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 '조사 없이 기소' 검찰, 결국 공소장 변경 신청

김형호 2024. 9. 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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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금전 사기' 4차 공판... "임창용 고소인, 카지노 보스 같았다""나는 돈 빌려 준 피해자다"

[김형호 기자]

 광주지방법원
ⓒ 안현주
프로야구 선수 출신 임창용(48)씨를 직접 조사하지 않고 경찰 조사 서류 등을 토대로 '지인 금전 사기' 혐의로 기소한 검찰이 결국 재판 진행 도중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임창용씨에 이어 검찰 측 증인마저 "(고소인이) 임창용에 빌려준 것은 돈이 아니라 도박 칩이었고, 장소도 (커피숍이 아니라) 호텔 카지노였다. 그분은 (피해자가 아니라) 카지노 보스 같았다"고 법정 증언하면서다.

검찰 측 또 다른 증인이자 이 사건 고소인은 "돈을 빌려줬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당시 빌려준 돈의 종류, 돌려받은 돈의 액수, 필리핀 체류 경위 등을 놓고 오락가락하면서 검사마저 혼란스러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광주지방법원 형사 11단독 김성준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임창용씨 '지인 금전 사기 사건' 4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50대 남성 이아무개씨는 2019년 12월 이 사건 고소인 한아무개씨와 임창용씨의 '금전 거래' 경위 등을 묻는 검사 질문에 "(임창용씨는) 금전이 아니라 칩을 받았다. 정확한 규모는 모르나 한 1억 원어치 정도 돼 보였다"고 증언했다.

증인 이씨는 당시 임창용씨와 필리핀으로 놀러 갔는데 마닐라 한 호텔 카지노에서 한씨와 함께 사무실에 들어간 임씨가 도박 칩을 가지고 나오는 모습을 현장에서 목격했다고 증언한 것이다.

증인 이씨는 "(임창용을 고소한 한씨는) 카지노 관계자들에게 커피 심부름도 시키고 마치 카지노 업장 보스 같았다"는 취지의 증언도 했다.

검찰 측 증인임에도 임씨 측에 유리해 보이는 목격담을 줄곧 증언하자, 재판장은 임씨와의 관계를 물었고, 증인 이씨는 "예술계통에서 일하고 있고 지인 소개로 임창용씨를 알게된 지 20년 쯤 된다"고 했다.

반면 앞서 증인석에 나온 이 사건 고소인 한씨는 검사 질문에 "당시 나는 현금을 빌려줬다. 액수는 1억 5000만 원 이었다"고 증언했다. 한씨는 "당시 지인 소개로 임창용씨를 그때 처음 봤다"고 했다.

그러나 한씨는 당시 필리핀 체류 경위와 돈을 빌려줬다면 한국 돈인지, 필리핀 돈인지 등을 묻는 검사와 변호인 질문에 시종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 조사에선 아이스크림 유통사업을 위해 필리핀에 체류했다고 했다가, 법정에선 흑염소 식당 창업을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다 임씨 측 변호인이 "당시 출입국 신고 땐 한식당 확장을 위해 한국 돈 2억 5000만 원을 신고하고 가져간 것으로 나온다"고 하자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고소인 한씨 증언 오락가락, 검찰도 당황
 프로야구 선수 출신 임창용(48)씨가 11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사기사건 2차 공판을 마치고 언론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 6. 11
ⓒ 김형호
한씨는 2019년 12월 필리핀에서의 거래 이후인 2020년 4월 임창용씨와 차용금 8000만 원을 내용으로 하는 차용증서를 작성한 경위를 두고도 증언을 번복했다.

1억 5000만 원을 빌려줬는데 차용증엔 왜 8000만 원을 빌려줬다고 적었느냐는 검사와 변호인 질문에 한씨는 "일부는 받았다"고 증언했다가 "그땐 임창용 측으로부터 받은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니었던 것 같더라"라고 말을 바꿨다.

한씨는 증인 신문 과정에서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또 다른 인물에게도 돈을 빌려줬다가 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기도 했다.

임창용씨 지인이자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이씨의 진술과 임창용씨 진술이 동일하고 일관된 반면, 고소인 한씨 증언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검사도 혼란스러워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검사는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임창용씨에게 "그럼 왜 경찰 조사에선 돈을 빌렸고 덜 갚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느냐. 나중에 차용증은 또 왜 쓴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임씨는 "저는 칩을 받은 대가로 귀국 직후 7000만 원을 송금했다. 저로선 충분히 갚았다고 생각했는데 한씨가 줄기차게 요구해서 8000만 원짜리 차용증서를 써줬다"고 진술했다.

또한 "당시 한씨가 '아는 기자들이 많다'고 말해서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나는 유명인이고 도박 전과도 있던 터라 또다시 언론에 보도되면 재기가 힘들 수 있겠다는 부담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검사는 두 사람에 대한 증인신문이 끝난 뒤 재판부에 공소장변경을 신청했다. 공소장 변경 내용은 이날 밝히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 신청을 수용하고 오는 10월 24일 오전 11시 20분 법정동 302호에서 5차 공판 기일을 열어 검찰 공소장 변경 요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 임창용(48)씨가 지난 6일 오후 광주광역시 인근 한 찻집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김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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