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수술 없이 '남→여 정정' 허가…法 "성기, 필요요건 아냐"
성기 제거 수술을 받지 않은 이의 성별 정정(남성→여성)을 허가하는 판결이 법원에서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항소2-3부(우인성 부장)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바꿀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며 A씨가 낸 성별 정정 신청 사건 항고심에서 이를 기각한 1심 결정을 깨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생물학적으론 남성이지만, 8년간 여성 호르몬제를 맞아오는 등 호르몬 요법을 받아 학교와 직장 등에선 사실상 여성으로 생활해왔다고 한다. 다만 남성 성기를 제거하거나, 여성 성기를 만드는 수술을 하지 않아 기존 성기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대법원이 2006년 첫 성별 정정 허가 결정을 내린 이래, 법원은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에 따라 ▶성장기부터 반대 성에 귀속감을 느꼈는지 ▶성전환수술을 받아 성기 등 신체 외관이 반대 성으로 바뀌었는지 등을 성별 정정 허가 요건으로 꼽아 왔다. 지침 개정으로 현재 ‘참고사항’으로 격하되긴 했지만, 법원은 이를 참고해 기존 성기 제거와 성전환수술 등을 사실상 허가 요건으로 삼아 왔다. 1심 재판부도 A씨의 신청에 대해 “사회적 혼란과 혐오감·불편감·당혹감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었다.
2심 “외부 성기, 성전환 필요 요건 아냐”
법원은 자신이 반대 성의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이에게 성별 정정을 위한 성전환 수술을 강제하는 것이 기본권 침해라고 봤다. 재판부는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생식 능력 박탈 및 외부 성기의 변형을 강제한다면, 인간의 존재 이유이자 가장 기본적 욕구인 재생산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중략)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박탈하게 된다”며 “성전환자에 대한 신체 외관의 변화는 당사자의 성별 불쾌감을 해소하는 정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또 2심 재판부는 1심 결정을 두고 “성전환자의 외부 성기가 제삼자에게 노출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며 “극히 이례적인 경우를 전제하여 혼란, 혐오감·불편감·당혹감 등이 사회에 초래된다고 일반화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사실에 대한 편견 혹은 잘 알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지난 2013년엔 기존 성기를 제거했지만 반대 성별의 성기를 만드는 수술을 하지 않은 여성의 남성으로의 성별 정정을, 2017년엔 마찬가지 상태의 남→여 성별 정정을 허가했었다. 2021년엔 기존 성기를 제거하지 않은 여성의 남성으로의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결정이 수원가정법원에서 나왔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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