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제주도가 봄철 성수기 특수마저 놓치고 있다. 10만원짜리 갈치조림, 2만원짜리 순대 등 바가지 논란이 계속되면서 여행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급기야 5성급 호텔까지 주중 객실을 10만원대에 내놓고 있다.
3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제주도 대표 5성급 호텔인 해비치는 주중 기준 조식 제외 객실 평균가가 20만원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시기 30만원을 웃돌던 것과 비교하면 10만원 이상 내렸다. 평일 객실 점유율도 60~70%대에 그치고 있다.
제주신화월드, 메종글래드 등 다른 특급호텔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신화월드 랜딩관은 객실 요금이 7만9000원까지 내려간 사례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항공권과 함께 구매시 특가를 적용받을 수 있는 ‘신화월드 7만9000원 예약법’을 공유하는 게시글이 돌고 있다.
제주 드림타워 리조트 내 하얏트 호텔 역시 4월 내내 20만원대부터 숙박이 가능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40만원대가 기본이었다.
제주도는 최근 ‘제주에 폭싹 빠졌수다’ 캠페인 등 여행 주간을 운영하며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체감 효과는 크지 않다. 2만원짜리 순대, 10만원짜리 갈치조림 등 바가지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관광객 이탈이 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제주 방문 관광객 수는 약 181만명으로, 전년 동기 206만명의 관광객 수를 기록한 것 대비 12.3% 줄었다.
같은 기간 숙박시설 폐업도 늘었다. 올해 2월 말 기준 제주도 내 숙박업소 객실 수는 7만7963개로, 1년 전보다 1.8% 감소했다. 2월 한 달 사이 22개 업소가 문을 닫고 1300여 객실이 사라졌다.
관광업계는 제주의 고질적 문제인 바가지요금 개선 없이는 이미지 회복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실시된 ‘2024년 제주 방문관광객 실태조사’에서 여행객들은 음식과 관광지에 대해 4점대 높은 만족도를 준 반면, 여행 경비(관광지 물가 등) 항목은 2.93점으로 가장 낮게 평가했다.
소비자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제주도 1일 평균 여행 경비는 13만4000원으로, 전국 평균인 8만8000원의 1.5배, 가장 저렴한 도시인 광주 여행 경비인 6만3000원의 두 배 이상이다.
그나마 날씨가 풀리는 시기인 5월 황금연휴 특수는 기대할 만하다. 4월 내내 20만원대였던 드림타워 하얏트호텔 객실 요금은 5월 들어 5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이러니 같은 값이면 일본 간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제주가 다시 선택받으려면 전 도민이 바가지 근절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글=배민주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