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올려 42억에 팔아준다" 무차별 문자…'입주작업' 시작됐다

오는 8월 입주를 앞둔 서울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조합원 김모씨는 최근 A부동산으로부터 “매매나 임대를 하려면 (부동산으로) 연락 달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김씨는 “문자엔 시세가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었다. 34평형(전용 84㎡) 매매가격이 34억~42억, 전세는 17억~18억원이었다”고 말했다.
이 부동산이 제시한 가격은 지난해 거래된 3건의 84㎡ 입주권 매매 가격(30억~38억7000만원)보다 10% 높은 수치다. 또 전세 가격은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인근 신축아파트 반포르엘2차의 같은 평형 실계약가격(7억~13억5000만원, 2월 거래 기준)보다 50% 이상 높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초구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지난해 8월 이후 계속 하락세에 있다.
이런 문자는 2600여명 조합원 중 대부분이 수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일보가 래미안원베일리 조합원 10여명에게 확인한 결과 한명도 빠짐없이 같은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발신처는 인근 신반포상가·래미안퍼스티지상가·반포쇼핑타운에 있는 대여섯 군데의 중개업소였다.
건설·부동산업계는 래미안원베일리의 입주를 앞두고 부동산들의 ‘입주작업’이 시작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이 입주장을 앞두고 입주권을 소유한 조합원에 무차별 문자·전화를 돌려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개업소는 보다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곤 한다.
문자 메시지 후 같은 내용의 전화도 받았다는 한 조합원은 “받자마자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지만, 얼버무리기만 했다”며 “그 부동산과 거래를 한 적이 없어, 누군가 내 정보를 부동산에 제공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입주를 앞두고 중개업소에서 무차별 문자·통화를 통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중개하겠다”고 하는 행위는 부동산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업소를 중심으로 개인 정보를 사고 팔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래미안원베일리 인근 공인중개사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조합원 명부를 사고파는 사례는 오래전부터 해온 관행”이라며 “1000세대 이상 단지의 경우 가격이 1000만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한다. 몇몇 부동산이 공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입주권 자격이 있는 조합원의 개인정보는 재건축조합과 시공사 등에서 갖고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사업이 보통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개인 정보가 흘러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A부동산 관계자는 중앙일보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문자를 보낸 또 다른 부동산은 “조합을 통해 얻은 건 아니고, 부동산이 가진 (고객) 정보를 공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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