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퇴진' 구호 놀라운 일…中시위 10년 억압의 결과"

김영주 2022. 11. 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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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항의의 표시로 백지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천안문사태 이후 30여년 만에 중국 전역에서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후, 미국 등 서방 매체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지난 10여년 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위주의 통치에 억눌린 민심이 표출된 결과라고 했다.

폴 크루그먼 뉴욕대 교수는 지난주 시위는 '제로 코로나' 봉쇄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됐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권위주의 정부 탓"이라고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지적했다.

그는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수명을 다했다고 봤다. 코로나19 초기엔 엄격한 봉쇄가 적절했을 수 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며, 다른 국가들이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등 출구를 마련하는 동안 중국은 봉쇄정책을 강화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했다.

향후 해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봉쇄를 완화하는 건 사실상 실수를 인정하는 꼴인데, 이는 권위주의 정부로선 쉽지 않을 결정이라며, "스스로 함정에 빠졌다"고 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번 사태에서 "독재 정권은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실수를 저지를 위험이 크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그런 점에서 "(조언을 듣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닮았다"고 꼬집었다.


대학가 등에서 벌어진 시위가 '반정부'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일부 전문가는 1989년 천안문사태를 빗대 분석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20년간 특파원으로 현지를 취재한 자밀 안더리니 폴리티코유럽 편집장은 28일 "중국에서 시위하는 젊은이들은 천안문을 잊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그들은 아직 닥쳐올 시련을 모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시위로) 권위주의 정권의 민낯을 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더리니가 중국에서 20년간 목격한 전국적인 규모의 시위는 1999년 미국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을 오폭했을 때 일어난 관제 반미 시위였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주말 중국 전역에서 "민주주의와 시진핑 퇴진" 구호가 나온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시위가 지난 3년간 코로나 봉쇄로 인한 경제적 궁핍과 좌절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지난 20년(1990년대와 2000년대)간 상대적으로 (중국 지도부의 대중 통제가) 느슨해졌지만, 최근 10년간 지속해서 억압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신세대들은 1989년 천안문 사태의 비극적 결과를 잘 모를 것이고, 이런 점이 그들로 하여금 용감하게 '반정부' 구호를 외치게 한 배경이라고 봤다.

시진핑 주석이 '디지털 전체주의'의 모든 도구를 활용해 '반정부' 구호를 외치는 중국 인민을 통제하려 나설 것이므로 "적어도 가면은 벗겨졌고 중국 인민은 그들을 억압하는 정권의 민낯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게 안더리니의 진단이다.

결국 제로 코로나 완화로 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28일 중국 시위와 관련한 복수의 전문가 의견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 중 존 컬버 글로벌 차이나 허브 선임연구원은 제로 코로나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유일한 탈출구는 "서양의 mRNA(리보핵산) 백신을 수입하거나 제조해 취약계층에 예방접종을 장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방역 완화 시기는 내년 3월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앞둔 시점으로 관측했다. 그는 중국 당국은 반정부 시위를 적절히 차단하면서도 대중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 서방 백신의 접종 계획을 발표하고 봉쇄를 푸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주 시위에서 "시진핑 퇴진" 구호가 나왔지만, 시 주석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인민일보 등 공산당 선전기관도 지도부의 입장을 전달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NYT는 침묵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기 때문이라고 29일 보도했다. 중국 정치와 시위를 연구하는 윌리엄 허스트 캠브리지대 교수는 NYT에 "그들은 가능한 한 오랫동안, 가능한 한 적게 말하고 있다"며 "말을 하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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