라"라고 요청했다.
이들의 마지막 외침은 사건의 제대로 된 매듭이었다. 이동균 민변 변호사가 낭독한 회견문에는 정부와 부산시의 공개적 사과 외에도 ▲유해발굴 ▲추가 조사와 구제 ▲모든 수용시설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의 요구안이 담겼다.
[관련기사]
영화숙·재생원 피해자들 국가배상소송 제기 https://omn.kr/2e36v
"피가 터지도록 맞고..." 피해자들의 인권유린 증언
https://omn.kr/2g6wt
진화위 "영화숙·재생원 사건 국가 공식사과 권고" https://omn.kr/2cd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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