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숙원 풀고 연임…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CEO 라운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67)이 앞으로 3년 더 우리금융그룹 지휘봉을 잡는다. 증권과 보험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 기틀을 완성한 임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임종룡 2기’ 체제가 닻을 올렸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2025년 12월 29일 임 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시장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취임 초기 약점이던 비은행 부문 열세를 만회한 것은 물론, 고질적인 내부통제 이슈를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며 경영 능력을 확실히 입증했기 때문이다.

숫자·신뢰 모두 챙겼다
임 회장 1기 성적표는 ‘양적 성장’과 ‘질적 도약’으로 요약된다. 우리금융은 2025년 3분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 2조795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2조6599억원)를 웃돌았다. 지주사 별도 순이익 역시 1조1863억원으로 전년보다 늘며 기초체력을 다졌다.
주목할 점은 ‘이익의 질’이다. 임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집중하며 자본 적정성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그룹 건전성 핵심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13% 목표를 조기 달성했고, 이를 기반으로 총주주환원율 50%라는 파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실행했다. 은행권 최초로 도입한 비과세 배당은 시장 신뢰를 회복한 결정적 한 방이었다.
무엇보다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던 ‘계파 갈등’을 끊어낸 결단력은 임 회장 리더십의 백미다. 1999년 한일·상업은행 합병 이후 26년간 이원화돼 있던 동우회를 ‘우리은행 동우회’로 전격 통합하고, 인사 데이터에서 출신 은행·학력·지연 정보를 전면 삭제했다. ‘출신’이 아닌 ‘능력’ 중심 인사 시스템을 정착시켜 조직 화합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플랫폼 경쟁력 강화도 눈에 띈다. 은행, 증권, 보험을 아우르는 유니버설뱅킹 앱 ‘우리WON뱅킹’을 고도화해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를 대폭 늘렸다. 앱 하나로 모든 금융 업무 처리가 가능한 ‘슈퍼앱’ 전략을 통해 빅테크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동양·ABL생명 인수 과정에서 보여준 치밀한 전략도 돋보였다. 인수단 TFT를 가동해 조직·인사·리스크 전반을 사전에 조율, 인수 후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즉각적인 영업 시너지를 낼 기반을 닦았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최대 치적인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지난해 8월 우리투자증권 출범에 이어 생명보험사 인수까지 마무리하며 은행 의존도가 90%에 육박하던 ‘기형적 수익 구조’를 깨뜨렸다. 은행·증권·보험이라는 3대 핵심 축 완성은 역대 회장들이 수차례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한 숙원 사업이었다.
‘내부통제’ 역시 시스템으로 안착시켰다. 임 회장은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조직 문화를 뜯어고쳤다. 지난해 ‘윤리경영실’을 신설해 외부 전문가에게 수장을 맡기는 강수를 뒀고, 지난해 1월 금융권 최초로 ‘임원 친인척 정보 등록제’를 시행해 잠재적 비리 고리를 차단했다.

미진했던 AX에 방점
연임에 성공한 임 회장이 내세운 2기 경영 화두는 더 구체적이고 공격적이다. 핵심은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와 ‘계열사 시너지 극대화’다.
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업금융 명가로서 기업 성장 단계 전반을 투자와 융자로 폭넓게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단순 대출 경쟁에서 벗어나, 기업 생애주기에 맞춘 자금 공급으로 실물 경제와 금융이 함께 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그룹 역량을 결집한 ‘4대 핵심 성장 영역’을 제시했다. 첫째, 첨단·주력 산업 지원이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국가 전략 산업 공급망 안정과 설비 투자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적시에 공급한다. 둘째, 혁신 중소·중견기업 육성이다. 운전자금 지원을 넘어 디지털 전환(DX), 해외 진출 컨설팅까지 제공하는 ‘토털 금융 솔루션’을 가동한다. 셋째, 창업 생태계 활성화다. 그룹 벤처 육성 프로그램 ‘디노랩’을 확대하고, 유망 스타트업 발굴부터 투자, 융자, 보증까지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구축한다. 넷째, 지역·상권 회복이다. 지역 거점 기업 금융 지원을 늘리고, 소상공인 맞춤형 상품을 출시해 지역 경제 혈맥을 뚫는다.
임 회장은 “공급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와 효율”이라며 “자금이 실제 현장에 도달해 성과로 이어지는지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완성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한 ‘시너지 창출’도 2기 핵심 과제다. 새 식구가 된 우리투자증권과 생명보험사 역량을 은행 기업금융(CB)과 결합해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 자산관리(WM) 등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한다. 은행 고객에게 증권·보험 상품을 교차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법인 고객에게 자금 조달부터 운용, 리스크 관리까지 한 번에 해결해주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디지털 분야에서는 ‘AX(인공지능 전환) 선도’를 선언했다. 여신 심사, 고객 상담, 이상 거래 탐지 등 업무 전반에 AI를 이식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임 회장은 “전 임직원이 AX 성과를 체감하도록 실행 깊이를 더하라”고 주문했다.
과제는 없나
‘원팀’ 완성…관치 논란 불식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시급한 과제는 조직 ‘화학적 결합’이다.
임 회장은 지난해 합병 26년 만에 양대 동우회(한일·상업)를 통합하고, 인사 정보에서 출신 은행과 학력을 삭제하는 등 고강도 쇄신을 단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부 곳곳에 남은 계파 문화 잔재를 근절하고, 새로 편입된 증권·보험 계열사 직원까지 아우르는 ‘원팀(One Team)’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금융당국과 관계 설정도 변수다. 최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을 겨냥해 “장기 집권 시 차세대 리더십이 ‘골동품’이 될 수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연임 행렬에 보낸 경고장으로 해석된다. 임 회장으로서는 당국 견제를 유연하게 넘기면서도, 독립 경영 행보를 통해 ‘관치 논란’을 불식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수익 포트폴리오의 실질적 다변화도 증명해야 한다. 증권과 보험사를 품었지만, 아직 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비은행 부문 이익 기여도를 끌어올려 진정한 의미의 ‘종합금융그룹’을 완성하는 것이 임종룡 2기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관료 출신다운 노련함과 추진력으로 우리금융 외형 확장을 이끈 임종룡 회장. 이제 ‘내실 다지기’와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리딩금융그룹 도약 발판을 마련할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3호 (2026.01.14~01.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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