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사라지는 것이 아닌 살아가는 ‘활물화(活物畵)’
어릴 적 나에겐 사물에게 생명력을 부여하고 대화할 수 있는 초능력이 있었다. 사물함에 종이학, 장난감, 문구류 등을 넣고 닫은 뒤 빠르게 문을 열었다. 사물은 그대로 있었지만, 문을 닫았을 땐 분명 움직이고 있었을 거라 믿었다. 나중에 그것이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서 ‘물활론적 사고’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나만이 아닌 모두가 어릴 적엔 초능력자였던 것이다.
성인이 된 뒤, 한때 친구들이었던 사물들을 길가에서 마주쳤다. 단독주택들이 빌라들로 바뀌면서 안에 있던 것들이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무엇이든 안에 있는 것이 밖으로 나오면 다르게 된다. 집 안에서는 그 용도와 쓰임이 명확했으나 길가의 사물들은 의미가 달랐다. 그것들은 폐기된 것이었지만, 왠지 살기 위해 밖으로 뛰쳐나온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거기서 사물의 죽음을 보았다. 경험했던 한 시절의 마지막이었다. 사라지는 사물들이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잊어버렸던 초능력을 다시 떠올렸다. 사물이 본디 어떤 쓰임새인지와는 상관없이 재조합하고 새로운 역할과 생명력을 부여했다. 나의 작업은 사물의 윤회이며, 언제나 끝은 다른 시작임을 의미한다.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하는 기존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와 삶과 죽음이란 주제는 같지만, 내가 사물에서 발견한 것은 허영과 허무가 아니라 가능성이다. 정지된 삶, 죽은 생명이란 뜻의 정물(靜物, Still-Life)과 달리 나의 사물들은 움직이고 변화하며 진화한다.
즉, 내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활물(活物)’인 것이다. 나는 그림으로써 사라져가는 사물들을 재탄생 시키고 싶다.
Black Rabbit with Carrot
Bloom#24
Bloom#42
Monkey with Purple Tuilps
Red Cat with Rainbow Umbrella(Side)
The acrobatics of Objects
The Objcet Musicians of Bremen
Video Bird
Woman with Mother-of-pearl
Woman with Ponytail
조정은 작가
2012년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23.04 활물화 活物畵 (아트스페이스H, 서울)
2022.11 이상한 나라의 사물들
2022.04 브레멘 사물 음악대 (스페이스 엄, 서울)
2020.10 사물에 빠지다 Falling in Things (스페이스 엄, 서울)
2020.05 스프링 Spring (갤러리 자작나무, 서울)
2019.11 사물놀이 (갤러리 순, 파주)
2019.01 겨울에 피는 봄 (갤러리 토스트, 서울)
2017.06 레디메이드 인 다실바 (대안공간 눈, 수원)
2016.06 동네 드로잉 (대안공간 눈, 수원)
2016.03 공상 드로잉 (인투고, 서울)
<2인전>
2022.09 함께 그리는 무지개 (Chung M Art Company)
2021.09 우산이 되어줄게 (아트스페이스H, 서울)
2021.03 Love Dot (갤러리 다온, 서울)
2019.03 처음이자 시작 (디애소미 갤러리, 서울)
<주요 단체전>
2022.10 사유의 형태들 (평택문화원 웃다리 문화촌, 평택)
2022.04 행궁유람 행행행 (수원시립미술관, 수원)
2021.06 공공미술 프로젝트 닷츠 브릿지 (미인도, 서울)
2020.10 아미 마켓展 (아미미술관, 당진)
2019.06 2019현대미술경향읽기 인간의 자연전 (아미미술관, 당진)
2019.03 Young&Young artist project 4th 2nd (영은미술관. 광주)
2018.10 SeMA 예술가길드 萬LAB (서울시립 남서울 미술관, 서울)
2017.11 경기문화재단 아트경기 우리 집 우리 가족 (벨라시타, 고양)
2016.12 경기문화예술신문 신진작가 발굴 프로젝트(해움미술관, 수원)
2016.03 조금만 더 가까이 (장항문화예술창작공간, 서천) 외 다수
<작품소장처>
옹진군, 서울동부지방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