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총선백서, 200일 만에 '뒷북' 공개... '당정관계' 직격
[곽우신 기자]
▲ 조정훈 국민의힘 총선백서특위 위원장이 지난 5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백서 특별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장동혁 전 사무총장. |
ⓒ 남소연 |
조정훈 국민의힘 총선백서특위 위원장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5월 첫 회의를 할 때 로드맵으로 3개월을 제안한 바가 있다. 2배 정도 걸린 것 같다"라며 "더 빨리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을 알지만, 전당대회가 있었고, 보궐선거도 있어서 한 박자 두 박자 쉬어가자고 이해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다만, 발간이 늦은 만큼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도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라며 "따라서 이 백서에서 나온 내용을 당이 빨리 숙지하고, 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향해서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매진해야 한다.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총선백서 공개가 늦어진 데 대해 위원장 본인도 아쉬움을 표한 셈이다.
여당 총선 참패 첫 번째 원인으로 '당정관계' 꼽았다
이번에 공개된 총선 백서는 제22대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원인으로 ▲불안정한 당정관계로 국민적 신뢰 추락 ▲미완성의 시스템 공천 ▲절차적 문제와 확장성 부재를 야기한 비례대표 공천 ▲집권여당의 승부수 전략(공약) 부재 ▲조직구성 및 운영의 비효율성 ▲효과적인 홍보 콘텐츠 부재 ▲당의 철학과 비전 그리고 연속성 문제 ▲무늬만 싱크탱크? 기능 못한 여의도 연구원 등을 꼽았다.
여러 언론과 정치평론가들의 기존 지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분석이었다. 다만, 첫 번째 요인으로 '당정관계'를 꼽은 것은 눈에 띈다. "선거 전부터 확인된 낮은 국정 운영 평가에 대한 관리 부재"와 "주요 이슈에 대한 적극적 대응 실패"를 언급하며, 결과적으로 "당정 엇박자로 인한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함께 서천시장 화재 현장 점검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피해 상황을 둘러보고 있다. |
ⓒ 연합뉴스 |
예컨대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 지도부가 모든 의제를 열어놓고 대화를 시작할 것을 대통령실에 제안했고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국 당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이라며 "대국민담화 직후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끝났다'라는 절망이 팽배했고 민심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면서 그 어떤 선거운동도 백약이 무효라는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음"이라고 용산을 직격했다.
또한 "당정 간 다른 목소리를 내고 대립 관계를 보이는 순간 당정갈등이 집중 부각될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싸우지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선거가 끝났다는 비판이 있었음"이라고 적었다. 당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용산과 차별화에 나섰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는 뉘앙스이다.
논란이 거셌던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김건희 여사 사이의 텔레그램 논란은 '양비론적'으로 기술됐다. "총선 패배 두 달 뒤에 드러난 이른바 '영부인 문자 논란'은 비대위원장과 대통령실 모두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으며 총선 과정에서 원활하지 못했던 당정관계가 주요 패배 원인이었음을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확인해 주었음"이라는 이야기였다.
백서는 결론으로 ▲당의 정체성 확립 및 대중적 지지기반 공고화 ▲미래지향형·소통형 조직 구조로 개편 ▲빅데이터 기반 정책 개발 및 홍보 역량 강화 ▲공천 시스템 조기 구축 및 투명성 강화 ▲취약지역 및 청년·당직자 배려 기준 구체화 ▲ 전을 가진 싱크탱크 구축 및 미래를 위한 준비 등을 6대 개혁과제로 제시했다.
"내용과 과정 모두 깔끔하지 못했다" vs. "B학점 정도는 된다"
이번에 공개된 총선백서는 설문조사 및 면담 결과까지 상세하게 첨부하는 등, 상당히 공을 들인 결과물임에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총선백서라는 게 아예 당 바깥에 있는 인사에게 '너 마음대로 해라' 이렇게 할 것이냐, 아니면 안에서 뭔가 좀 바꾸기 위한 명분으로 할 것이냐, 둘 중에 하나"라며 "처음부터 좀 어중간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동훈 대표든, 조정훈 특위위원장이든,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총선백서 내용과 발간 과정이 깔끔하지 못했다"라며 "차라리 범위를 좀 좁혀서 특정 영역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라고 평했다.
비록 당정관계에서 당이 더 주도적으로 나갔어야 한다는 결론을 싣기는 했지만 "(그런 지적을) 일찍 했으면 모르겠는데, 총선이 끝난 지 6개월이 넘었다. 지금 와 가지고 '이게 누구 탓이다' 하는 것은 큰 의미를 찾기 어렵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A는 아니더라도 B학점 정도는 줄 수 있는 백서"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나마 '윤한 면담' 이후로 당정 갈등이 증폭되면서 백서를 공개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은 셈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여전히 공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총선백서 특위위원장도 '친윤'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이고, 총선 백서 작업 과정에서도 특위 안에서 '용산 책임론'에 되게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다"라며 "당이 지금까지 윤 대통령의 입김으로 좌지우지됐다고 봐야 한다. 한동훈 대표가 취임한 이후에 그나마 당정 관계에서 용산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백서 공개가 추후 한동훈 대표의 '차별화' 기조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도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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