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 직격탄 맞은 크레디트스위스에 도대체 무슨 일이?

김상도 2023. 3. 1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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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국기와 크레디트스위스 본사. ⓒ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부터 파산 임박설이 끊이지 않던 스위스의 대형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결국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빠졌다. 특히 크레디트스위스는 돈세탁 연루와 개인정보 유출, 투자 실패에 이어 내부통제의 결함이 드러나는 등 각종 구설에 오르며 위기를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이후 세계 은행권과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증시에서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장중 전장 대비 30.8%까지 빠졌다가 스위스 당국의 유동성 지원방침 발표 이후 24.2%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UBS와 함께 금융 강국 스위스를 대표하는 금융기관이며, 세계 9대 투자은행(IB) 중 한 곳이다.


이날 주가 폭락은 크레디트스위스가 전날인 14일 연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으며, 고객자금 유출이 지속하고 있다고 밝힌 게 도화선이 됐다. 이에 크레디트스위스그룹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의 아마르 알쿠다이리 회장은 15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규제 때문에 CS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게 됐다”며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하다고 해도 재정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사상 최저치인 1스위스프랑대를 주저앉았다


이에 비상이 걸린 중앙은행인 스위스 국립은행과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은 성명을 내고 "크레디트스위스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에 부과된 자본·유동성 요건을 충족한다"며 "필요한 경우 우리는 은행에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며 진화 작업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는 15일 스위스 국립은행으로부터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 3000억원)을 대출받아 유동성을 강화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한편 최대 30억 스위스프랑 규모의 선순위 채무증권 발행계획을 내놔 일단 불을 껐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사태는 최근 몇 년간 각종 추문에 휩싸이는 바람에 재정건전성에 위기를 부른 게 주요인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2007~2008년 불가리아 마약밀매상의 돈세탁을 방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지난해 6월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앞서 2020년 은행 측이 사설탐정을 고용해 은행 임원을 미행, 감시한 사실도 드러나 티잔 티엄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했다. 2021년에는 모잠비크 정부가 후원하는 참치관련 산업에 대출하는 과정에서 일부 은행 직원이 최소 1억 3700만 달러(약 1800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들통났다.


각종 스캔들들로 그로기 상태가 된 크레디트스위스에 결정타를 가한 것은 2021년 영국 그린실 캐피털과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본 사건이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아케고스와 관련한 투자손실이 44억 스위스프랑에 이르렀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사우디국립은행의 투자를 유치하고 2025년 말까지 직원 9000명을 감원하는 내용의 자구책을 내놨다. 그러나 지난해 후반기 주요 고객들이 줄줄이 이 은행을 떠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의 수신잔액은 지난해 3분기 3713억스위스프랑에서 4분기 2332억 스위스프랑으로 37.2% 쪼그라들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초 내부고발자가 고객 개인정보를 언론에 제보해 크레디트스위스에 비밀계좌를 만든 고객 3만여 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이 일로 은행의 신뢰도가 또 한번 땅에 떨어졌다.


이 때문에 크레디트스위스는 5개 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영업수익 또한 큰 폭으로 감소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4분기 13억 2000만 스위스프랑의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기업금융 사업 부문에서 영업수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73% 급감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자랑하는 자산관리 사업부문도 고객 자금 이탈 영향으로 영업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예금 인출과 고객 이탈, 실적 부진이 계속되자 한때 크레디트 스위스의 최대주주였던 해리스 어소시에이츠는 지난 5일 이 은행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고 밝혔다. 해리스 어소시에이츠는 크레디트스위스 지분을 최대 10% 보유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세계 부자들의 금고라는 스위스의 역할은 (스위스 은행이) 신중하고 믿을 만하다는 평판 덕분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크레디트스위스의 온갖 추문과 소송, 늘어나는 손실은 충격적이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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