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미국 내 전기차 가격 인하…트럼프 2기서 할인전쟁 심화되나
일본 도요타가 미국에서 판매량이 가장 높은 전기자동차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간) 투자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도요타는 2025년산 BZ4X 모델의 시작가를 약 3만7000달러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4년산에 비해 14% 인하된 수준이다.
월가에서는 트럼프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하거나 보조금을 축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런스는 “전기차 가격이 다시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트럼프의 전기차 정책에 대해 예상하는 바에 따른 반응일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들은 새해에 이러한 상황이 전기차 판매와 자동차주, 특히 테슬라 주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BZ4X 는 도요타 전기차 중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다. 일본에서 생산되는 BZ4X는 미국에서 제조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 연방정부의 세액공제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리스 차량의 경우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 1~3분기 미국 내 BZ4X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한 1만3577대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미국 전기차 시장의 약 1.4%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테슬라의 모델Y 판매량은 약 28만5000대로 미국 전기차 시장의 약 30%를 차지했다. 같은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9% 증가한 약 100만대로 집계됐다.
도요타의 이번 조치는 미국에서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도요타를 시작으로 미국 내 다른 업체들도 잇달아 가격 인하에 나설 수 있다.
여러 업체가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면 미국 전기차 산업의 가격 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가격 인하는 판매 증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수익성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테슬라의 경우 2022년과 지난해 공격적인 할인 정책을 실시했고 모델Y의 경우 가격이 약 6만6000달러에서 현재 5만3000달러까지 내려갔다. 그 덕분에 테슬라 판매량은 2022년 130만대에서 지난해 약 180만대로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7%에서 약 9%로 떨어졌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률은 각각 9%와 1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가 테슬라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는 세액공제 없이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규모와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서 보조금 폐지로 경쟁업체들이 타격을 입으면 테슬라의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이 현재의 약 50%에서 더 높아질 수 있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도 현재 자동차 업체 중 테슬라가 유일하게 전기차 판매로 수익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보조금 폐지가 테슬라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임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산업에 걸쳐 세액공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퓨처펀드액티브 ETF 공동창업자이자 테슬라 주주인 개리 블랙은 세액공제 폐지가 테슬라를 비롯한 전반적인 전기차 판매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