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10·20대 마약 중독, 생각보다 심각… 병폐 끊는 가장 첫 번째 방법은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4. 9. 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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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민선

국내 마약 사범이 매년 증가하며 2023년에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3 마약류 범죄백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마약류 사범이 2만7611명으로 2022년 1만8395명 대비 50.1% 증가한 수치다. 역대 최초로 2만 명을 넘어섰다. 현재 우리나라의 마약 문제는 심각한 상태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마약 광고·유통·배급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 대면에서 온라인 비대면으로 바뀌고, 마약 종류가 다양해지고 가격이 저렴해졌다. 인터넷과 SNS에 익숙한 10대·20대가 급속도로 마약류에 중독돼 가고 있다.

특히 10대 마약사범은 2023년 1477명으로, 2022년 481명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역대 최초로 10대 마약류 사범이 1000명을 넘었다. 20대 마약사범도 2023년 8368명으로, 2022년 5804명 대비 44.2% 늘었다. 전체 마약사범 중 10·20대의 ‘젊은 마약 중독’ 비율은 35.6%로 역대 최고치이다.

10대 마약류 사범은 2013년 43명에 비교하면 2023년 1477명으로 약 34배 이상 늘었고, 20대 마약류 사범은 2013년 674명에서 2023년 8368명으로 약 12배 이상 늘어 10대·20대 마약류 사범은 최근 들어 급격히 치솟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필자가 마약류 사범의 저연령화와 10대·20대 마약류 사범의 급속한 증가를 우려하는 이유는 10대·20대에 마약류를 시작하면 중·장년까지 단약과 재발을 반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소년·청년 시기에 마약을 시작할 경우 더 오랫동안 마약을 하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 마약 사범의 연령이 저연령화돼 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마약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소년의 뇌는 발달 과정에 있다. 즉각적인 쾌감이나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려는 감정적인 뇌 발달의 성장에 비해, 이성적 사고와 판단, 행동과 감정의 조절, 개인적·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전전두엽의 발달은 완전히 발달 되지 않은 상태이다. 전전두엽은 20대 중반이 돼야 발달을 마친다. 청소년의 뇌는 성인의 뇌보다 중독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상태이다. 또한 청소년의 뇌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화하는 ‘신경가소성’이 매우 활발한 시기이다. 마약류를 투약한 청소년의 뇌 손상이 성인에 비해 7배에 달한다는 연구가 있을 만큼 청소년의 뇌는 중독되면 그 병폐도 성인보다 훨씬 크다. 그러므로 청소년기에 마약에 중독돼 입는 손상은 이후 삶에 훨씬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10대·20대는 마약류 중 주로 필로폰과 일명 엑스터시로 불리는 MDMA, LSD, 일명 물뽕으로 불리는 GHB를 비롯해 식욕억제제 일명 나비약으로 불리우는 펜터민,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의약품에 손대다 적발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아주 최근에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10대 마약 사범이 드러나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2021년 5월 창원에서 고등학교 학생 등 10대 42명이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불법 처방받아 이를 판매하거나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건은 결코 그 지역만의 문제로 국한해서 생각할 수 없고 펜타닐은 중독성과 부작용이 큰 만큼, 이는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펜타닐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이다. 미국의 경우 펜타닐 중독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미국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10만 명 중 80% 이상이 펜타닐 중독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 내 18~49세 청장년층 사망 원인 1위가 펜타닐 중독이다.

펜타닐, 식욕억제제 펜터민, 프로포폴 등은 병·의원을 통해 처방이 가능하다 보니 비의료용 마약에 비해 ‘합법’이라는 외양을 취할 수 있어 경계심이 덜하고, 접근성이 용이한 것이 큰 문제다. 본래의 치료 목적이 아니라 마약 대체제로 쓰이면서 펜타닐의 치명적인 부작용이 드러났다. 펜타닐의 치사량은 단 2mg이다.

앞서 기술한 창원 학생들의 사례에서도 지역 병·의원을 돌면서 통증을 호소하고 막히면 다른 사람을 통해 대리 처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약물 쇼핑'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의료 기관의 각별한 주의와 정부 보건 당국의 강도 높은 관리와 감독이 요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표한 ‘2023년 마약류 폐해인식 실태조사 결과’에서 마약류 사용의 주된 동기가 성인이나 청소년 모두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는 결과가 나왔다. 현실의 스트레스를 대처하기 어려울수록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는 걸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꼴찌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자살을 하는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학업·성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쉽게 마약류를 사용한다.

마약 극복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약 복용 이후의 대책보다는 ‘예방’에 있다. 마약의 폐해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예방법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스트레스 관리 특히 ‘마음공부’를 통해 “스트레스를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스트레스를 다루고 스스로 어떻게 자신의 생각, 감정, 행동을 다룰 수 있는지”를 배워야 한다. ‘마음공부’는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마약 예방법이다.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사공정규 교수

마약 중독은 범죄인 동시에 중독성이 강한 질병이다. 마약류의 ‘중독성’이 재범의 가장 높은 원인이다. 중독이 되면 치료를 통해서만이 재범을 막을 수 있다.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마약류 사범의 재범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마약류 사범의 재범을 막기 위한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마약 중독자들을 치료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이 칼럼은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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