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수출 이대로 가면 ‘세계 4강’ 그러나…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6. 7.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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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수출 1조달러 시대 연다?

월간 수출이 사상 처음 1000억달러를 넘어서자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과 4% 안팎 경제 성장을 점치는 장밋빛 전망이 무르익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분에 수출과 무역수지가 큰 폭 개선된 덕분이다. 지난해 세계 7위에 오른 한국이 일본과 이탈리아는 물론 네덜란드까지 제치고 ‘수출 4강’ 자리를 꿰찰 것이란 기대가 높다.

다만, 한국 수출을 바라보는 신중한 시각도 있다.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며 수출액은 크게 늘었지만, 전체 수출 물량은 4월 이후 석 달 연속 감소했다. 수출 호조에는 같은 제품을 더 비싸게 팔아 생기는 가격 효과와 더 많이 팔아서 늘어나는 물량 효과가 섞여 있다. 물량이 감소세를 보이면서도 수출액이 늘었다면, 이는 생산 확대보다 가격 상승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주도 성장이 생산과 일자리, 내수로 얼마나 폭넓게 확산되는지에 따라 한국 경제의 성장 체감과 지속 가능성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月 1000억달러 돌파

獨·中·美 이어 대기록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한국 경제 거시 지표가 시장 예상을 잇달아 웃돌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 6월 수출은 1022억5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처음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독일·중국·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세운 기록이다. 6월 반도체 수출액은 448억2000만달러로 사상 처음 400억달러를 넘어섰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급증과 고정가격 상승이 수출을 끌어올렸다.

반도체 외 품목도 대체로 견조했다. 6월 자동차 수출은 67억1000만달러로 전년보다 5.8% 늘었다. 선박과 철강, 석유제품, 석유화학도 증가세를 보였다. 석유 관련 품목은 물량이 줄었지만 가격 상승으로 수출액이 늘었다. 20대 주력 품목 가운데 18개가 증가한 덕분에 비반도체 수출도 574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성장률 전망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42개 국내외 기관 가운데 11곳이 올해 한국 성장률을 3% 이상으로 봤다. 캐피털이코노믹스와 코리안리는 각각 4%, 4.1%를 제시했다.

연초 목표였던 ‘수출 5강’을 넘어 세계 4강으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 1~4월 누적 수출액에서 한국을 앞선 국가는 중국·미국·독일·네덜란드뿐이다. 네덜란드 수출의 약 40%가 로테르담항을 거쳐 유럽 내륙으로 다시 나가는 재수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생산해 부가가치를 창출한 수출만 놓고 볼 때, 한국은 사실상 세계 4강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호황에 감춰진 변수는

수출 물량은 4∼6월 줄어

한국 수출 1조달러 시대까지 변수도 적지 않다.

핵심 변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지속성과 가격 상승이 생산 확대까지 연결되느냐다. 현재 수출 호조에는 더 많은 반도체를 판매해 늘어난 물량 효과와 같은 물량을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해 늘어난 가격 효과가 함께 섞여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KDI도 반도체 공급능력 제약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반면, 생산 물량 확대로는 충분히 이어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수출 물량이 변수로 지목되는 이유는 수출액 증가와 실질 경제 성장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수출액은 기본적으로 판매가격과 판매량을 곱한 값이다. 가격이 두 배 뛰면 물량이 제자리거나 일부 감소해도 금액은 크게 늘 수 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가격 변동을 제거한 뒤,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얼마나 늘었는지 측정한다. 반도체를 더 비싸게 팔아 수출액이 급증하더라도 전체 생산량이 충분히 늘지 않았다면, 실질 수출과 GDP 기여는 수출액 증가율보다 작을 수 있다.

다만, 산업통상부가 발표하는 수출 물량은 관세청 통관 자료를 토대로 한 중량·수량 기준으로, 국민계정상 실질 수출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범용 D램보다 가격과 성능이 높은 HBM 비중이 커지면, 통관 물량은 줄어도 국내에서 창출한 부가가치와 실질 수출은 늘 수 있다. 한국은행은 품목별 가격과 품질, 제품 구성 변화를 반영해 실질 수출을 산출한다. 이 때문에 통관 물량 감소만으로 성장률 기여가 약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수출 물량 감소가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시각이 적지 않다.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을 감안하더라도 반도체 생산과 출하, 국민계정상 실질 수출까지 둔화한다면 수출 호조가 가격 상승에 상대적으로 더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반도체 주도 수출 호조가 제조업 가동률과 설비투자, 협력 업체 매출·고용으로 이어지는 파급력도 약해져 현재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산업경제데이터분석실장은 “가격이 올라 수출이 증가한 것과 물량이 늘어 수출이 증가한 것은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국 수출의 또 다른 변수는 반도체와 AI 투자 쏠림에 따른 K자 양극화다. 특정 품목의 가격 상승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때 이를 다른 산업이나 물량 증가로 보완하기 어렵다. 이 탓에 경제의 충격 흡수력과 회복탄력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최근 AI 분야에 투자가 지나치게 빠르고 강하게 집중되면서 지속 가능성과 금융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경고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반도체가 주도하는 수출 호황이 경제 전반으로 얼마나 확산하느냐도 관건이다. 수출 기업 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과 달리,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명목소득은 전년보다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를 제거한 실질소득은 0.4% 늘었다. 지표상 호황과 체감경기 사이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수출 호조가 물가와 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변수다. 반도체 가격 상승과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와 자산가격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건설·자영업·가계소비 등에는 금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도 최근 K자 성장 분석에서 평균 지표가 경제 내부 취약성을 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수출 증가는 물량보다 가격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호조가 워낙 강해 다른 산업 둔화를 가리는 착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8호·창간 47주년 특대호(2026.07.15~07.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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