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940점 넘어야 ‘대출’…고신용자 쏠린 배경은

5대 은행에서 가계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평균 신용점수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정부의 대출 총량 규제 강화 기조 아래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현상까지 겹치면서 우량 차주 위주의 대출 기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15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지난 2월 신규 취급한 가계대출의 평균 신용점수는 946.8점으로 집계됐다. 2024년 2월(935.2점)과 비교하면 2년 새 10점 가까이 올랐다.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942점 이상은 최고 신용등급(1등급)에 해당한다.
가계대출 가운데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2년 전 935.4점에서 지난 2월 954점으로 18.6점 올랐다. 같은 기간 개인 신용대출 중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평균 신용점수 역시 953.6점에서 960점으로 6.4점 올랐다. 2월에 이뤄진 신규 대출이 신용점수 900점 중반대에 달하는 초우량 차주 위주로 취급됐다는 뜻이다. 웬만한 신용점수로는 1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워진 상황이 온 것이다.
고신용자 위주 대출 배경으로는 정부의 ‘대출 총량 규제’가 꼽힌다. 현재 정부는 2030년까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80% 달성을 목표로 관리 강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대출 규모 자체가 제한되면서 은행권은 연체 가능성이 낮은 고신용자 중심으로 대출을 취급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분위기다. 여기에 올해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가 지난해(1.7%)보다 낮은 1.5%로 설정되면서 은행 대출 심사가 더 엄격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점수는 대출 심사 요소 중 하나일 뿐 전부가 아니다”라며 “고신용자에게만 대출이 이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 신용평가기관의 신용점수뿐만 아니라 거래 실적과 대안평가시스템 등 내부 지표를 더해 종합 반영해 리스크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과거 대출 및 연체 이력 중심의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통신비·공공요금 납부 실적, 온라인 쇼핑 내역 등 비금융 정보를 신용평가에 활용하며 자체 내부 신용평가 모델(CSS)을고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권에서는 고신용자 대출 쏠림의 이유로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을 꼽는다. 신용평가사 KCB 올크레딧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신용평가 대상자 5058만6810명 중 2283만5822명(45.1%)이 900점이 넘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평가 체계가 점수제로 전환된 이후 금융소비자들이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점수를 확인하고 카드 이용액 관리, 대출 조기 상환, 비금융정보 등록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점수를 올리려는 노력이 보편화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책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신용사면’ 시행하면서 신용점수가 상향 평준화됐다”며 “외부 신용평가사 점수 체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올해 1월 단행한 신용사면으로 개인과 개인사업자 약 293만명의 신용점수가 회복되면서 개인은 평균 29점, 개인사업자는 45점 상승한 바 있다.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 확대를 위해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담대 평균 신용점수는 각각 970점, 959점으로, 두 은행의 평균 신용점수는 964.5점에 육박했다. 토스뱅크는 현재 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으며, 주담대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인 상황이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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