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사권 미비 이유? “실제 일어날지 예상 못해” [강주안 논설위원이 간다]
윤석열 대통령 영장 불복 속 위태로운 사법 질서

이날 경호원과 경찰의 충돌 우려가 제기됐지만, 마약수사대와 형사기동대 등 베테랑 형사들을 투입했기 때문에 경호처 저지선을 뚫는 건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선 경찰서 형사과장 등을 지낸 전직 경찰 간부는 “마약, 강력범 체포를 많이 한 형사들은 신체적 제압에 능할 뿐 아니라, 격렬하게 저항하는 범인들을 말로 설득한 경험이 많다”며 “경호원들과 대치 상황이 벌어질 때 이들은 어떻게 저항 의지를 꺾을지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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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대통령 공수처에 체포되자 찬반 시위자 서로 비난
“공수처 수사 불법” 주장하나 법원 네 차례 적법 판단
중대 범죄인 내란죄 수사권 경찰에만 부여한 이유 의문
관련 범죄로 수사 진행…내란 수사권 없는 검찰도 수사
」

오전 10시 33분 윤 대통령이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경찰이 왕복 차선의 통행을 전면 중단시켰다. 잠시 후 윤 대통령과 경호원들을 태운 검은 차들이 관저를 빠져나와 공수처로 향했다.
진보 진영 집회자들은 깃발을 흔들며 환호했다. 들뜬 목소리로 크리스마스 캐럴 ‘펠리스 나비다’를 개사해 “탄핵이 답이다”라고 노래를 불렀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보수 집회 쪽 할머니가 낮은 목소리로 욕을 했다. 집회 현장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한 남성이 “공수처로 가라”고 계속 외쳤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후 공수처와 서울구치소를 거쳐 서울서부지법까지 갔고 난동 사태가 이어졌다.
“내란죄 수사권 논쟁조차 안돼”
윤 대통령 측은 줄곧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공수처는 “직권남용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맞섰다. 법조인들의 주장도 엇갈린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하기 전까진 경찰, 검찰 어디서든 대부분 범죄를 수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이 할 수 있는 수사가 대폭 제한됐다. 원칙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맡고 기소는 검찰이 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선거·경제·공직자 범죄 등 중대 사안의 경우엔 검찰도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타협했다. 그렇다면 왜 검찰은 내란죄 수사권을 갖지 못했을까. 내란 범죄가 중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다. 우리나라 형법은 범죄의 성립과 양형, 형 집행 등을 규정한 ‘총칙’과 구체적인 죄를 하나씩 다룬 ‘각칙’으로 나뉜다. 각칙에서 첫 번째로 나오는 죄가 내란(87조)이다. 형량에서도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고 해 중대 범죄임을 알 수 있다. 범죄가 중할수록 여러 기관의 수사를 허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런데도 내란죄는 검찰에 수사권이 없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을 지낸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검찰과 수사권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내란죄 수사권을 두고 논쟁하거나 조율한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 황 원내대표는 “당시 검경 양측이 내란죄는 형법 교과서 안에만 존재하는 범죄라고 생각했지, 실제로 내란이 벌어져 수사하는 상황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경찰 간부는 “검찰과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내란죄 얘기가 가볍게 나온 적은 한 번 있다”며 “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가 폐지되면서 필수적으로 고쳐야 하는 법규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 이전엔 ‘검사의 수사지휘 규정’에 따라 사법경찰관이 인지 수사를 하게 되면 즉시 관할 검찰청에 보고해야 하는 주요 범죄를 적시했는데 당연히 내란죄가 첫 번째 항목으로 포함됐다.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면서 지휘규정이 ‘검경 간 상호협력 규정’으로 바뀌었다. 해당 조항은 경찰이 검찰에 송치하기 전에도 상호 의견 제시, 교환이 가능한 중요 범죄로 바뀌었고 역시 내란죄가 첫 번째 자리에 남았다. 이 간부는 “당연히 바꿔야 할 규정을 검찰 측과 짚어갈 때 간단히 내란죄가 한번 언급됐을 뿐, 내란죄 수사권을 어떻게 할지는 논쟁거리가 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 범죄를 정할 때도 비슷했다. 그러나 아무도 예상 못 했던 내란죄 수사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다.
윤 대통령이 불법이라고 계속 주장하면서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은 체포 영장부터 구속 영장까지 네 번에 걸쳐 법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서부지법 판사 세 명과 서울중앙지법 판사 한 명이 각각 숙고했다. 만약 네 명의 법관 중 한 명이라도 윤 대통령 주장이 옳다고 판단했다면 윤 대통령은 지금 관저에 머물 것이다. 그러나 두 법원의 법관 네 명은 모두 공수처의 윤 대통령 신병 확보를 승인했다. 공수처 수사권을 인정한 건 법원만이 아니다.
법원·검찰·경찰 모두 공수처 수사권 인정
계엄사태 직후 공수처는 물론 검찰과 경찰도 경쟁적으로 내란죄 수사에 돌입했다. 그러자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에 이첩을 요구했다. 검찰은 내부 검토를 거쳐 지난달 18일 윤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공수처에 이첩했다. 만약 공수처에 수사 권한이 없다면 검찰이 내부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수처로 넘겼을까. 경찰 역시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했다.
윤 대통령의 적법성 문제 제기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계속 말이 바뀐 탓도 있다. 윤 대통령 측에서 수사권이 없다고 주장하는 공수처는 계엄 사태 직후부터 윤 대통령 수사를 진행했고 지난달 11일엔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그다음 날 윤 대통령은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공수처 등 수사 기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없었다. 그러나 이틀 뒤 국회에서 일부 국민의힘 의원까지 찬성하면서 탄핵소추안이 통과하자 그 뒤론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말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내란죄 수사권을 가진 경찰은 왜 직접 수사하지 않고 공수처와 협력을 택했을까. 1차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다 경호처 실력 저지에 막힌 공수처는 2차 영장 집행을 경찰에 위임한다고 발표했다. 곧바로 “경찰이 공수처의 하청 기관이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경찰이 독자 수사에 나서리란 분석도 나왔지만, 경찰은 “공수처와 잘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경찰 일각에선 검찰에 대한 불신을 이유로 지목한다. 내란죄의 경우 경찰이 수사하게 되면 영장 신청 등에 있어 공수처가 아니라 검찰과 협력을 해야 한다. 경찰 내부에선 검찰과 협력이 원활하지 않으리란 우려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보다는 공수처 검사와 협력하는 공조본 체제가 낫다”는 의견이 표출된다. 실제로 지난 18일 경찰이 체포영장을 저지한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반려했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을 방해한 김 차장의 혐의에 대해 법원의 구속 여부 판단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검찰에 막힌 셈이다.
윤 대통령 측의 장외집회 독려
수사기관 논란을 없애려면 특별검사에게 수사를 맡기면 된다. 그러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각기 다른 특검법을 낸 뒤 평행선을 달린다. “윤 대통령이 구속돼 20일 이내에 기소가 될 테니 특검법 통과가 시급하다”(민주당 신정훈 의원)는 야당과 “대국민 사기”(권성동 원내대표)라는 여당의 온도 차도 크다.
앞으로도 윤 대통령 측은 구속적부심과 보석 등 가능한 모든 절차를 통해 구금 상태를 벗어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 단 한 명의 법관이라도 윤 대통령 손을 들어주면 서울구치소를 나오게 된다. 물론 1·2·3심 중 한 번이라도 무죄나 집행유예를 받으면 석방된다.

문제는 이런 절차들이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느냐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판사를 응징하겠다면서 서울서부지법 청사를 파괴하고 법관을 찾아다녔다. 공수처 수사진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앞으로 수사 검사와 구속적부심 담당 등 여러 법조인이 공격 대상이 될 우려가 커진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엔 고령자가 많아 계엄 사태 초반에만 해도 폭력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장외 집회자들에게 계속 격려 메시지를 보내왔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공수처·경찰 관계자들이 “시민에 체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격렬해지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결국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난동을 일으켜 건물 일부를 파손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아 나섰다. 폭력 사태가 일어난 뒤 윤 대통령은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장외 집회를 독려하는 언행을 이어온 윤 대통령과 변호인들이 앞으로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된다.

대통령 관저 옆에는 한남초등학교가 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하던 지난 15일 오전 11시쯤 이 학교에는 ‘이곳에서 미래의 희망들이 자라고 있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방학 중에도 교육 활동이 계속된다는 안내였다. 학교 담장엔 시위대가 상대를 증오하는 험담으로 채운 유인물을 덕지덕지 붙였다. 상대를 향한 증오와 욕설이 계속 이어졌다.
강주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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