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 서 있는데 왜 가로등?” 교사들 놀래킨 아이들 문해력

정신영 2024. 10. 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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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10명 중 9명은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실 내 학생 5명 중 1명 이상이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교사도 상당수였다.

학생 5명 중 1명 이상이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시험을 치기조차 곤란한 학생'이라고 느낀 교사도 21.4%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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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학생이 풍력, 성곽 뜻 물어봐
‘사건의 시발점’을 욕으로, 이부자리를 별자리로,
족보를 족발 보쌈으로 오해한 사례도

교사 10명 중 9명은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실 내 학생 5명 중 1명 이상이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교사도 상당수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제578돌 한글날을 맞아 전국 초‧중‧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가량(48.2%)은 수업 중 21% 이상이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라고 답했다. 특히 ‘도움 없이는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답변도 상당수(30.4%)였다. 학생 5명 중 1명 이상이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시험을 치기조차 곤란한 학생’이라고 느낀 교사도 21.4%에 달했다.

교사들은 수업이 ‘단어 풀이’ 시간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교총이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고3 학생이 ‘풍력’이나 ‘성곽’의 뜻을 묻거나, 초6 학생이 ‘수목원’과 ‘수요일, 목요일’을 헷갈려 한 경우도 있었다.

이외에도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왜 욕하냐고 한다’ ‘두발자유화 토론 하는데 두발이 두 다리인 줄 알았다고 한다’ ‘이부자리를 별자리로 생각한다’ ‘경기력 저하의 저하를 왕과 왕비를 칭하는 뜻으로 알고 앞뒤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다’ ‘가로등은 세로로 서있는데 왜 가로등이냐고 묻는다’ ‘고가 다리는 비싸게 만든 다리라고 한다’ 등의 사례가 잇달았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한 교사는 “언어능력 평가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초 3학년 이하 수준으로 나왔다”며 “심각성을 깨닫고 책읽기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2+3=5’같은 문제는 풀 수 있는 학생들이 ‘사과 2개와 바나나 3개를 모두 합하면 5개다’ 같은 문장제 형태 문제는 못 푼다”며 “문장이 조금이라도 길다고 느껴지면 읽는 것을 포기한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학생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스마트폰, 게임 등 디지털매체 과사용’(36.5%)을 1순위로 꼽았다. 독서 부족(29.2%)과 어휘력 부족(17.1%), 기본 개념 등 지식 습득 교육 부족(13.1%)이 뒤를 이었다.

교사들은 디지털 기기가 학생들의 문해력뿐만 아니라 필체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인식했다. ‘디지털기기 보급으로 손글씨 쓰기가 줄고 있다. 학생들의 필체가 어떻게 변화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필체 가독성이 나빠졌다’는 응답이 94.3%에 달했다.

교총은 “학생들이 다른 사람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험 치기도 곤란한 현실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문해력 저하는 학습 능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와 향후 성인이 된 이후 사회생활에도 부정적 영향과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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