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는 자폐아를 닮았다 vs 자폐아는 펭수를 닮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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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brunch.co.kr/@happyloser77p/60

펭수는 자폐아를 닮았다

기며니 에세이스트 

(부분인용) 

"펭수의 말투와 행동은 자폐인들과 꼭 닮아있다. '자폐'라는 단어는 보통 부정적으로 쓰임을 알고 있다. 우리 사회는 혼밥을 즐기는 대선후보에게 '사회적 자폐아'라는 기사로 공격하고, 단체생활을 즐기지 않는 이에게는 '자폐아처럼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지 말라'는 충고를 서슴없이 해왔다. 자폐는 그저 타고난 특성일 뿐인데. 펭수가 자폐인을 포함한 발달 장애인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활자로 바꾼 이 글이 펭수에 대한 모욕이 아님을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자폐인을 포함한 발달 장애인은 시선 맞추기를 어려워했고 일상적으로 맥락 없는 소리를 냈다.

내 입장에서는 한 번이라도 내 눈과 맞춰주길 바랐지만 자폐인들의 시선은 나의 어깨너머와 먼 산을 향해있었다. 난 무례하게도 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왜?"라는 질문을 했다. 발달 장애인마다 증상과 정도가 천차만별이라 일반화를 하긴 힘들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폐인은 초단위로 입력되는 감각이 자폐가 없는 사람보다 몇백 배 많다.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폭탄 터지는 소리처럼 들릴 때도, 아파트 밖으로 지나가는 차의 바퀴가 굴러가며 땅에 만드는 진동이 지진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우리가 자연재해를 입거나 전쟁 중일 때처럼 감당할 수 없는 자극이 평상시에도 이들에게 계속된다. 자폐인이 눈 앞의 나를 인식하고 내 말을 듣는 것만으로 작은 기적이었던 거다.



자폐인은 시도 때도 없이 특정 멜로디를 반복하곤 한다. 그 멜로디는 cf의 로고송일 때도, 캐럴 음악일 때도, 지하철 정차음일 때도 있다. 이유를 알 수 없이 맥락과 상관없이 같은 음악이나 문구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어! 허이", "에휴', "뚜삐뚜뿌", "우우~" 등의 출처를 알 수 없는 추임새나 한숨 소리를 하루에도 수 백번, 몇십 년간 반복할 때도 있다. 지하철에서도, 영화관에서도 큰 소리로 본인만의 노래를 외친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펭수와 자폐인은 정말 꼭 닮아있다.

펭수의 눈은 시선이 없다. 늘 본인의 우주를 응시하고 있다. 또한 펭수는 음악적 영감을 받을 때면 장소 등 주변 환경은 고려하지 않고 뜬금없이 멜로디를 만들어내거나 추임새로 음악을 만든다. 때로는 맥락 없이 "꽤애애애~~~액!" 목이 갈라져라 소리를 지른다. 열 살 펭귄 펭수가 펭귄어를 하는 거다. 남극에서 헤엄쳐오다 스위스에 들러 배운 요들송을 언제 어디서든 자신 있게 큰 소리로 부른다. 뒤집어지는 목소리로 공공장소에도 크고 당당하게 부른다.



펭수 펭귄어

팬들은 초점 없는 펭수의 사백안을 사랑한다. 얼굴 근육이 없는듯한 펭수지만 상황과 분위기 그리고 펭수의 말소리와 함께 표정을 느낄 수 있다. 펭수가 '엣헴'이라는 감탄사로 만든 10초짜리 음악을 1시간 동안 무한 반복하는 영상을 팬들이 직접 만들어 보고 또 본다. 넌더리가 날 만큼 보고 또 봐도 보고 싶고 머리에 울리는 엣헴송. 팬들은 펭수가 하는 행동을 판단하거나 해석하지 않고 그저 사랑하는 거다. 펭수는 열 살이니까. 자폐인의 외모가 할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그들은 늘 다섯 살 또는 세 살인 것처럼.


펭수는 남극에서 온 펭귄이라 참치캔 또는 새우탕면과 같은 해산물만 먹는다. 좋아하는 간식은 빠다코코넛 과자와 녹차. 같은 조류에 속하는 닭으로 만든 치킨 등의 음식은 거부한다. 자폐인이나 발달 장애인들 역시 식성부터 의상까지 호오가 뚜렷한 경우가 많다. 매일 먹는 음식만 고집하거나, 매일 같은 옷을 입으려 하고 같은 방향으로 앉아야만 하는 경우 등이 있다. 펭수의 취향마저 꿰고 있는 이들은 펭수에게 참치캔, 빠다코코넛 과자 그리고 녹차만을 선물한다. 자폐인의 경우 한 음식만 먹으면 골고루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해 다른 음식을 먹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펭수에게 그랬듯 발달장애인이 한 가지 음식만을 선호하는 성향마저도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귀엽다, 예쁘다 칭찬한 번 해주지 못했던 게 떠올랐다.




펭수와 자폐인이 꼭 닮았으나 180도 다른 면도 있다. 바로 보호자의 태도다.

발달 장애인들의 부모님들은 이유 없이 세상에 죄송해했다. 자폐인을 무례하게 응시하는 시선에도, 당신의 자식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안쓰럽다는 듯 혀를 끌끌 차는 이들에게도 자폐인의 부모는 늘 머리를 조아렸다. 활동 보조인인 나도 그랬다. 세상의 무례 앞에 자폐인을 대신해 사과했다. 집 밖으로 한 걸음 떼는 일이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나가는 것처럼 힘든 일인 이들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 우선이었는데. 사람들의 잘못된 반응에 허리를 숙였다. 땀이 날만큼 꼬옥 자폐인의 손을 움켜잡고도 연신 대중을 향해 굽신거리며 뭇사람들의 가벼운 언짢음을 해소할 때 내가 뭐라도 되는 양 발달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는 스스로를 대견해한 순간도 있다.


반면 펭수의 보호자들은 당당하다. 어딜 가나 소속사 ebs의 사장 이름을 "김명중!"하고 크게 외치고, 인파들 사이로 거침없이 뛰어가며 자신의 몸집에 맞지 않는 가위 등의 소품을 쥐어주는 이들에게 던지고 소리를 지르는 펭수. 사람이었다면 이런 돌발 행동에 인성 논란이 일었겠지만 펭수는 '펭성논란'에 시달린다. 여기에 '펭귄어'라며 알 수 없는 소리까지 '꽤에에에엑'하고 지르는 펭수를 대신에 제작진은 그 누구에게도 사과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외친다. "펭수는 열 살이라 아직 금전 개념이 없고 회사의 직급 체계를 몰라요.", "펭수는 부모님을 남극에 두고 헤엄쳐서 한국까지 왔어요. 지금은 펭귄어를 하는 거예요"라고 귀띔해준다. 그렇게 뭇사람들은 펭수를 있는 그대로, 말 그대로 '펭수를 펭수로' 받아들인다.


펭수를 잘 모르는 이들조차 펭수가 어떤 행동을 하든 미소 짓고 바라보게 된 건 순전히 제작진 덕이다. 혼자서는 의자에 앉거나 입구를 통과하는 것조차 못하는 펭수의 곁엔 늘 제작진이 함께한다. 제작진은 목소리 큰 펭수의 부족함을 이해해주고 감싸주며 펭수의 특성을 모르는 이에게 당당한 양해를 구한다. 펭수가 어린이들이 볼 때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때를 제외하고는 펭수의 모든 행동을 칭찬하고 꼭 껴안아준다. 행여 잘못된 행동이라도 꼭 존댓말을 쓰면서 왜 그러면 안 되는지 설명해준다. 키 2m가 넘는 거대 펭귄이지만 열 살이기 때문이다. 가식적인 친절이 아니라 제작진의 표정이 때로는 건조하지만 일관되고 진심 어린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펭수가 조금이라도 기운이 없어 보일 때면 펭귄 전문가와 심리상담사와 함께 펭수가 괜찮은지 진단해준다. 이런 모습은 인기를 얻기 전, 아무도 펭수를 모를 때부터 한결같다. 펭수 제작진은 백점 만점에 천 점짜리 발달 장애인 활동 보조자의 모습이다.


펭수 역시 당당하다. 화보 촬영을 갔을 때 모델이 몇 가지 포즈를 보여준다. 그리고 펭수에게 해보라며 의자를 권한다. 성인 2명 정도는 거뜬히 오가는 보통 출입구도 좁을 만큼 펭수의 허리둘레는 넓다. 때문에 모델이 앉았던 사람용 의자는 펭수 엉덩이의 반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때 펭수는 사람용 의자엔 맞지 않는 본인의 몸을 탓하지 않는다. "매니저! 의자에 앉을 수가 없잖아!"라고 소리치며 본인을 초대한 이들의 배려 없음을 유쾌하게 지적한다. 몸집이 거대한 자이언트 펭귄이라 고향 남극에서는 친구들이 안 놀아줬지만, 본인의 신체적 특성에 펭수는 주눅 들지 않는다.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도 도움이 필요한 펭수는 당당하게 도움을 청한다. "매니저!"라고 외치면 근거리에 있던 pd두 명이 펭수 곁으로 달려온다. 보통은 방송 제작 책임을 맡아 '갑'의 위치에 있는 pd들이 홀로 남극에서 온 10세 펭귄에게 자발적으로 을이 되어 애정과 도움을 쏟는 거다.



그러고 보니 자폐인들은 늘 펭수처럼 당당했다. 뭇사람들의 무례한 시선에 고개 숙이지 않았다. 머리, 눈, 코, 입, 귀 등 온몸을 때리며 쏟아지는 강한 자극들을 온몸으로 받아내느라 힘들 때도 타인과 세상을 향해 화를 내지 않았다. 이럴 때 발달 장애인들은 오히려 스스로의 몸을 있는 힘껏 때리며 매 초를 살아냈다. 이유 없는 고통을 내린 세상이 아닌 자신을 향해 주먹질하는 천사들의 모습이 보통 사람 눈에는 무섭게 자해하는 걸로만 보인다. 자폐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버거운 삶을 지탱해낸 건데. 열 살 펭수에는 못 미치는 평균 3~7세의 지능을 가져서 펭수보다 구사하는 문장은 적었을지라도. 발달 장애인들은 이유 없이 사과하거나 주눅 들지 않았다."






2. 1번글을 보고 다른 사람이 쓴 글 

http://www.min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682

자폐아는 펭수를 닮아야 하는가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펭수는 자폐아를 닮았는가> 라는 글을 읽고 참 복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 글의 제목을 적을까 하다 저격글은 아니기에 + 어떻게 완곡하게 표현해도 이미 인터넷 세계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기에 제목을 명시합니다.)


예리한 관찰과 잘 읽히는 유려한 문체로 많은 분들이 이 글을 공유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공유 버튼을 선뜻 누르지 못했던 첫번째 이유는 정신장애인을 '자신에게 주먹질을 하는 천사들'이라는 표현 때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내 마음 같은 사람도 없다,는 세 가지 대 전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건 저에게도 해당.. 저는 그렇게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새럼..), 이는 정신장애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착한 정신장애인'이 있을까요? 그냥 정신장애인 개개인의 삶이 있을 뿐이고, 어떤 날은 누군가 보기에 착한 행동을 했고, 어떤 날은 아닐 수는 있겠지요.


천사같은 정신장애인이라는 표현은 글쓴분 처럼 선한 의도를 가진 개인이 봉사활동을 다니며 개인적으로는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 종교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이런 표현을 쓰는 경우는 참 많지요. 다운증후군을 가진 자녀의 부모님들께서도 다운증후군의 여러 특성들과 실제 자녀들이 보이는 사랑스러움으로 본인의 자녀를 이렇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중에 설득하는 글을 쓸 때 이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선의를 가지고 있기에 선한 눈에는 정신장애인 그룹이 선하게 보일 수도 있겠으나, 이 글에 마음이 움직인 사람들은 자폐인 혹은 다른 정신장애인들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이들이 펭수 같기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귀엽고, 어느 정도는 반응을 보이며, 어느 정도는 자기 대신 후련한 이야기를 해 주는 모에화된 캐릭터.


선의를 가졌던 표현들은 불행히도 개인 각자가 규정한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사고의 바운더리를 더욱 견고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이러한 틀을 벗어나는 정신장애인을 만나게 되면 사람들의 호감은 금세 다른 종류의 것으로 바뀝니다. 왜 저렇게 공격적이지? 왜 저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왜 어른인 척 하려하지? 왜 내 도움이나 호의를 무시하지?


공감이 높은 경우 공격성이 높아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내집단in-group의 구성원들에 대한 공감을 하고 있다보면 외집단out-group 구성원들에 대한 적대감과 공격성이 높아지는 식입니다. 내 사람들을 공격하다니..!


결국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정신장애인을 묘사한 글을 호의적으로 읽은 사람들에게, '펭수 같은 정신장애인'은 내가 형성한 나의 개념 안, 내집단의 일부가 됩니다. 반면 '펭수 같지 않은' 정신장애인을 보게 되면 그 불편감과 언짢음은 결국 '어쩐 일인지 뭔가 펭수 같지 않은' 정신장애인에게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두번째로 그 글이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자폐'아'를 가족으로 하는 사람들와 자폐'인'을 가족으로 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다소 다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글의 제목에서처럼 이 글은 펭수를 자폐'아'에 비교하고 있기에 열 살 펭귄에 대한 설명이 그럴 듯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폐인을 가족으로 둔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이들은 성인의 시간을 축적한 정신장애인들과 성인의 삶을 공유해야 합니다. 주거, 연애, 성생활, 노부모를 보살피는 문제 등. 당면하는 문제의 질과 양은 큰 차이를 가집니다. 


다만 이 글이 많은 분들에게 찬반을 야기하는 점은 분명히 중요한 지점입니다. 어제 오늘의 관심이 많은 분들을 불편하게 할 것 같아 목에 뭔가 걸린 듯한 느낌에 저도 여전히 어쩔 줄 몰라하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비틀비틀 갈지자 걸음을 걸으며 분명히 정-반-합의 과정으로 우리의 시선과 관점은 점차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나갈 것이기에,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고 믿고 있기에, 이 글로 인해 우연찮게 던져진 여러 화두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계속해서 곱씹고 논의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논의가 한바탕 지나가면 우리 시대는 조금 더 나은 지점으로 이동해 있기를 바랍니다. 이전과 다른 속도로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하늘이 내린 착한 사람들에 의해서가 아닌, 많은 사람들의 신념과 그때그때의 순수한 선의를 바탕으로"

추가)

1번글에 대한 다른 사이트 반응.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저는 이 글이 무척 공감이 가요. 멋모르고 펭수 보며 웃었는데 이 글 보니 펭수 특징들이 제 아이와 정말 닮았네요. 목소리 크고 이상한 외계어, 의성어 잘 내고,

모르는 사람에게 잘 다가가고, 뜬금없는 말 잘 하고... 그런데도 사람들은 유쾌해하고 펭수에게 따뜻한 시선을 주잖아요, 이상한 눈초리가 아닌...

곁에 있는 저도 주변 시선에 부끄러워하고 당당하지 못했는데 저부터 바껴야겠어요, 펭수 매니저처럼ㅎ 발달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펭수한테처럼 따뜻하게 바뀌길 바라봅니다." 

vs 

"펭수 엄청 똑똑합니다. 불리하면 사장님 이름 대는 거 봐요.

그리고 이상한 소리도 판 깔아줘야 내는 거고요. 중학교 영어듣기평가에 갑자기 노래부르고 고함 질러버리는 학급 발달장애친구와는 다릅니다. 우리 애 반 아이는 갑자기 탈의도 합니다. 

때와 장소를 가려 행동하면 누가 장애우라고 합니까... 주변에서 많이 참아야해요."

"전혀 공감안가요 펭수는 제멋대로 같지만 상황 엄청 보고 다른사람 배려하는 캐릭터에요 힘드실테니 긴말 안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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