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를 본 시청자라면, 이름보다 먼저 기억에 남는 한 인물이 있다. 극 중 부상길(최대훈)의 아내 ‘영란’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 채서안.
등장 시간은 짧았지만, 시청자들은 그를 ‘학씨 부인’이라는 애칭으로 불렀고, 검색창에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 연관어로 따라붙었다.
놀라운 건 이 반가운 얼굴이 오랜 공백 끝에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폭싹 속았수다’ 촬영은 2023년에 이미 마쳤지만, 작품이 공개되기까지 채서안은 연기를 멈추고 전혀 다른 길 위에 서 있었다.
생계를 위해 공장에서 일했고, 사무직으로 CCTV 회사에도 다녔다. 배우로서의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그는 현실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꽤 길었다.
“연기를 계속해야 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버틴다는 말보다는 그냥 살아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연기를 포기하려 했던 그 시간 동안, 다시 마음을 움직인 건 아이러니하게도 TV 속 장면들이었다.
선배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잊고 있던 열정이 되살아났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조용히 자리 잡았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맡은 영란 역할은 그에게 특별했다.

“겉으로는 조용하고 단단해 보여도, 안쪽엔 짙은 슬픔이 깔려 있는 인물이에요. 그걸 숨기지 않으면서도 무겁게 흘러가지 않게, 밸런스를 잡는 게 가장 어려웠죠.”
당시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60~70년대 여성들의 말투와 분위기를 공부했고, 실제 대사보다 그 시대의 공기와 표정을 따라가는 데 집중했다.

아이유와의 첫 촬영 장면도 인상 깊다. “처음엔 너무 예뻐서 집중이 안 됐어요. 감독님이 ‘아이유가 아니라 애순이로 보라’고 했는데 쉽지 않았죠. 다행히 아이유가 먼저 편하게 대해줘서 덕분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1996년생인 채서안은 2019년 틱톡 광고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 ‘마녀2’, ‘카터’, 드라마 ‘경찰수업’, 웹드라마 ‘배드걸프렌드’ 등에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고, 최근 넷플릭스 신작 ‘하이라키’에도 출연했다.‘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다시 이름이 회자되기 시작했지만, 그는 아직 '이제 막 다시 시작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말한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묻자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저 어떤 타이틀로 불리는 것보다 ‘채서안’이라는 이름 그 자체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때 카메라를 떠났던 배우. 그 시간은 멀어졌지만, 덕분에 다시 시작할 용기를 품게 됐다.
이제 ‘학씨 부인’은 그의 첫 별명일 뿐, 앞으로 채서안이라는 이름을 더 자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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