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적금이라더니...고금리 특판 적금의 함정
근데 이제 ‘카드실적 50만 원’을 곁들인
은행권 예·적금 금리가 짜도 너무 짭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년 2개월 만에 0.25%p 인하하자, 은행권에서는 잇따라 예·적금 금리 인하에 나섰습니다. 인하 폭이 많게는 0.55%p에 달합니다.
이런 염전에서 방황하는 금융소비자들은 ‘특판 적금’ 소식에 귀가 솔깃하게 마련인데요. 이런 특판 적금은 막상 가입하고 보면 우대금리 조건은 까다로운 한편, 결국 혜택은 쥐꼬리인 미끼상품인 경우가 많아 주의를 요합니다.
앱 출석은 기본… 간편결제, 카드실적까지 요구하는 ‘우대금리’
지금 시장에서 제일 금리가 높은 적금은 ‘웰뱅 라이킷(LIKIT) 적금’입니다. 웰컴저축은행이 판매하는 적금 상품으로, 1만 좌 한도로 올해 말(~2024.12.31.)까지만 판매하는 전형적인 고금리 특판 적금입니다.
1금융권에도 10% 이상 고금리 상품이 많습니다. 전북은행의 ‘JB 슈퍼씨드 적금’도 최고 13.3%의 금리가 제공되고, KB국민은행에서도 5만 좌 한도의 ‘KB아이사랑적금’, 20만 좌 한도의 ‘KB스타퀴즈왕적금’등을 금리 10%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특판 적금을 보는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10% 이상의 고금리에 우대금리의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우대금리를 채우려면 은행앱 가입·이용은 물론이고, 간편결제나 카드실적을 요구하는 미끼상품으로 설계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실제로 연이율 14%의 ‘웰뱅 라이킷(LIKIT) 적금’은 롯데카드의 이벤트 상품에 가깝습니다. 기본금리 2%에 △웰컴저축은행 통장으로 롯데카드 대금 자동 납부를 3개월 이상 하면 우대금리 2%, △특정 카드를 누적 50만 원 이상 쓰면 추가로 7% △특정 카드대금 자동 납부 3개월을 채우면 3%를 더 제공하는 식입니다.
운이 필요한 적금도 있습니다. ‘JB 슈퍼씨드 적금’은 앱으로 구좌마다 매달 1개씩 ‘씨드’라는 걸 받는데요. 매달 생성되는 씨앗 500개 당 1개 꼴로 ‘슈퍼씨드’라는 게 나오는데 이걸 받아야만 만기해지시 10%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는 적금도 있습니다. 신한은행이 판매하는 ‘쓸수록 모이는 소비적금’은 연 6% 금리를 받으려면 신한은행을 카카오페이 머니 충전 주계좌로 등록하고 열심히 써야 우대금리 4.2%를 챙길 수 있습니다.
우리은행이 판매하는 ‘우리페이 적금’은 최고 연 7%의 금리를 제공하는데요. 이 상품도 기본금리 2%에 ‘우리페이’를 열심히 쓰면 전체 5%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식입니다. 특히 사용기간 내에 우리페이 200만 원을 써야 우대금리 5% 중 2%를 확보할 수 있죠.
우대금리 다 챙겨도 이자는 ‘꼴랑 23만 원’
기적적인 운과 각고의 노력으로 우대금리를 다 챙긴다 한들 큰 이익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적금 특성상 예치금이 크지 않고, 그마저도 최고 50만 원 이하의 소액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이자수익이 높지 않죠.
실제로 ‘웰뱅 라이킷 적금’의 우대조건을 모두 갖춰 14% 금리를 모두 적용받는다고 하더라도, 세후(15.4%) 이자는 최고 23만 958원에 불과합니다. 납입금액이 월 30만 원 이내인 자유적립식 적금이기 때문입니다.
‘JB 슈퍼씨드 적금’도 매달 최대 30만 원까지만 납입할 수 있으므로 1년 이자는 세후 21만 9,410원입니다. 신한은행의 ‘쓸수록 모이는 소비적금’은 5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지만 금리가 6%에 그치므로 세후 16만 4,970원밖에 되지 않죠.
적금도 짜지만 예금은 더 짭니다.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11월 20일 기준 1금융권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8~3.6% 수준이고, 같은 날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평균도 3.52%를 기록했습니다. 돈 맡길 곳이 없네요.
한편, 적금은 미끼상품 투성이고, 예금 금리는 하락하고, 대출금리만 고공행진 하면서 5대 금융그룹은 돈방석에 앉았습니다. 5대 금융그룹의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16조 5,55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