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맞고 정신 차렸다

고봉준 2026. 7. 13. 00: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우석이 LA 에인절스전에 구원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AP=연합뉴스]

가까스로 치른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홈런 하나를 맞았다. 그러나 아픔도 잠시, 이틀 뒤에는 더 중요한 상황에서 다시 마운드를 밟았다. 결과는 빅리그 1호 홀드. 고우석(28·미네소타 트윈스)에겐 단순한 ‘마수걸이 기록’ 하나 이상의 가치를 남겼다.

고우석은 12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홈경기에서 5-3으로 앞선 8회초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볼넷과 안타를 하나씩 내줬지만, 위기를 잠재우고 5-3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팀이 이기고 있는 8회에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뜻깊다.

이로써 고우석은 미국 진출 후 처음으로 홀드를 수확했다. 지난 10일 메이저리그 데뷔전으로 치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홈경기에선 솔로홈런을 맞았지만, 이날은 실점 없이 1이닝을 책임져 역대 30번째 한국인 빅리거로서의 확실한 발자취를 남겼다.

친정팀 LG 트윈스를 떠나 2024년 초 미국으로 건너온 고우석.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년 계약해 청운의 꿈을 품었다. 그러나 이후 진로는 순탄치 않았다. 시범경기에서부터 구위 난조를 보였고, 결국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가 그해 5월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됐다. 마이애미에선 오른손 검지 부상으로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해 방출됐다. 이어 어렵사리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계약했지만, 역시 메이저리그로 올라오지 못하다가 최근 미네소타로 이적했다. 이 사이 LG로부터 복귀 제안을 받기도 한 고우석은 뜻을 굽히지 않고 도전을 이어갔다.

10일 고우석을 응원하는 문구를 들고 경기장을 찾은 팬. [사진 미네소타 트윈스 인스타그램]

그래서 이날 홀드는 앞날을 환하게 밝히는 신호탄과도 같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해설위원은 “미네소타는 지난해부터 리빌딩을 시작했다.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세대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아직 20대인 고우석에겐 당분간 많은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최근 같은 포지션의 토미 낸스가 이적해 왔지만, 경쟁자라기보다는 둘 모두 가능성을 평가받는 시간이라고 보면 된다.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도 좋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3위인 미네소타는 여전히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품고 있다. 공동선두인 시카고 화이트삭스, 클리블랜드와는 3경기 차이로 충분히 뒤집기가 가능하다. 그런데 영 찜찜한 숙제가 하나 있다. 지난해부터 취약점을 드러낸 구원진. 올 시즌 미네소타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5.22로 메이저리그 전체 28위다. 3.05로 1위인 뉴욕 양키스와는 차이가 크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잇따라 이탈하면서 공백이 커졌다. 며칠 사이 고우석과 낸스를 차례로 영입한 이유다.

송 위원은 “고우석은 데뷔전에선 지고 있는 시점에서 나와 홈런을 허용했지만, 에인절스전에선 리드 상황에서 다시 투입됐다. 미네소타의 믿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미네소타에서 끝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지금은 트레이드 마감시한(8월 1일)이 얼마 남지 않아 대다수 구단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을 활용해 모든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시기다. 고우석도 빅리그 마운드에서 잠재력을 보여준다면 더 좋은 조건이 가능한 곳으로 이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고우석의 처남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는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올 시즌 타율은 0.306으로 떨어졌다.

고봉준 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